민주주의를 위하여

오만하고 무능한 보수정부 10년에 나라는 일대 위기 / 이정우 경북대 교수 / 경향신문에서

이윤진이카루스 2016. 10. 7. 20:41

[시대의 창]성과연봉제의 함정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경제학

[시대의 창]성과연봉제의 함정

성과연봉제로 세상이 시끄럽다. 정부가 작년부터 성과연봉제를 들고나오더니 올해는 본격적으로 밀어붙이자 참고 참던 은행, 철도, 지하철 등 노조가 일제히 파업으로 정부에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요새 지하철은 콩나물시루인데, 그래도 다행인 것은 시민들이 불편을 잘 견뎌내고 있다는 점이다. 노조 파업으로 당장 내 생활이 불편해져도 불평하지 않고 ‘오늘 저 사람들의 문제가 내일은 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이해하는 것은 선진국 시민의 징표라 할 수 있다.

도대체 성과연봉제라는 게 뭐길래 이리 시끄러운가? 기존 호봉제는 근속연수와 직급에 따른 임금인데 반해 성과연봉제는 능력, 실적에 따른 임금이다. 경영자들은 원래 노동자 개인별로 임금을 차등지급하기를 원하는데, 그렇게 함으로써 노동자들이 보다 열심히 일하고, 고분고분해져서 노동통제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그 반면 노조에서는 임금을 결정할 때 노조의 선임권, 즉 근속연수에 바탕을 두기를 바란다.

정부, 기업 등 찬성 측이 말하는 성과연봉제의 장점은 금전적 유인을 통한 노동자들의 노력 증대, 생산성 향상, 우수 인재의 확보 등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6월14일 공공기관장 워크숍에서 “지금까지의 연공서열식 호봉제도는 직원들에게 더 잘해야겠다는 동기를 부여하기도 어렵고, 우수한 인재들을 길러내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이 말은 얼핏 보면 그럴듯하지만 세상일이라는 게 그리 단순하지 않다.

노조가 주장하듯 이 제도는 노동강도 강화, 노동자 파편화, 노동통제 심화, 조직문화 파괴 등 부작용이 있기 때문이다.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동료들을 제치고 높은 성과를 내려고 설치는 사람이 나타날 것이고, 그 결과 다수가 배제되고 심지어 해고자나 자살자도 나올 수 있다. 회사에는 동료애가 사라지고 경쟁의 찬바람이 쌩쌩 불 것이다. 조직문화는 파괴되고 내가 아는 기술을 동료에게 가르쳐주지 않으려 한다. 홉스의 말처럼 ‘만인이 만인에 대한 늑대’가 된다. 성과 측정의 합리적 기준이 없어서 상관의 자의적 판단에 따르기 쉬우므로 아첨꾼이 인사고과에서 승리하는 현상이 비일비재할 것이다. 아첨하기 싫어하는 강직한 사람들은 열심히 일하고도 제대로 평가를 못 받아 월급이 삭감당해 화병이 생기기 쉽다. 이래저래 회사 분위기는 엉망이 되고, 일할 기분이 나지 않는다. 한마디로 성과연봉제는 소탐대실이다.

모든 조직의 생명은 사람들의 신뢰와 화합이다. 성과연봉제는 신뢰와 화합을 파괴하면서 소수의 기회주의자를 양성하는 제도가 되기 쉬운데, 이것은 명백히 퇴행이다. 이런 퇴행을 정부가 개혁이란 미명하에 밀어붙이고 있다. 이런 잘못된 정부 방침에 재빨리 협조해서 정부로부터 보너스를 타가는 한전, 마사회 같은 민첩한 공기업이 있는가 하면, 그와 정반대로 상당히 큰 금전적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한사코 성과연봉제를 거부하는 서울시 산하의 우직한 공공기관들도 있어서 대조를 이룬다. 누가 옳은가? 이익보다는 대의가 우선이 아니겠는가.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면 인간은 성과지표에 맞추어 기회주의적 행동을 하게 된다. 미국, 영국의 금융권이 강력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자 은행원들이 고객 몰래 허위계좌를 수만개나 만드는 등 부작용이 속출했다. 미국 스탠퍼드대학의 인사관리 분야 세계적 석학인 제프리 페퍼 교수에 의하면 성과연봉제는 예를 들어 무거운 짐을 운반하는 것과 같은 단순반복 작업에서나 유효하지 조금만 복잡한 노동에 들어가도 유효하지 않고 오히려 부작용이 많다고 한다.

미시간공대의 조벽 교수는 미국 대학의 성과연봉제는 교수들 사이의 신뢰, 협조를 파괴하는 나쁜 제도이니 제발 한국에서는 이런 제도를 도입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하곤 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경쟁지상주의를 맹신한 나머지 한국 대학에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고 말았다. 그것도 미국보다 더 고약한 제도를. 그 결과 교수들은 점수 따는 기계로 전락했고, 한국 대학은 삽시간에 파괴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4대강과 대학을 파괴하더니 박근혜 정부는 은행과 공기업을 파괴하고 있다. 무지몽매한 보수정부가 단기간에 얼마나 나라를 망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세계적 희귀사례가 아닐까 한다.

오만하고 무능한 보수정부 10년에 나라는 일대 위기다. 반드시 내년에는 정권교체를 해서 부작용 많은 성과연봉제 없애고, 부끄러운 국정 국사교과서 없애고, 자존심 상하는 일본과의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위안부 합의 없애고, 한반도에 필요 없는 사드 없애고…. 후유! 할 일이 너무 많구나.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10062109025&code=990100#csidx079bf3523ca2d539658f5670ce39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