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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법무부와 노동부도 합법으로 판단한 파업 / 경향신문

이윤진이카루스 2016. 10. 7. 20:49

[사설]법무부와 노동부도 합법으로 판단한 파업

정부가 철도파업을 불법이라고 선언했지만 내부적으로는 합법 파업으로 판단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불법 파업을 전제로 파업참가자에 대한 직위해제와 대체인력 투입 등 철도파업을 무력화하기 위한 조치들이 더 이상 정당성을 주장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재호 의원이 공개한 ‘철도파업 관련 대책회의 결과 보고’ 문건을 보면 법무부와 노동부는 지난달 27일 관계기관회의에서 철도파업을 불법으로 단정짓는 데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법무부는 당시 회의에서 파업목적이 근로조건과 관련되어 있다고 볼 여지가 있어 목적의 불법성 여부는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노동부 역시 ‘보충교섭, 중앙노동위 조정결과 등 법리상 문제가 있어 고용부가 전면에서 강력 대응하기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원에서 파업의 정당성이 받아들여질 경우에 대비, 미리 한 발짝 물러선 것이다.

하지만 회의를 주재한 국무조정실은 “불법파업에 대한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며 국토부가 대신 나서달라고 주문했다.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청와대와 협의 후 결정하겠다”는 말까지 했다. 결국 주무부처의 법률적 판단보다 청와대의 성과연봉제 도입 의지를 강조하며 국토부가 총대를 메기로 의견이 모아졌다. 강호인 국토부 장관이 철도파업 돌입 첫날 노동부와 법무부 장관을 대신해 ‘불법파업에 강력 대처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데는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문제는 정부가 청와대 눈치를 보며 노조와 일절 대화 가능성을 차단하면서 시민들의 불편과 물류대란이 점점 현실화하고 있다는 데 있다. 당장 철도파업이 6일로 10일째를 맞이하면서 화물열차 운행률이 평상시 40%대로 떨어진 가운데 10일부터 화물연대의 전면 총파업이 예고돼 있다.

정부는 파업 장기화에 따른 노조에 대한 비난여론을 기대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여론이 반드시 정부가 예상한 대로 흘러가리라는 보장은 없다. 이번 파업이 정부가 노동법에 정해진 노동자 동의 절차를 무시하고 불법적으로 성과연봉제를 밀어붙이면서 시작됐기 때문이다. 정부 스스로 불법성을 확신하지 못한 상황에서 노조의 대화 요구를 마냥 거부하는 데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서울시 지방공기업 노사합의가 보여주듯 힘이 아닌 노사 간 자율교섭만이 일방적인 성과연봉제 도입으로 초래된 현 파업 사태를 푸는 유일한 해결책이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10062106015&code=990101#csidx0f3df4eee80bc34b349e91047ddb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