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시

시집 한국 전쟁 (원고본)

이윤진이카루스 2025. 6. 22.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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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한국 전쟁

 

 

1

승리와 패배가 뒤섞인 내전

겉으로 이념 때문이라지만,

쇠붙이가 살을 들쑤시는데

정치가

연설을 늘어놓는다.

 

찬란한 언사에 숨은 비웃음

기생집에서 폭소 터지고

술 따르고 노래하는 여인네

목 돌려 머리카락이 흩어졌다.

 

 

 

 

 

 

 

 

 

 

 

 

 

 

 

 

 

2

벼 익어가는 가을 논

낮의 햇볕 무의미하고

나락이 장독에서 사라지면

옅은 꿈

흐릿한 길을 따라갔다.

 

생애란 마냥 궁핍한 것이라고

배고픔 스스로 깨닫는 것,

화약 터지는 땅

부르르 떨고

서로 삶에 눈을 흘겼다.

 

 

 

 

 

 

 

 

 

 

 

 

 

 

 

 

 

 

 

3

빈 저녁에 굶고 잠들어

밤을 인사불성으로 지내면

밝아오는 아침 불투명하다.

 

밤이 찾아오듯

아침 해 반드시 뜨지만

이불에서 나오는 걸음걸이

휘청거린다.

 

지난밤 연탄불 방안에 피우고

잠든 한 가족

해 떠도 기척 없다.

 

저녁에 복어알 먹고

한 가족 사라졌지만

철든 이들

아유 알아도

말 꺼내기 두려운 까닭

누구에게나 닥치는 운명이고

먼 산 바라보고 서 있다.

 

먼 동네에서

첩자 잡혔다는 소문 돌고

밤마다 평양에서

남쪽에 있는 누구에게

숫자가 라디오로

끊임없이 전달되는데

사람들은 어깨 들어 올리고

고깃배 타거나 탄광으로 갔다.

 

 

 

 

4

아이에게

부모는 집에 없는 존재다.

 

어디로 갔는지

알 필요도 없었던 것

오래되었고

부뚜막에 앉아

홀로 밥을 먹었다.

 

밥과 간장

참기름이나 들기름인데

콩기름은 감자 볶을 때 쓰고

맨밥에 비비면 비린내가 났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흉년

틀림없이 나타나는 흉어기

돼지 사료인 밀기울로

수제비 만들어 먹거나

간장 푼 물만 마시고

하루 이틀 누워있었고

몸이 땅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

 

비쩍 마른 몸이 성장한다는 것

뼈가 잘 자라지 못해 곱사 되거나

버짐 피는 머리에

파리가 달라붙었고

야윈 얼굴

누리끼리하고 퀭한 눈

야비한 광채 번들거려

죽음

삶보다 실존적이었다.

 

개구리 다리 잘라서 구워 먹거나

가을 메뚜기 굽는 손 바쁘고

쑥 캐어 귀한 밀가루에 버무리는 쑥버무리

이제 사람들

건강식이라고 한다.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

작은 공포도 두려운 이유

개구리 패대기치고 메뚜기 불태우며

무심한 이유

절실한 실존과의 거리 때문 아닐까,

패대기 당하고 화형당하는

인간 모습 때문 아닐까.

 

 

 

 

 

 

 

 

 

 

 

 

 

 

 

 

 

 

 

5

숯과 고추 새끼줄에 끼워져

마당이나 대문에 걸린다면

아기 태어난 집으로

이웃의 접근 막는다.

 

금줄에

숯만 새끼줄에 걸리면

여아가 태어났고

숯과 붉은 고추 있다면

남아 태어났다.

 

아이 태어나면

뜨거운 물에 세균 박멸하여

먹이고 입혀 접근해야지만

병균은 귀신 짓이라고

금줄이 격리 신호였다.

 

전쟁이 진행되고 끝장나도

아이들 끊임없이 태어났고

죽음과 탄생으로

세상이 돌아갔다.

 

세상을 멈추려는 자

만행 무엇인가?

 

먼지 날아다니는 일본이 만든

비포장 신작로에 앙상한 전신주

여름날 벼 심어진 논에

농부

징발을 강제하는 벼슬아치 알지 못하고

스탈린주의자 휘두르는 붉은 깃발 모른다,

망치와 낫 무엇을 뜻하는지.

 

벌레

아기의 생명 파먹는데

금줄 쳐진 초가집 앞으로

철기시대 자랑하는 군대

행진한다.

 

 

 

 

 

 

 

 

 

 

 

 

 

 

 

 

 

 

 

 

 

 

 

 

 

6

저녁마다 초가집 굴뚝에서

솟아오르는 연기

춤추며 공중으로 흩어졌다.

 

이웃집 알까 두려운 집에서

몰래 잡곡밥 짓고

이웃집이 알까 창피한 집

은근히 잠을 청해야 한다.

 

칭얼대는 아이 소리와

자지러지는 갓난아이의 울음.

짙어지는 어둠 속에서

저녁연기 피어오르지 않는 집?

 

나뭇짐 지고 내려오던 아비

소나무 갈비 긁어 동이던 어미의

심장 느끼면서

삶 치장할 여유가 있는가,

자연이 아름답다고 말하는가?

 

 

 

 

 

 

 

 

 

 

 

 

7

로키산맥 출신 해밀튼(Hamilton)

몰래 들은 아버지의 말 궁금하여

19년 미국 교사 생활 떠나 이 땅에 왔는데

한국 전쟁에 헌병으로 참전했던 아버지

사람들이 굶주린다고 가지 말라,

전쟁 얼마나 잔인한지 군인 될 생각 말고

한국에 가는 것 말렸단다.

 

경기도 어느 학교에서 영어 가르치며

온통 빨간색 간판 모두 이발소로 알고

여기서 머리 깎는 일 너무 쉽다고,

한국 과거의 그런 나라 아니라고

미국에 소식 전하고

일본에 무조건 적대적 아이들에게서

맹목적인 정치적 교육 알아채곤 했다.

 

부대찌개 troop soup라고 금방 알아채고

미군 방송 이야기만 해도 얼굴 경직되던

40세 넘은 해밀튼

결혼하지 않는 이유 묻자

하고는 싶지만 적당한 여자 없단다.

 

외로운 시간 공원에 나가 앉아있으면

힐끗거리고 손가락질하고 수군거리는

한국인들 이해할 수 없다고

표현하지 않지만 역겹다는 표정 지었다.

 

어느 날 복도에서 해밀튼의 수염 만지작거리는

아이에게 나는 일갈해버리고 그는 붉어진 얼굴

어쩌지 못하고 처량한 눈초리로 나를 외면했다.

 

자신을 사랑하던 어머니 일찍 세상 뜨고

한국에 있는 동안 아버지도 사망하여

아버지 떠나보내고 돌아온 해밀튼

어릴 적에 들은 부모님의 대화 전해주는데

아버지

한국 땅에서 여자를 지프차에 매달아

철조망으로 돌진하는 것 보았단다.

 

여자를, 지프차에, 철조망으로?

피가 멈추는 듯 황급히 물었다:

누가? 그 여자 누구였나?

모른다. 어릴 때 몰래 들은 부모의 대화일 뿐.

그 후 부친은 내가 군인 되는 것을 막았다.

 

전쟁고아를 미국으로 데려간 많은 미군

미담과 함께 저런 인간도 있었구나!

 

내가 나를 버리고 인간이 인간을 버렸을 때

역사

사람을 잔혹하게 지배한다.

 

후기:

해밀튼은 한국에 1년 동안 머물렀고 미국으로 복직했다.

 

 

 

 

 

 

 

 

 

 

 

8

연무(煙霧) 내리는 초가마을

노을이 비껴가면

때맞춰 일제히 솟구치던

굴뚝 연기가 기괴했다.

석양일까, 밤일까, 아침일까,

생명

조야(粗野)한 들판에서

문명을 두려워하다 침략당한다.

 

여전히 상감마마의 귀신 어른거리고

백성은 머리 조아리며 민주주의 몰랐다.

 

두려움

내부 적에서 시작되는 것

제국주의의 환영(幻影) 지나가고

예속된 자의 슬픔 꽁꽁 묶여있다.

 

당신이 무지한가 내가 잔인한가,

냉소가 퍼지고

발가벗겨진 생명에게 무의미한 언사.

 

냉혹한 창검을 문명이라고?

온정과 냉담 함께 존재하지.

 

 

 

 

 

 

 

 

 

9

승리도 패배도 아니게

전쟁 어정쩡하게 끝나고

바닷가 사람들 배를 곯았다.

 

보릿고개

밀기울로 넘길 수 있어

생명을 연장할 수 있었지만

궁핍의 시절에 그것 또한 귀했다.

 

겨울 오면서

달랑거리던 곡식 떨어지면

추운 날씨

빈 곡식 단지와 얼어붙고

시간

빨리 지나기를 기다릴 따름인데

포만 모르는 아이들의 눈망울 따라

낮은 길었고 밤은 뒤채다 지쳤다.

 

바닷가에 불어오는 바람에 파도 흩어지고

부두에 얼어붙은 소금물

짧은 해를 비웃을 때

파도에 밀려온 미역을 주웠다.

 

알곡 부스러기와 미역 먹고 살아가노라면

막연하지만 걱정 잊고 살 수 있었나?

 

오십 년이 흘러

습관적으로 물미역 산다.

 

두뇌 일부에 각인되어

유전자 초기형태로 보이는

물미역이라도 확보하고 싶은 기억

어물전에서 눈알을 굴린다.

 

줄기는 초고추장에 비벼 먹고

이파리 국 끓이곤 했는데

아스라이 추억으로 남았다.

 

어리석은 세월 막으려고,

유전자 초기형태 떨치려고

지금 무엇 하는지...

 

 

 

 

 

 

 

 

 

 

 

 

 

 

 

 

 

 

 

 

 

 

 

10

국가라는 두억시니 믿어

사나운 미치광이 되어

농투성이가 기르던 닭 잡아먹고

딸 겁탈하며 희희낙락하던 때

산골로 도망친 백성에게

인민이라는 귀신 이름으로

빨치산이 국가를 처형하자

반도

눈물로 세월을 이어갔다.

 

살아남아야 한다는 명제

살 떨리는 시간에

유전자로 각인되고

국가처럼 인민도 맹목적이어서

내세 믿으라는 도깨비

몸집을 불렸다.

 

생명만 보존하면

훗날 기약할 수 있으려니

슬픔 감추고

냉정한 표정으로 기다리면

웃음을 되찾을 수 있으려니

밀기울떡에 간장 반찬으로 먹으며

땅 파고 도로 닦으면서 살았다.

 

부황든 얼굴이 갈망하는 것

잘살아보자는 기치 따라갔고

남은 것이 전쟁의 폐허였기에

외국돈 받으며 물건 만들었다.

 

자본 무엇이냐고?

많이 만들어서

많이 파는 것인데

무엇이 잘못되었고,

먹여주니까 과거 잊었냐고

통치자

이빨을 드러냈다.

 

눈물로 살다 보면

언젠가 그치고

니체의 말처럼

최후에 웃는 승자 되리라.

그렇게 농투성이 살아남았고

딸자식 결혼해서 캐나다에 살고

아들 대도시에서 회사 다니면서

소위 안정된 생활 꾸려 가는데

늙은 부모에게 눈물샘 남았다.

 

 

 

 

 

 

 

 

 

 

 

 

 

 

 

 

 

11

전쟁 끝나고

사람 드물어

농토에

곡식 잘 자라지 못해

농사용 소 제외하고

가축 많지 않았다.

 

나무꾼이 지고 온 화목이 매매되는 장터

겨울 동안 김치 사서 먹어야 하는 식구에게

엄마는 흑백사진으로 남은 사람

보릿고개 지나 감자가 나도

여름마저 추운 계절이었다.

 

어쩌다 돼지 한 마리 잡으면

동네 사람들 눈이 돌아갔고

장터 국밥집에서

흘러나오는 고기 냄새에

굶주린 창자 마구 요동쳤다.

 

돌고래 곱뎅이가 삶아져 소쿠리에 얹히면

검은 피부가 번질거리도록 기름 흘렀는데

희한하게 맛있는 냄새 공중에 퍼지며

정신이 아득해졌다.

 

폐기된 철로 위에 판잣집 다닥다닥

유리병에 사탕 파는 가게 있었는데

눈깔사탕과 센베 과자 진열되고

소주를 주전자에 뒷박으로 팔았다.

 

외상으로 소주를 사 아비 심부름하며

비틀거리는 시간

밤낮으로 지나갔다.

 

밀가루로 뽑아 갈대막대기로 말리던

국수

오가며 훑어보는 양식이고

끼니 때운다는 생존이었고

생명

막대기에 걸려 대롱거리며 돌았다.

 

 

 

 

 

 

 

 

 

 

 

 

 

 

 

 

 

 

 

 

 

 

 

 

12

신작로 비포장 자갈길 따라

투박한 고물 버스 터덜거리고

짙은 초록색 군용차 내빼면

정신을 휘감는 휘발유 냄새

배 속 기생충 없앤다고

아이들에게 휘발유 냄새 권했다.

 

부모 없는 집안에서

고독

너덜거리는 식량보다

절망을 아이에게 안기고

끝없이 반복되었다.

 

어른의 그림자 돈 벌러

도망치듯 집 떠났지만

세월의 포로 되어

돌아갈 곳조차 희미했으리라.

 

누가

사랑 알았던가,

외로움의 끝을 보았나?

혼자가 편했고

지금도 헤어나지 못한다.

 

 

 

 

 

 

 

 

 

13

늦은 오후

소년 시장에 간다.

할머니가 파는 김치

냄비에 사 넣고

군용전화선으로 엮은 장바구니

콩나물 두부 생선이 들어갔다.

 

땔나무 시장에

지게에 나무 얹고

검불 쌓아 둔 촌사람

초조하다.

 

값 묻고 소년이 앞장을 서고

나무꾼 지게를 지고 뒤따르면

겨울

뉘엿뉘엿 기운 해 먹는다.

 

읽을거리 만화와 학원 잡지뿐인 어촌

아이들 만홧가게에서 훔치고

손수레 밀어주는 체 양미리를 쓱싹했다.

 

긴 터널을 지나면 눈의 나라(설국)

훗날 읽었는데

터널 지나야 봄이지만

겨울 시작되면 양식 떨어지고

보릿고개 시작되면 방황 깊어져

생생하게 느끼는 기억의 조각

시장과 들판, 항구에 있다.

 

 

 

 

14

막걸리 거르고 남은 찌꺼기

지게미 먹은 아이

불콰해진 얼굴로 휘청거린다.

 

깔깔하고 짚 냄새 풍기는

밀기울

떡을 만들어 먹는데

밀가루라도 섞으면

얼굴이 환하고

그마저 충분하면 안심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어떻게 지나는지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보릿고개에

밀기울도 없고

쑥버무리

묽은 쌀죽

강냉이죽

좁쌀죽

수제비

밀가루 국수로 연명,

바닷가에 살면 반찬은

계절에 따라 잡히는

오징어

양미리

도루묵

꽁치

멸치 따위와

고춧가루 소금에 버무린

김치뿐

육류

냄새도 드물다.

 

소나무 껍질 벗겨 먹으면

소화불량에 얼굴 검어지고

물에 간장 타 배 채우는

대낮의 햇빛

눈이 부셔 드러누운 몸뚱이를

조롱했다.

 

보릿고개

푸른빛 아니라 회색빛

화사한 봄과 여름 사이

태양

빛이 무의미하고

사람

눈 뜨지 못했다.

 

인간

동물로 돌아갔을 때

배 채우며 연명할 때

슬픔

절망이 되었고

육체는 늘어졌다.

 

희망

얼마나 요원한 사치던가,

절망

악착같은 현실이었고

기억의 뒤안길에 각인되어

끝내 붙들고 늘어져

태양이 비웃었다.

 

과거를 사랑하지 못하면

미래를 위하여 기억하라,

겹겹이 쌓인 허탈한 시간을.

 

 

15

킹덤 오브 헤븐의 마지막 장면

싸울 수 있는 자는 무릎 꿇고

몰려오는 사라센군 앞에서

기사 작위 받았다.

 

고려시대

외적과 싸워 패배 드문데

몽골 침입하자

충주성 전투에서 김윤후

노비문서 불태워

하층민이 스스로 싸웠다.

 

왜구 평정한 장군

왕의 명령 받고

위화도까지 올라가

만주를 바라보니

승산 보이지 않아

냅다 쿠데타 내질러

철없는 왕명 쓸어버렸다.

 

충성만으로 속보이니

효도 보태 백성 정신

쇠사슬로 묶었으니

충효

오백 년 공자 맹자

인의예지 따져 공허하고

과학과 철학

땅에 처박혔다.

 

무반 내치고 문치 내세워

문약에 빠진 나라

한 번도 이긴 적 없고

이순신 명망이 높아지자

선조

자신의 보위 위태롭고

간신배들 뒤에서 모함해

투옥되고 자살하듯 전사했는데

명나라 장군

이런 나라에 사냐며 중국으로

망명하러 자기랑 같이 가자고.

 

왕조시대

에레혼 사람들처럼*

어버이로 군림하는 전하와

눈치 보며 권력을 탐하는

신하만 있었다.

 

신화(神話)가 난무했는데

셔우드 숲의 로빈후드처럼

좀도둑 임꺽정 뻥튀기되고

일지매 홍길동 귀신 나타나

스산한 밤 백성을 위로했다.

 

역사에서 공짜 없듯이

전쟁이 쓸어버린 땅에

임금도 백성도 녹아버리고

미국의 민주주의가 침입했다.

 

민주주의

정권은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백성 스스로 다스리는 것인데

코 잡혀 끌려가는 충효 백성.

 

빈궁이 몸에 배고

꿈틀거리고 살다 보니

한 가지 생각에 묶여 살며

민주주의 공산주의

구분 못해 서로 살해했다.

 

전쟁은 폐허만 남기고

마음에 남은 것

살아야겠다는 일념

존재하는 삶의 양식들

모든 차원에서 사라지고

무턱대고 사는 나날

단세포 동물처럼

꿈틀거렸다.

 

후기:

*에레혼 사람들(Erewhonians)은 자기 중에서 철학자가 나타나서 마술을 써서 현존하는 제도가 엄격한 도덕적 원칙에 근거하지 않는다고 자기들을 설득함으로써... 자기들을 몰고 가면, 완전히 통제당하여 논리의 사원에 재빨리 일반상식을 갖다 바치는 순종적이고 오랫동안 고통을 당한 민족임이... 알려질 것이다.

ㅡ 새뮤엘 버틀러(SAMUEL BUTLER), 칼 포퍼 저, ‘열린사회와 그 적들(The Open Society and Its Enemies)에서 ㅡ

It will be seen... that the Erewhonians are a meek and long-suffering people, easily led by the nose, and quick to offer up common sense at the shrine of logic, when a philosopher arises among them who carries them away... by convincing them that their existing institutions are not based on the strictest principles morality.

 

 

 

 

 

 

 

 

 

16

잘 살게 해준다면 무조건 표 준다는 사람

사흘 굶으니 창자가 끊어지는 듯해

집 나간 엄마 빵 사 들고 돌아와 살아났는데

막노동하며 서울에서 살아간다.

 

전쟁 후 생활고로 집단자살 흔한 소식일 때

하루 굶으면 시간조차 혼미하여 흐르는지 모른다.

 

본능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시간 연장하여 생명 늘릴 수 있을 듯하여

방바닥에 부서지는 햇빛

퀭한 눈으로 바라볼 뿐.

 

냇가의 모래가 곱고 맑던 시절

버들개지 핀 둑길 거슬러 올라가면

쑥이 무진장으로 돋아난 밭둑에서

종다리 수십 마리가 날며 소리쳤다.

오지 마, 다가오지 마

여기는 우리의 영역

알 낳아서 기르는 집이다.

 

보리 여물어 황금빛으로 변하면

쑥버무리로 생명 이어가던

굶주린 시간

느릿느릿 풀리고 감자와 보리 여물고

햇살

굶주린 얼굴에 검붉게 부서졌다.

 

농부와 어부, 나무꾼이 고작이던 땅

대포가 땅을 울리고 전투기 하늘 날고

군용 트럭

비포장도로 질주했는데

1차 산업 시대

심심하고 일자리 태부족

젊은이들 휘파람 불며 처녀 희롱하면

치마 움켜잡은 여인

종종걸음으로 달아났다.

 

개인과 개인

가족과 가족 사이에

적대감이 흘렀는데

동네와 동네 사이

말해서 무엇하나?

 

인상 쓰고 만나면

싸움질

발길질 주먹질이 흔하고

여자들도 머리채 휘어잡고

악쓰며 늘어지는 광경

드물지 않다.

 

세월 흘러 늙어서 삶을 바라보면

이런저런 끝장에 무덤덤할 때 있어

젊을 때 애틋하던 삶

퇴색하는데

두렵고 아까운가?

 

 

 

 

 

 

 

 

 

 

17

산업혁명 후 수백 년 흘러

농사에 매달려 살던 나라

쇠로 만든 흑선 타고 온

페리 제독에게 굴복하여

기계문명 추구한 일본에 먹혀

별안간 찾아온 질식과 살육.

 

장례식이나 결혼식 때

궁핍한 가족이 벌이는 음식 치레

이웃 아낙네

일손 돕다 몰려든 자기 새끼에게

눈치 보며 음식 떼어 먹이고 내쫓았다.

 

소작농들

담배 연기 매캐한 방구석에서

핏발 선 눈으로 화투장 매만지며

살아남고자 교활하게 경쟁할 때

무료한 질식

지레 시작되었다.

 

후기: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왕립학회(the Royal Society)와 나중에 영국 과학진흥협회(the British Association for the Advancement of Science)(그리고 훨씬 후에 미국 협회[American Association]) 협력적이고 조직화된 연구라는 베이컨의 관념을 실행하려는 의도적 노력으로 결성되었다. 그리고 아직도 효력을 지닌 1663년 왕립협회의 제2 헌장에서 나온 구절을 인용하는 것이 흥미로울 것이다. 그 구절에 회원들의 연구는 실험에 의하여 자연과학과 실용적 기술을 [다시 말해서, 산업기술] 창조주이신 하느님의 영광과 인류의 이익에 따라서증진시키는 목적을 지닌다고 쓰여 있다. 이 구절의 결론은 거의 문자 그대로 베이컨의 지식의 증진(The Advancement of Knowledge)이라는 책에서 따온 것이다.

그리하여 이 실용주의적-기술적 자세는 처음부터 인도주의적 목표와 결합되어있었다: 일반인들의 복지 증진과, 궁핍 및 굶주림에 대한 싸움이라는 목표. 영국과 유럽의 산업혁명은 베이컨을 그 선지자로 하여, 철학적이고 종교적인 혁명이었다. 산업혁명은 지금까지 너무 느린 기술의 진보를, 지식과 연구를 통하여, 가속화시키려는 생각에 의하여 고취되었다. 산업혁명은 지식을 통한 물질적 자기-해방이라는 이념이었다.

ㅡ 칼 포퍼, ‘이론구조의 신화(The Myth of the Framework)’, 1996, 198)

 

 

 

 

 

 

 

 

 

 

 

 

 

 

 

 

 

 

 

 

 

 

 

 

18

쌀이 없는 길고 긴 겨울 중간

싱싱한 양미리

부둣가에 쏟아졌는데

입에 들어갈 소중한 먹이.

 

손수레에 실려 덕장으로 운반되는 양미리

덜컹거리면 철철 넘쳐 몇 마리씩 쏟아지고

아이들 쇠꼬챙이로 찍어 슬쩍했다.

집에 가져가 먹는지

팔아 학용품 사는지

지금도 알지 못하는 일

또래들 그렇게 살기도.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지

행복에 겨워 알지 못해?

얼마나 처절할 수 있는지

외면하고 살아서 모른다?

 

군대에서 갓 제대한 담임교사

배운 기합 유감없이 써먹어

국기 게양대 시멘트 바닥에

꼬마들 주먹 쥐고 엎드렸다.

 

잔혹한 학교

자유롭고 싶은 아이들

바닷고기 갈무리하며

어느덧 여름 지나가고

해수욕 유일한 낙인데

모래밭에서 없어지는 고무신!

 

신발 잃고 왔다고 얻어맞고

얼음 지치다 옷 더럽혀 쫓겨나

절름발이 청소년 되어버려

유년기 잃은 어설픈 어른.

 

정의와 진리?

삶이 정의고 생명 진리여서

너의 것이 나의 것이기도.

 

만홧가게에서 책 고르는 척하며

옷 밑에 만화 훔쳐 나오던 친구

누구였는지 기억나지 않고

학원이라는 유일한 학생잡지와

너덜너덜 낡은 만화책

몇 번이나 돌려보았던지.

 

 

 

 

 

 

 

 

 

 

 

 

 

 

 

 

 

 

19

스톡홀름 증후군

기억 잃은 시절부터

강인한 인간이 존경스러웠다.

패튼 장군

하버드 출신 미국인에게 물었더니

존경하지만 좋아하지 않는단다.

 

오랜 세월 흐르도록

강력한 주장에

넋 놓고 빠져들었는데

위선과 겁박에 정신병

늙어서야 알고

후유증 앓는다.

 

몸뚱이 가릴 수 있다면

어떤 옷도 입던 시절

단칸방에서 한 가족

뒹굴며 살았던 생활

가축과 달랐던 점

꿈이 있었다는 것뿐

먹고 사는 것

동물 본능과 같았다.

 

음식이라면 남길 수 없던,

휘청거리고 눈치로 살았던

각인된 증후군.

 

여인네

화장품 생기면

변질되어 버릴 때까지

본능과 불안 사이에서 미적댔다.

 

남정네

엥겔지수가 걸린 목구멍

지레 주눅 들어 술 취해 잠든다.

 

 

 

 

 

 

 

 

 

 

 

 

 

 

 

 

 

 

 

 

 

 

 

 

20

승전 패전도 아니며

종전 아닌 휴전 후

미군 장성

미군이 최초 패한 전쟁이란다.

 

온전한 도시 건물 없고

개울물 건너는 다리

밑에 판자 움막치고 살던 사람

삐져나온 누더기 이불 덮고

추위에 웅크리고 자다 깨곤 했겠지.

 

목숨

풀칠질에 몰두하던 시절

다리 밑 사람

깡통 들고 집집 찾아가지만

내일 기약할 수 없는 사람들의 땅

누가 누구를 동냥하는지 알지 못해.

 

기억한다,

시뻘건 김칫국물이 든 깡통 속 밥.

 

비겁하게라도 살아남아

세상에 복수했던 사람들

투박한 손바닥

훈장처럼 지니고

손자들 안았는데

지식인들

건설인 부의 낡은 구두 외면하고

체면이나 안일 아니면 죽으리라?

 

제 식구 챙기지 못하는 놈

아내 맞아 자식 낳는 행각을

본능으로 치부하고

판도라 상자에 희망만 솟았다고

자위하는 동물로 환호하나?

 

한국인들

이탈리아인들 닮았다는 주장

훤화(喧譁) 습성 말할 터

진짜 민주주의 아니고

소박한 민주주의인가.

 

말이 좋아서 소박이지

원래 철없다는 말로

국수주의와 다름없는 꼴

반만년 역사와 환단고기

신화일 뿐

영화로 만들면 대박이어서

전쟁하는 모습

얄궂은 교미 모습 보여주며

전쟁 잊으시고 부자 되세요!

 

 

 

 

 

 

 

 

 

 

21

범죄자지만 자본주의 희생물이라고

인민의 적보다 대우받지만 범죄로

시베리아에서 중노동 하던 소련인 발카

가진 자에게서 빼앗아

가난한 자에게 주는 스탈린

철의 인간이라는 뜻이라며

문신 새기고 조롱당하면

위협하며 숭배하는데

무지막지한 이념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호모 이데올로기

불가피한 현상이라면

살인 금지

쇼펜하우어의 언명과 양립될 수 있나.

 

성경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 있어도

나 외에 다른 신 섬기지 말라는 계명

유대인의 하느님일 따름

많은 인종

자기 신을 믿어

크세노파네스

에티오피아인의 신() 흑인이란다.

 

한국 전쟁에서

자행된 즉결처분

즉석에서 부하 사살할 수 있는

상관의 전시 권한을 말할 터

레닌그라드 공방전에서

소련군 상관

징집병들에게 읽어주던 소련 어머니의 편지

아가야, 조국을 위해서 목숨을 바치라!’

세상 어머니

누가 아들에게 죽음 요구할지?

 

즉결처분의 유래 알 수 없지만

유럽인에 대한 일본인 열등의식

자살 특공대 모집해서도 이기려는

절망감의 최후 발악?

 

패배를 최악의 수치로 간주한

다이묘와 쇼군의 처절한 자학극?

나치에 대항하는 소련군에도

돌격시키고 뒤에서 후퇴자 사살했으니

야만 국가의 관행?

 

조국

지배하는 자 기껏해야 참주이고

스탈린처럼 한 명이 지배하는

암흑기 아니던가.

 

펠로폰네소스 전쟁

아테네 민주주의 말살하고자

스파르타인에게 성문을 열어준 자들

아테네의 참주들이고

통치자의 명령 없이

움직이지도 못한다던 자

소크라테스 사후 그리스 세계에서

가장 지혜롭다던 철학자로

왕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득세했고 지금도 대세다.

 

패한 아테네

참주들이 저지른 살육

전사한 사람들보다 많았다.

왕권과 지위 잃은

참주, 지식인, 차별주의자

귀족의 본성

드러내는 것일 뿐

각성하는 날 없다.

 

일본 선진국이고

나머지 아시아 국가 미개해서

일본인 존경받아야 한다?

 

2차 대전 전 도쿄 히비야 공원에서

유럽을 모방해 매일 춤추던 일본인 향해

유럽인들 원숭이들이 춤춘다고 했는데

외관 문명 취하기 쉽지만

내부 문명의 정신

먼저 배워야 한다던

후쿠자와 유키치도

결국 파시즘의 길 걸어서

지식인

얼마나 나약한가,

위선적인가?

 

후기:

*영화 및 전기 The Way Back에서.

 

 

 

 

 

 

 

 

 

21

1894년 오스트리아-미국 여행가

헤세 바르텍

조용한 아침의 나라 조선

여행했는데 조선인들

일본 관리보다

토색질 이골난 양반 관리를

더 증오했단다.

 

남자

곰방대로 담배 피며

종일 놀며 낮잠 자고

여자

새벽부터 일만 했는데

부자가 되면 양반이 모두

수탈해가서

노동도 산업도 없는

서울이 썩어갔단다.

 

거리는 내버린 오물과

개와 사람이 싸지른 배설물로 가득

전염병이 돌지 않은 이유

겨울은 너무 추워

병균이 창궐하지 못하고

여름에 소나기 내려

거리의 오물을 쓸어 버리고

개들이 사람 배설물

먹어 치우기 때문인 듯했단다.

 

조선군 서류상 120만 명

일본군 1개 연대에 패배했는데

문관이 군대를 지휘하고

죽은 자를 실제 병력에 넣어

아전들 군량미 착복했단다.

 

지방관과 아전이 하는 일

곤장질과

다리뼈가 부스러지는 주리질로

재산 약탈.

 

조선인 내면에 훌륭한 본성

정직인데 올바른 정권이 서면

세계를 놀라게 할 것이라 예언.

 

같은 해

영국의 이사벨라 비숍

조선을 두 번 방문했는데

부패 때문에 조선이 망하고

온갖 단점만 적시하고

금강산에 이르러서

약속의 땅(Promise Land)으로

경탄했다.

 

고종이 하는 짓

뇌물수수와 오입질뿐

미국인 고문 왈

저딴 S.O.B.가 왕이라니...

 

 

 

 

 

 

 

 

 

 

 

22

청산리 전투나 봉오동 승리

남한에서 좌파의 승리고

북한에서 보천보 전투보다 나으면

김일성이 평가절하되니

한국 역사에서 어떻게 보이나?

 

겨우 몇 명의 일본인 한국인 순사

사상당한 보천보 습격

과장을 거듭해 찬란한 대일항전이고

깡패 김두한이 왈

자기 아부지 김좌진

남한에서 활동하다가 일본 순사에 쫓겨

여염집으로 피신하면서

눈길에서 신발을 거꾸로 신어

발자국을 감추고

담장을 넘었다나 어쨌다나.

 

여염집에 아가씨가 있어

김좌진과 하룻밤에 만든 아기

김두한이란다.

 

여염집에 아가씨가 있고 하룻밤에

아기가 만들어지나?

자기 아부지 좇아 만주에 가서

독립운동할 것이지 점령된 땅에서

싸움질은 웬 말?

 

국회의원이 되어

오물을 국회에 퍼부었는데

무시무시한 중앙정보부에

잡혀 와 살려달라고 빌었고

요즘

야인시대로 미화되어

군중

미화된 폭력에 빠져드는 듯.

 

미국에서 마피아를 소탕하던 경찰관

좀팽이들의 살인 놀음이니

영화 많이 보면 어리석어진단다.

 

국가적 폭력인 군대 닮아

사회에도 주먹질과 각목

난무하던 전쟁 후의 난맥상.

 

 

 

 

 

 

 

 

 

 

 

 

 

 

 

 

 

 

 

 

23

2차 세계대전 후

일본 천황을 전범으로 사형시키면

천황을 신으로 여기는 일본인의

구심점이 없어져 일본 붕괴 염려

미국 국방성에서 일본군을 보니

한국인이 많아서 적대세력이구나

미국국무부에서 생각하니

소련과 중공의 공산 세력을 막으려면

이승만과 한국인의 자존심 살려

해방했다고 내질렀다.

 

대일항전에서 싸운

중공 8로군 소속

조선인 의용군 2개 여단

한국 전쟁에서 선봉대가 되어

전쟁 경험을 10분 발휘

휘몰아 남쪽으로 내려오고

연인원 수많은 한국인

일본군에 입대해 연합군과 싸웠다가

이승만이 급하게 재기용하니

얼씨구 민족 반역자 허물 벗겠구나

미국 무기로 미국 작전에 따라 싸웠지.

 

상해임시정부 김구

전쟁이 끝났는데

한국이 한 일없다고

미래를 걱정했고

얄타 회담에서

루스벨트, 장제스와 스탈린

한국을 점령하겠다고 합의했는데

지금도

소련군과 중공군이 떠났으니

미군이 점령군이라는 좌파와

미국 도움이 절실한 우파

해방군이라며

우물 안 개구리 싸움질에

미국이 웃는 소리.

 

 

 

 

 

 

 

 

 

 

 

 

 

 

 

 

 

 

 

 

 

 

 

 

 

 

24

학도병에 끌려가

상해임시정부로 도망친

김준엽과 장준하

장정과 돌베게 읽으면

임시정부 내각

감투 싸움질로 시간 보내

분통을 터뜨리니

김구

웃더란다.

 

미군 해외 전략부 OSS에서

노능서와 함께

한국 침투훈련을 받은 두 분

싸우지도 못하고

태평양 전쟁 끝나고

일본군 출신 박정희 독재에

끝까지 대들었고

등산에서 절벽에 추락했다는

장준하 님의 사인

아직도 수수께끼다.

 

박정희

여전히 권력자던 시절

장준하 님의 주기에

아내와 묘소를 찾았는데

부인과 아들인 듯한 사람

몇 명만 보았다.

 

 

 

 

 

25

단칸방인 듯한 앞집

홀아비와 청년 살았는데

군대에서 제대하며

예쁘고 젊은 색시를 데리고 왔다.

 

며칠 괜찮더니 아비와 아들

매일 소리 지르고 싸워

색시가 구정물 내버릴 때마다

얼굴이 하얬다.

 

의사가 달려오고

동네가 야단이 났는데

아들이 음독해

의사가 돌아간 후

곧바로 후유증으로 세상 떴다.

 

신혼에 지아비를 잃은

색시의 슬픈 얼굴

동네 사람의 애통으로 이어지고

홀아비의 친척들이 몰려와

사람을 패는 소리

악쓰고 울부짖는 노인 소리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고

며칠 후 색시는

보따리를 들고

남편이 떠난 집을 떠나갔다.

 

 

 

 

 

 

 

26

Project Soldier

참전용사 찾아다니는데

한국군

일제 강점기 나라가 없으니

집이 무의미하여 지키려고

참전했단다.

 

군대에 가면

굶지는 않으니 입대했고

버스에서 여학생이

배지를 보고 고맙다는

인사 처음 받고 울었단다.

 

미군 병사 평균 연령 16-18인데

적령기 청년 모두 도망가서란다.

 

요양원에서 정신이 희미해진

미군 하우스 보이 고 씨

먹을 게 없어 군화 광내고

온갖 영내 일을 도맡았는데

형처럼 돌보아주던 미군

늙어서 찾아왔고 자기 빼고 대부분 미군

하우스 보이를 시종처럼 부려 먹었단다.

 

사지 하나가 절단된 미군 대령

영웅은 모두 한국에서 죽었고

자기는 비겁자란다.

 

미군 참전자들은 대부분

끔찍한 기억 때문에

한국에 오지 않으려 하고

자기들 소모품이었다고 증언.

 

자유를 위하여 싸운다는 것

믿으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

흘러야 하는지

전쟁

입에 올리기조차 힘들다

 

필요악인 국가라는 이름으로

인간이 만들어

언제든 변할 수 있는

법률이라는 핑계로

사람의 목숨 요구할 수 있다면

어떤 이유로든

다른 사람의 희생 요구할 수 있나?*

 

한국

6월 한 달만 어쩌고저쩌고

징집 국가에서

군대에 간 대통령이 서너 명뿐

미국

일 년 내내 쉬지 않고 참전 군인

기리고 알리고 우선시하고...

 

후기:

*어떤 이유로든 다른 사람의 희생을 요구할 수 없다.

ㅡ 칼 포퍼 ㅡ

 

 

 

 

 

 

 

 

 

27

홀로 남한에 유학하러 왔다가

38선이 막혀

부유한 부모와 누나가 있는

북한으로 돌아갈 수 없어

국군으로 입대 시신도 찾지 못한

얼굴도 모르는

젊디젊었던 외삼촌

서울 국립현충원에 모셔져

매년 찾아가면

저 넓은 지역에 셀 수도 없는

무한한 비석과 이름

말이 나오지 않고 눈물만 흐른다.

 

때가 되면

찾아오는 정치인들

현충일에 엄숙한 척

국가를 위해 어쩌고 연설하는데

삼엄한 경호의 의미가 무엇인가?

 

저렇게 많은 젊은이

사망한 원인이

무엇인지 이해하나,

묘소에 앉은 유족의

한 맺힌 표정 이해하나?

 

삶을 보듬기만 하는 자들에게

살아가는 이유가 호사라면

저들이 전장에서 사라졌나.

 

후기:

명성에 대한 낭만적 역사주의적 도덕성은 다행히도 쇠퇴하고 있는 듯하다. 무명용사(無名勇士)로 인하여 그것이 밝혀진다. 희생이 익명으로 이루어질 때, 바로 그만큼 혹은 훨씬 더 많은 것을 의미할 것임을 우리가 깨닫기 시작하고 있다.

The romantic historicist morality of fame, fortunately, seems to be on the decline. The Unknown Soldier shows it. We are beginning to realize that sacrifice may mean just as much, or even more, when it is made anonymously.

ㅡ 칼 포퍼, ‘열린사회와 그 적들(The Open Society and Its Enemies)’, II, 277쪽 ㅡ

 

 

 

 

 

 

 

 

 

 

 

 

 

 

 

 

 

 

 

 

 

 

 

28

한국 연구기관 두 곳에서 발표한 내용

한국인 절반이 정신이상 증세를 보여

원인이 무엇일까?

 

미친 듯 삶을 붙잡고 늘어지며

재산에 매달리는 사람들의 정신

잔혹한 역사 때문 아닌가?

거기에

국가가 있었던가,

국민이 살 수 있었나,

민주주의가 작동했나?

 

폭력이 만연하던

국가

거리

가장

깡패

제정신으로 살 수 있는 자?

 

당신은

영향 없어

행복해

OECD 최고 자살률 국가에서?

 

성인 절반 1년 독서량

제로인 나라에서

아파트에 숨어

앞집도 옆집도

모르는 게 나아요.

피곤이 일상인데

왜 오가며 말 섞어.

 

유럽

미국

일본

1인당 독서량

아셔?

 

세계 최초 민주주의 국가

아테네

기원전 399

번성하던 서적 시장

오케스트라가 있었다고요.

 

후기:

어느 날 나는 플라톤이 집필한, 자기 판사들 앞에서 행한 소크라테스의 변명(Apology of Socrates Before His Judges)을 ㅡ 내가 아는 가장 아름다운 철학 작품 ㅡ 다시 읽었다. 그리고 많이 토론된 구절을 다시 읽으면서 나에게 새로운 생각이 떠올랐다. 구절 [26 D-E], 기원전 399년에 아테네에 번성하는 서적 시장으로 아무튼 고서들이 (아낙사고라스의 저서 자연에 관하여[On Nature]와 같은) 정규적으로 팔리고 그 고서들이 매우 저렴하게 구매될 수 있었던 시장이 있었음을 암시한다.

ㅡ 칼 포퍼, ‘나은 세상을 찾아서(In Search of a Better World)’, 110쪽ㅡ

 

one day I read again Plato's Apology of Socrates Before His Judges - the most beautiful philosophical work I know. And rereading a much discussed passage, I had a new idea. The passage [26 D-E] implies that there was a flourishing book market in Athens in the year 399 BC, a market, at any rate, where old books (like Anaxagoras' book On Nature) were regularly sold, and where they could be bought very chea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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