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시

고향집, 50년 후

이윤진이카루스 2025. 2. 27.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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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집, 50년 후

 

장미 넝쿨 퍼졌던 마당

넝쿨

늙어서 죽었는지

호박 줄기 꽃 피웠고

우물은 자취 없었다.

 

동생 낳고 세상 떠난

어머니

옷가지 태우던 기억,

사람들의 부산한 움직임

소리치며 초혼(招魂)했다.

50년이 넘은 기억

가물거려

골목길 몇 번이고 맴돌았다.

 

돌아갈 수 없는 기억의 저편으로

소리치며 달려가고 싶었지만

뒷마당에 사라진 살구나무처럼

내 몸도 밀려나고 있었다.

 

뒷길로 나서서 한없이 올라가면

맞닿은 태백준령이 동해 막아선 곳

산길에서 비틀거리던 나무꾼 아비

마중 나간 아들의 울먹거리던 그림자

아비 떠난 세상에서 아들도 늙었다.

 

신산스러웠던 삶의 적막 헤치고

봄이면 종달새 따라 올라가던 냇가

버들개지 꺾고 보리밭을 바라보았다.

 

모두 사라졌는지, 산속에 숨었는지

잃어버린 것들 기억에서 떠나고

용소(龍沼)에서 부들을 꺾었는데

아낙이 호미 들고 콩밭에 들락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