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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맹타하는 국수주의적 신문 환구시보 / 한겨레신문

이윤진이카루스 2016. 8. 12. 20:51

국제중국

사드 강경론 ‘환구시보’에 대해 알아야 할 7가지

등록 :2016-08-12 14:19

 

8월11일 <환구시보> 1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를 둘러싼 갈등이 유엔으로 확산됐다’ 제목으로, 사드 관련 소식을 전하고 있다.
8월11일 <환구시보> 1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를 둘러싼 갈등이 유엔으로 확산됐다’ 제목으로, 사드 관련 소식을 전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사드) 체계 한국 배치와 관련해 연일 한국 정부를 난타하고 있는 중국 매체가 있습니다. 이젠 낯설지도 않은 <환구시보>입니다. 나오는 목소리도 매섭습니다. 대표적으로 사드 배치 발표 이튿날인 지난 7월9일치 이 신문 사설은 한국 정부와 관련 기업에 대한 제재, 사드 배치론을 설파한 한국 정치인 입국 제한, 무력 대응방안 강구(시설 조준 포함), 대북제재 재평가, 중-러 연대 등 대응 방안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지금까지도 중국 내의 강경론은 이 사설 내용의 틀에서 유지되고 있습니다.

일부 한국 매체를 포함한 많은 국외 언론들은 <환구시보>를 ‘관영매체’라고 소개하지만, 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일 뿐 관영매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과연 <환구시보>는 누구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신문일까요?

미국 온라인매체 <쿼츠>가 최근(9일) 이 매체 총편집(편집인) 후시진(56)의 인터뷰와 자체 취재를 통해 심층보도를 내놨습니다. 이 기사를 토대로, 궁금한 질문들을 정리해봅니다. 많은 분들의 궁금증이 풀리셨으면 좋겠습니다.

참고로, 사드나 한반도 이야기는 없습니다. <쿼츠>는 ‘최근’이라고만 했을 뿐 정확한 취재 시기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1. 관영매체인가?

<환구시보>가 제작되는 건물은 베이징 차오양구의 ‘인민일보사 단지’ 내에 있습니다.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아예 <인민일보> 건물에 입주해있습니다. 하지만 <인민일보>와의 관계에 대한 후시진의 답변은 복잡합니다.

‘관영매체인가’라는 질문에 그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라면서 “<남방주말>과 <환구시보>는 둘 다 중국 체제 안에서는 당 매체이자 공식 매체지만, 우리는 가치관이 다르다”고 했습니다. 여기서 ‘당 매체’는 당의 감독을 받는 매체, ‘공식 매체’는 인가된 매체라는 뜻으로 보입니다. <남방주말>은 대표적인 진보 성향 매체입니다.

후시진은 또 “우리는 시장에 의해 운영된다”면서, ‘시장과 정부 중에 누가 더 중요하느냐’는 질문에는 “현재로선 정부가 더 중요하다. 만약 정부가 우리를 반대한다면, 우리를 제재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미국 온라인매체 <쿼츠>에 실린 기사엔 <환구시보> 건물 내부 편집국 풍경 등이 사진으로 소개됐다.
미국 온라인매체 <쿼츠>에 실린 기사엔 <환구시보> 건물 내부 편집국 풍경 등이 사진으로 소개됐다.

2. 당과 정부로부터 지시를 받는가?

사설의 소재와 방향에 대해 당국의 지시가 있느냐는 질문에, 후시진은 “절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거의 없다”고 말했습니다. “중국 체제에선 항상 명령이 있지만, 우리는 <인민일보>와 다르다”면서 “미국 <뉴욕 타임스>도 비슷할 것이다. 미 행정부가 관계를 통해 뭔가에 대해 써달라고 비밀리에 요청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후시진은 이번 인터뷰에서 <뉴욕 타임스>를 또 한 차례 거론했습니다. “<뉴욕 타임스>는 버락 오바마나 백악관을 대표하는가? 아니다. 우리가 중국 정부를 대표하는가? 아니다. 우리와 (중국) 외교부 및 국방부의 관계는 <뉴욕 타임스>와 백악관 및 행정부의 관계와 아마도 같을 것이다.”

3. 사설은 누구의 목소리인가?

<환구시보>에서 가장 주목받는 콘텐츠는 사설입니다. 후시진도 이 부분을 의식하고 있습니다. “고급 독자들은 사설에 주목한다. 외국 언론도 그렇다. 일반 독자들은 우리 기사를 본다. 하지만 <환구시보>의 영향력은 논평, 특히 사설에서 주로 나오는 게 맞다.”

후시진은 모든 사설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쿼츠>는 “후시진이 모든 사설을 직접 쓰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의견을 종합해서 쓸 편집자에게 불러준다”고 전했습니다. 후시진이 소개하는 자신의 판단 기준은 ‘국익은 민익’이라는 관점입니다. “나는 우리 편집국을 대표할 뿐이지만, 여론 주류와 매우 가깝다. 왜냐하면 나는 국가의 이익을 보호하기 때문이다. 국가의 이익은 대중의 기본적인 이익, 곧 모든 사람들의 이익의 최대공약수이다.”

관련해서, <쿼츠> 기자의 질문이 눈에 띕니다. 기자는 “전직 직원들 얘기를 들어보니, <환구시보>가 외국 언론에 인용되면, 그게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당신은 좋아한다고 하더라”라고 묻습니다. 후시진은 “일반론으로, 주목을 받는 것은 좋은 일”이라면서도, 국내 영향력이 더 중요하다고 답했습니다.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2013년과 2014년부터 각각 미국판,남아공판을 발간한 데 이어, 지난 7월7일부터 유럽판을 발행하기 시작했다. 유럽판 발간을 예고한 광고에선 “당신은 나가고, 우리는 들어간다”며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이용한 문구를 선보였다.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2013년과 2014년부터 각각 미국판,남아공판을 발간한 데 이어, 지난 7월7일부터 유럽판을 발행하기 시작했다. 유럽판 발간을 예고한 광고에선 “당신은 나가고, 우리는 들어간다”며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이용한 문구를 선보였다.

4. 당국의 목소리는 아닌가?

그럼에도 중국 안팎에서 <환구시보>에 대해 ‘관영매체’라는 시각이 제기되는 것은, 중국 당국의 목소리라고 여겨지는 부분이 많기 때문일 겁니다. 후시진은 “나는 당원이고, 군에서 복무한 적이 있다. 외교부와 공안에 친구도 많다”면서 자신의 이같은 ‘인맥’이 주요 취재원이 돼주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는 자주 모이고, 이야기도 많이 한다. 같은 감정을 공유하고, 같은 가치관을 갖고 있다. 우리의 생각은 크게 보아 같다. 그들은 마음대로 말하지 못하지만, 나는 할 수 있다.”

다만, 후시진은 <환구시보>의 논조가 곧 정책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긋습니다. “우리가 말하는 것은 많은 경우 관료들이 생각하는 것과 아마도 같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보도하고, 관료들이 아마도 같은 생각을 한다고 해도, 그것이 정책이 되는 것은 또다른 얘기다. 종종 생각과 정책 사이에는 간극이 있다. 어떤 생각은 결코 정책화되지 않는다.”

지난 4월 <환구시보>는 ‘중국이 3~5년 내 대만을 무력으로 접수해야 한다’는 제목으로 인터넷 여론조사를 실시했다가 당국의 경고를 받기도 했습니다. 후시진은 “그런 일은 자주 있다. 하지만 별 일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5. 중국은 <환구시보>를 좋아하는가?

베이징외국어대에서 언론학을 가르치는 장잔 교수는 <환구시보>에 대해, “좋아하지 않더라도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봐야 한다”는 말을 합니다. 후시진은 현재 <환구시보> 구독 규모에 대해, 신문 발행부수는 중국어판 100만부, 영문판 10만부, 누리집(홈페이지) 방문자 수는 1500만명이라고 밝혔습니다. 충성도 높은 독자층은 대부분 대학 교육을 받은 화이트칼라 직종의 남성이라고 <환구시보> 쪽은 전합니다.

이 신문이 지나치게 단순하고 위험한 매체라는 견해는 중국에도 있습니다. 원로 언론인 천지빙은 이 신문이 ‘애국 음모론’을 팔고 있다면서, ‘중국 상황을 비판하는 모든 지적은 중국을 파괴시키려는 악의적인 의도로 가득찼다’고 주장하는 매체라고 봅니다. 그는 블로그에서 “<환구시보>가 인기가 많아질수록, 중국인의 사회와 세계에 대한 이해는 왜곡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후시진에 대해서도, 그가 ‘댜오페이판더’(???的), 곧 프리스비(플라스틱 원반)를 던지면 물어오는 개라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던지는대로 받아온다는 얘깁니다. ‘조련사’는 물론 중국 공산당을 말합니다. 후시진은 “리버럴한 언론인들이 나를 자주 비판한다. 언론계의 활동적인 인사들은 항상 칭찬과 더 많은 비판을 받는다. 관점이 분명할수록 더 많은 지지와 더 많은 반대를 받는 법”이라고 말했습니다.

6. <환구시보>도 중국 당·정부를 비판하는가?

해마다 1989년 천안문 사건이 발생한 6월4일 무렵이면 <환구시보>는 관련 기사를 싣습니다. 2009년 20주년을 맞이해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1면을 관련 소식으로 채웠습니다. 지난 5월에도 1989년 시위에 참가해 수감됐던 이들이 마지막으로 석방된다는 소식이 이 신문에서 전해졌습니다. 천안문 사건을 금기시하며 아예 입을 다물고 있는 중국 사회에서, 그래도 <환구시보>가 유일하게 이 사건을 나름의 시각으로 다룬 셈입니다.

후시진은 중국 당국의 인터넷 통제를 거세게 비판하기도 합니다. 언론 통제가 완전히 없어져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나를 욕하지만, 나는 그걸 받아들인다. 정부도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다만, 그는 “우리나라는 ‘자유 언론’ 경험이 부족하다”면서, 당국이 규제 강화와 완화를 반복하면서 중국 나름의 방식으로 언론 자유를 확보해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8월11일 인터넷매체인 <환구망> 누리집을 갈무리한 사진. 오른쪽 아래 사드 한국 배치가 ‘신냉전의 상징’이라는 지적에 동의하는지를 묻는 인터넷 찬반투표가 진행중이다. 참가자들은 95%가 동의했다.
8월11일 인터넷매체인 <환구망> 누리집을 갈무리한 사진. 오른쪽 아래 사드 한국 배치가 ‘신냉전의 상징’이라는 지적에 동의하는지를 묻는 인터넷 찬반투표가 진행중이다. 참가자들은 95%가 동의했다.

7. 후시진은 누구인가?

후시진은 1960년생으로, 1982년 해방군난징국제관계학원을 학부과정을 졸업했고 1989년 베이징외국어대학에서 러시아어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대학원을 다닌 것은 군에 소속된 상태였습니다. 1989년 6월 천안문 사건 때 일을 묻자, “나도 광장에 있었다. 나도 극단적이었다”면서도 “학생이면서도 군인이었고, 규율이 엄격했기 때문에 만약 발각됐다면 붙잡혔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군의 무력 진압 전에 그는 광장을 떠났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인민일보>에 입사한 그는 소련에 파견돼 소련 붕괴를 목격합니다. “소련은 위대한 나라였고, 한때 내 마음 속 천국이었다. 그러나 해체 뒤 너무나 가난해졌다.” 또 유고슬라비아로 파견돼 전쟁을 취재합니다. “나라가 전쟁으로 해체돼버렸다. 충격이었다.”

이런 경험은 ‘천안문 광장의 열정적 젊은이’였던 후시진의 생각을 바꿔놨습니다. 국가가 모든 것을 주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중국은 큰 나라다. 한 순간에 통제권을 잃어버릴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통제권 부재가 어떤 것인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안다.”

1993년 주간지로 시작한 <환구시보>는 1999년 유고슬라비아(현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주재 중국대사관에 대한 미국의 오폭, 2001년 미국에서 발생한 9·11 동시테러 등 굵직굵직한 국제사건을 거치며 성장했습니다. 후시진은 1996년 부총편집이 되어 1999년 중국의 ‘10대 외사업무 걸출 청년’으로 선정됐고, 2005년 총편집이 되어 오늘에 이릅니다.

후시진 <환구시보> 총편집.(사진 출처 바이두백과)
후시진 <환구시보> 총편집.(사진 출처 바이두백과)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지난 7일 “최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등 지속적인 도발에 대해 중국 관영매체에서 사드 배치 결정이 이러한 도발의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것 등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환구시보>는 다른 외신이 이 소식을 “서울이 중국에 반격하다”는 제목으로 전했다면서, ‘적반하장’이라는 전문가의 평가를 덧붙여 보도했습니다. 사실상 청와대와 <환구시보>가 맞서면서 전선을 형성하는 모양새가 됐습니다. 지난 11일치 사설에서도 <환구시보>는 한국을 때렸습니다. “사드 문제와 관련해, 한국은 지금껏 자신의 위치를 명확히 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 얻은 것이 원래 얻으려 했던 것인지 아닌지를 서울도 모호해하는 것 같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