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노인성 안질환 ‘황반변성’/한겨레신문

이윤진이카루스 2014. 12. 31. 08:50

사회

의료·건강

노인성 안질환 ‘황반변성’ 실명 위험 높다

등록 : 2014.12.30 20:06 수정 : 2014.12.30 20:06

정상 망막.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70살 이상 5명중 1명꼴 황반변성 발병
비만·고지혈증·지방질 식사보다
비형간염·빈혈이 주요 원인으로 떠올라
노년 눈건강과 시력 유지에 금연이 필수
50살 넘으면 안과 정기검진 바람직

노인들의 실명 위험을 크게 높이는 질환이 있다. 녹내장이나 당뇨망막증, 백내장 등과 더불어 최근에 늘고 있는 황반변성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 질환은 망막에서 신경조직이 모여 있는 중심부인 황반이 노화 등으로 변성이 일어난 것을 일컫는다. 70살 이상 노인 5명 가운데 약 1명꼴로 이 질환을 앓는다는 통계도 있다. 이 질환의 원인이 그동안은 노화나 유전 등을 빼고는 잘 밝혀지지 않았다. 이번에 새로 나온 연구 결과에서는 비만이나 고지혈증에 해당되는 이들보다는 마른 사람에게서 잘 생기고, 비(B)형 간염, 빈혈 등이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나온 연구 결과를 중심으로 황반변성의 예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황반변성이 온 망막. 황반변성은 망막에서 나오는 노폐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망막 아래에 노폐물이 쌓이면서 원래 없었던 혈관이 새로 생성되는 등 황반 부위에 변성이 나타나 시력이 크게 손상되는 질환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비형 간염이나 빈혈 있으면 위험 높아져

박규형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교수팀은 2008~2011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40살 이상 1만4352명을 대상으로 나이대에 따른 황반변성 비율과 발병 원인을 분석했다. 우리나라 국민 가운데 황반변성이 나타난 비율은 40살 이상에서는 6.62%, 70살 이상은 18%가량이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황반변성이 더 많아진 사실이 우리나라 국민에게서도 확인된 것이다. 70살 이상 노인의 경우 40대에 견줘 황반변성이 나타날 가능성은 10배쯤 높은 것으로도 분석됐다.

황반변성에 걸리게 하는 원인을 파악한 결과 우선 비형 간염 항원을 가진 사람, 즉 비형 간염 환자나 보균자의 경우 그렇지 않은 사람에 견줘 발생 위험이 96% 높아졌다. 빈혈도 40% 정도 발생 위험을 높였다. 직업에 따라서는 생산직이 사무직에 견줘 82%, 무직은 60%가량 발생 위험이 높았다. 박규형 교수는 “평소 빈혈이 있거나 비형 간염에 감염된 환자나 보균자는 황반변성의 위험성이 높은 만큼 정기적인 안과 검사를 통해 황반부 이상을 초기에 발견해 황반변성으로 인한 시력 상실을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안과 분야의 국제 학술지인 <안과학> 최근호에 실렸다.

비만, 고지혈증은 위험 요인 아닐 수 있어

나이가 들면 노화 작용으로 황반에 있는 세포와 혈관의 기능이 떨어져 망막에서 나오는 노폐물이 제대로 밖으로 배출되지 못해 망막 아래에 쌓이면서 원래 없던 혈관이 생기는 등 황반변성이 나타나는 사람들이 있다. 즉 노화가 원인이 된다는 말이다. 드물지만 유전적인 영향으로 40대에 황반변성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지금까지는 나이와 유전 등을 제외하고 황반변성의 원인이 명확히 밝혀진 것은 없었다. 흡연과 지방질이 많은 식사, 비만, 고지혈증 등이 황반변성의 발생 위험성을 높이는 것으로 의심돼 왔지만 이번 연구에서 오히려 비만한 사람보다는 마른 사람에게서 더 많이 발생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또 혈관 건강에 이로운 것으로 알려진 ‘좋은 콜레스테롤’(HDL·에이치디엘) 수치가 높을수록 황반변성에 걸릴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좋은 콜레스테롤의 경우 수치가 높을수록 심장 및 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황반변성의 경우 예외로 나타난 것이다. 박 교수는 “기름진 음식 등 서구식 식생활이 나쁘다는 기존 학설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맞지 않는다. 오히려 균형 있는 식생활로 적정 몸무게를 유지하고, 빈혈과 비형 간염을 예방하는 것이 황반변성 발생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또 담배를 끊는 것이 노년의 눈 건강과 시력 유지에 크게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시력 떨어지는 속도 늦추는 치료는 가능

황반변성을 완치하기는 힘들다. 황반변성이 진단되면 치료 방침은 시력이 떨어지는 속도를 늦추는 것이다. 이태곤 건양대 의대 안과 교수는 “황반변성이 진단되면 치료를 한다고 해도 이미 잃어버린 시력을 회복하기는 힘들다. 현 상태의 질병이 더 악화하지 않도록 약물이나 빛을 이용한 치료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망막에 새로 생긴 혈관이 더는 자라지 않도록 하는 약물을 주사하는 방법과 특수 빛을 이용한 광역학 치료가 효과를 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조기에 발견할수록 실명으로의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으므로, 50살이 넘으면 적어도 1~2년에 한번씩은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받는 것이 권고된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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