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농성 중인 이재명 성남시장 인터뷰
이재명 성남시장이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 단식농성장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 시장은 행정자치부의 지방재정 개편안에 반대하며 이날로 9일째 단식을 이어갔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일만 떠넘겨 4조7천억 뺏어가
책임은커녕 지자체간 싸움 붙여
성남, 증세 없이도 복지확대
정부의 잘못 비추는 거울 -왜 단식을 하나? “그동안 정부가 지자체들에 교육비니 기초연금제니를 떠넘기고 약 4조7천억원을 뺏어갔다. 정부도 인정하는 액수고 돌려주겠다고 했었다. 하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그러니 전국의 226곳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220곳이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으면 바로 부도가 나는 상황이다. 남아 있는 6곳이 경기도의 수원, 화성, 고양, 용인, 과천, 성남이다. 여기는 정부 보조를 전혀 받지 않고 자체 세입만으로 운영을 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6곳에서 5천억원을 뺏어서 다른 지역에 나눠주겠다고 한다.” -부자 도시가 가난한 도시에 나눠주면 좋은 것 아닌가? “그게 바로 정부의 프레임이다. 지방 재정이 어려워진 근본적 이유는 정부의 무차별적인 융단폭격 때문이다. 돈은 안 주고 일만 떠넘겨 생긴 문제이니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하는데, 지자체끼리 싸우게 하는 거다. 6개 도시는 잘 먹고 잘살면서 다른 데는 내버려두고 있는 것처럼 호도하는 거다. 그동안 지방자치 제도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체계적이고 집요한 공격이 있었는데 지금 마지막 총공세가 벌어지고 있다. 특히 성남시처럼 말 안 듣는 곳은 근본적으로 손을 보자는 거다.” -성남의 이재명 시장이 눈엣가시란 말인가? “내 판단으로는 중앙정부 운영과 성남시 운영이 극단적으로 대비된다. 정부는 꼼수 증세를 해가면서도 빚은 150조가 늘고 복지는 축소됐다. 이에 반해 성남시는 수천억원의 빚을 갚았다. 증세는 전혀 하지 않으면서도 복지는 대폭 확대했다. 성남시가 정부의 잘못을 비춰주는 거울인 셈이다. 게다가 내가 중앙정부에 쓴소리를 많이 했다. ‘예산이란 의지와 철학의 문제다’ ‘정부에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도둑이 너무 많은 거다’ 등등. 나쁜 정부 입장에서 보면 강경하고 착한 지방정부가 불편한 거다. 나도 얌전히 있지 않고 심하게 했다. 이 나라가 비정상적인 사회인데 나는 머리가 될 가능성은 없으니 꼬리를 잡아 몸통을 흔드는 게 내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성남시의 변화를 통해서 대한민국의 변화를 만들어 내려고 하는 거다. 시장만 하려고 시장 하는 거 아니다. 세금은 이렇게 쓰는 거다, 권한은 이렇게 행사하는 거다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게 그 사람들에겐 기분 나빴을 텐데, 나는 일부러 기분 나쁘라고 하는 거다.” -너무 극단적인 방식으로 싸운다는 시선도 있다. “잘못된 걸 바로잡는 일은 가장 극렬하고 과격하게 해야 한다. 강도 잡는 데 점잖게 잡을 수 있나. ‘강도야~’라고 크게 소리를 질러야 옆집에서 알아듣고 함께 잡는다. 물론 대화가 가능하면 당연히 타협한다. 그런데 이 사회는 불법 부정이 너무 많다.” -지방재정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뭔가? “응급 대책으로는 가난한 지자체에서 뺏어간 4조7천억원을 원상복구해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지자체가 나랏일 40%를 처리하는데 지방세 비중이 20%밖에 안 되니까 결국 재정자립도는 50%밖에 안 된다. 나머지는 정부가 대주면서 맘대로 통제한다. 그러니 국세로 가져가서 나눠주는 게 아니라 지자체가 직접 세금을 걷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 여당도 정부도 말로는 다 인정하는데 절대로 안 한다. 통제권을 상실하니까.” 시장 일정 제출 요구한 것에
‘대통령 7시간’ 거론한 건
국민들 쉽게 이해시키기 위한 것
대선 경선, 당선보다 과정이 중요
샌더스 후보 안돼도 의미 있지않나 -행정자치부가 이 시장의 일정을 제출하라고 하자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일정을 내놓으면 내 90일의 일정도 내놓지요’라고 반박했다. 박 대통령을 끌어들인 건 전략적 의도가 있는 건가? “국민들이 이해하기 제일 쉬우니까. 대의민주주의 아래에서는 대통령이나 나나 머슴인 건 똑같다. 그런데 머슴계급에 대한 오해가 있다. 중앙정부는 위대하고 지방정부는 졸이라고 하는…. 이걸 깨야 한다. 내 정치적 이익을 위해서 하는 건 아니다. 사건의 본질을 이해시키는 데는 대통령의 예를 들면 분명해진다.” -싸우는 데 재능이 있어 보인다. “내 전문이 되치기다. 나 같은 마이너, 반골, 아웃사이더에게 주류 세계가 기회를 주나? 우리에겐 언제나 위기, 공격만 온다. 이 공격을 기회로 바꾸지 않으면 우리에게 영원히 기회가 없다. 내가 처음부터 맘먹은 게 있다.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 그걸 잘 찾아내서 되받아치면 국민이라는 심판이 판단한다. 단식 농성하는 것도 단순히 성남시 1000억원을 지키는 데 머무는 게 아니라 정부의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공격을 이겨내고 지방재정을 정상화하겠다는 거다.” -최근 <한겨레> 지면을 통해 대선 경선 도전 의사를 밝혔다. “대선 경선은 꼭 당선되는 데 의미가 있는 게 아니라 과정 자체가 중요하다. 공정한 질서, 공평한 기회를 누리는 상식적인 세상을 만들겠다는 내 뜻을 제시하고 알리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런 뜻이 다른 주자들에게도 받아들여지고 국가 의제로 채택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미국의 버니 샌더스도 ‘민주당 후보가 안 되면 의미가 없다’ 이런 것 아니었잖나. ‘99대1’ 어젠다를 선명하게 제시하는 것만로도 엄청난 효과를 발휘했다. 버니 샌더스와 내가 비슷한 점이 많이 있다. 버니 샌더스 책의 추천사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