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역사

사드가 공격용이라는 어느 교수의 궤변 / 한겨레신문 기사

이윤진이카루스 2016. 8. 5.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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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사드는 선제타격이다 / 서재정

등록 :2016-06-08 19:19수정 :2016-06-08 20:20

 

박쥐는 네발짐승 편도 들고 하늘을 나는 새 편도 들었다. 하지만 짐승도, 새도 그 기회주의를 경멸했다. 결국 박쥐는 짐승 편에도 새 편에도 들지 못한 채 동굴에 홀로 처박히는 신세가 되었다. 박근혜 정부는 박쥐가 되려는가.

1967년 린든 존슨 미국 대통령은 알렉세이 코시긴 소련 총리와 뉴저지주 글래스버러주립대학에서 만났다. 이 정상회담에서 존슨 대통령은 미·소 양국이 “반탄도미사일(ABM) 경쟁을 통제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로버트 맥나마라 국방장관은 이러한 군비경쟁이 가속화되는 것은 더 깊숙이 “미친 길로 빠져드는 것”이라며 거들었다. 양대 강국의 군비통제 협상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미국은 소련이 1966년부터 모스크바 주위에 구축하기 시작한 반탄도미사일 방어체계를 왜 우려했을까? 핵무기 선두주자인 미국은 전략폭격기에서 투하할 수 있는 핵폭탄, 육상에서 발사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 수중에서 발사할 수 있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등 3종 핵무기 세트를 개발해놓고 있었다. 이에 뒤질세라 소련도 같은 3종 세트를 개발해 미국과 전략적으로 동등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매진하고 있었다. 하지만 1966년 당시 미국은 핵탄두 5천기를 보유하고 있었던 반면 소련의 핵탄두는 550기에 불과했다.

압도적 핵군사력에도 불구하고 소련의 반탄도미사일 방어체계를 불편하게 여긴 이유를 미 국무부 역사는 솔직하게 기술한다. “반탄도미사일 체계는 일방이 선제타격을 가하고 나서 상대방 미사일을 요격하여 상대방의 보복을 불가능하게 한다.” 소련이 선제공격을 했는데도 보복공격을 받아 피해가 더 크다면 공격을 할 유인은 없어진다. 반대로 공격을 하고도 보복을 받지 않는다면 선제적으로 칠 유혹은 커진다. 즉 소련이 미국의 핵미사일을 막아낼 능력을 확보한다면 보복에 대한 걱정 없이 선제타격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미국의 우려였다. 상호억제의 상황에서는 방어가 공격이라는 역설이 성립하기 때문이다.

국제정치학에서 상식적인 얘기를 왜 굳이 끄집어내는가? 한반도에서는 그 상식이 실종됐기 때문이다. 사드라는 생소한 이름으로 불리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는 그 본질상 반탄도미사일 방어체계이다. 따라서 사드를 구축하는 쪽은 보복공격을 두려워하지 않고 선제공격을 할 수 있게 된다. 이 논리를 구사하며 미국이 1960년대 말 소련의 미사일방어를 반대했다면, 오늘날 중국과 러시아는 같은 논리를 구사하며 미국의 미사일방어를 반대하고 있다. 이 논리는 당연히 한반도에도 적용된다. 북과 한·미 양쪽이 상호억제를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가 미사일방어를 구축하면 북은 선제타격의 위협에 노출된다는 상식은 왜 아무도 말하지 않는가.

사드는 한국을 방어하는 데는 무용지물이지만, 미국을 칠 수 있는 북의 핵무기 개발에 대응하여 미국은 배치를 서두르고 있고 한국 정부는 ‘분명한 의지’로 뒷받침하고 있다. 오바마 정부는 북에 대한 선제 핵사용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은 채, 한미연합사는 선제타격적 작전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사드는 한반도 군비경쟁이 선제타격의 단계로 넘어가는 것을 가속화할 것이다.

서재정 일본 국제기독교대 정치·국제관계학과 교수
서재정 일본 국제기독교대 정치·국제관계학과 교수
현란한 수사로 치장되어 있지만 미국의 사드 배치론과 중국의 반대 사이에서 적당히 모호한 자세를 취하는 한국 정부의 입장은 유치하고도 위험하다. 박쥐를 따라하다가는 박쥐 꼴이 될 것이다. 동굴마저 불구덩이가 될지도 모른다. 해결책은 평화의 큰길로 성큼 나서는 것이다. 남북대화를 재개하고 북-미 대화를 촉진하여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건설하는 것만큼 안전하고 완전한 해결책이 있는가. 한반도는 짐승과 새가 어우러지는 땅이 되어야 한다.

서재정 일본 국제기독교대 정치·국제관계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