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찰하기

일본은 경계하고, 한국은 깔보고 / SBS

이윤진이카루스 2016. 9. 21. 21:53

[취재파일] 韓·中 : '가깝지만 하수라고 여겼는데…'
     
     
       
      
       
       
        
        
        
         
         
          
          이기성 기자          
          
          Seoul 
        
        
        입력 : 2016.09.21 12:41|수정 : 2016.09.21 16:35
        
      9월 18일은 만주사변 85주년이었다. 중국 전역에서 국가적 치욕을 잊지 말 것을 촉구하는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 만주사변이 일어난 중국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에서는 차량 운행을 중단하고 추모 사이렌을 울렸으며, 방송사들은 정규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물망국치(勿忘國恥, 국치를 잊지 말자)'라는 자막과 경보 음을 내보냈다.
중국 선양 만주사변 85주년 추모행사(중국 둥콰이왕<東快網>)중국의 유명 연예인들과 스포츠 스타들도 SNS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동참함으로써 대중들의 관심을 한껏 고취시켰다고 중국 언론들이 전했다. 영화 ‘트랜스포머4’ 등에 출연한 인기 여배우 리빙빙, 드라마 ‘황제의 딸’에 나온 여배우 류타오, 다이빙 스타에서 탤런트로 전업해 중국 판 ‘아빠 어디가’에 출연한 텐량 등이 선봉에 섰다.
리빙빙+류타오+텐량만주사변은 1931년 9월 18일 일본 관동군이 랴오닝성 선양 류타오거우(柳條溝)에서 남만주 철도를 폭파한 뒤 장쉐량(張學良) 군대 소행으로 조작해 이를 빌미로 만주를 침략한 사건이다. 관동군은 이듬 해 만주 전역을 점령하고 청나라 마지막 황제 푸이를 앞세워 만주국을 세웠다. 중국에선 ‘9.18 사변’이라고 부른다.
1931년 9월 19일 새벽 장쉐량 군을 공격, 봉천성을 장악한 뒤 환호하는 일본 관동군중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제의 침략을 받았기 때문에 당연히 일본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다. 문제는 중국이 한국에 대해 갖고 있는 미묘한 감정 혹은 정서이다.

#사례 1. 기자가 베이징 특파원을 하던 2004, 5년쯤의 일이다. 하루는 일본 NHK 방송국 특파원이 SBS 지국에 들렀다. 이것 저것 둘러보다 취재한 화면과 음향을 송출하는 고속 랜 시스템 - 당시 베이징 주재 한국 지상파 3사는 모두 이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었다 - 을 보더니 일본 특파원이 중국 당국의 허가를 받고 설치했느냐 물었다.

몇 년째 아무 문제 없이 잘 사용하고 있다고, 허가를 득할 사항이냐고 반문했더니 중국 당국이 일본에 대해서는 무척 까다롭고 엄격하게 대한다고 했다. 그래서 조그만 문제라도 책잡히지 않게 중국에서 아주 조심스럽게 행동한다는 것이다. 규제와 감시가 프로 급인 중국이 왠지 한국에 대해선 설렁설렁 대하는 느낌을 받았다.

#사례 2. 중국 베이징 근교에 중국 정부가 운영하는 세계공원이 있다. 연간 130만 명의 관람객이 찾는 명물이라고 해서 휴일에 모처럼 가족과 함께 세계공원을 찾았다. 프랑스 에펠탑 등 세계 각국의 대표 건축물을 축소해서 야외에 대규모로 전시해 놓은 것이 볼거리였다. 지역별로 배치돼 있어서 일본 옆에 당연히 한국 건축물이 있을 줄 알았는데…. 공원 내 어느 곳에도 찾을 수 없었다.

관리자에게 따지듯 물었더니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중국과 한국은 형제 나라인데 뭐 따로 만들게 있느냐’는 답변이 돌아왔다. 한국을 독자적인 문화권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받고 기분이 착잡했던 기억이 있다.
중국 베이징 세계공원기자가 중국에 근무했을 때 중국의 일반 서민들은 한국인들을 선진국가 시민 대하듯 잘 해줬다. 그러나 중국 지식층,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은 좀 달랐다. 마치 강남 미나리 밭 주인이 강남 개발로 벼락부자가 된 것을 바라보듯이 한국이 경제가 좀 발전했다고 어깨에 힘 주고 다니지만 별 거 아니라는….

중국은 일본에 된통 당한 기억이 있어 일본에 대해서는 바짝 긴장하고 견제도 하지만 한국을 대하는 태도에는 이렇게 상당한 온도 차가 있다. 중국 저변에 흐르는 이런 정서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를 비롯한 중국의 대 한국 정책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가깝긴 하지만 좀 하수라고 여기고 있는데 기대 밖의 행동을 하자 마치 무시를 당했다는 듯 대응을 하는….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한반도 사드 배치일본과의 관계는 상대적으로 단선적이지만 중국과는 미묘하고 복잡하다. 그래서 더 어려운 것 같다.     
<br>출처 : SBS 뉴스
</BR>원본 링크 : http://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3794457&plink=SEARCH&cooper=SBSNEWSSEARCH&plink=COPYPASTE&cooper=SBSNEWS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