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찰하기

중국공산당과 그 두목이 "정상적인 국가체제"라고 변명하는 저명한(?) 한국인의 x소리

이윤진이카루스 2016. 9. 10. 21:01

문화책과 생각

시진핑과 중국공산당을 위한 도올의 변명

등록 :2016-09-08 19:28수정 :2016-09-08 19:42

 

도올, 시진핑을 말한다
도올 김용옥 지음/통나무·1만8000원

‘보시라이, 저우융캉, 쉬차이허우, 링지화.’

시진핑의 등장과 함께 부패의 상징이 되어 중국 정치무대에서 사라진 인물들이다. 이 네 사람은 시진핑이 국가주석으로 등극하기 전에 중국의 권력체계를 장악하고 있던 핵심 실세였다. 보시라이는 시진핑 이전에 인기가 높았던 대중정치인이었고 나머지 세 사람은 각각 공안·사법과 군의 지배자, 당과 국가, 군대의 모든 기밀정보를 장악하고 있는 강력한 기관의 주임이었다.

도올이 보기에 “아무리 과감한 개혁이라 하더라도 정상적인 국가체제 안에서 이 정도의 인물군을 일시에 감방으로 보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시진핑이 2012년 11월 당 총서기에 취임한 이래 불과 2년 남짓한 기간에 부패 척결의 명분으로 자그마치 25만명이 넘는 공산당원이 체포되고 처벌받았는데 그가 등장한 후 벌어진 모든 사태는 평상적인 논리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과연 중국에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시진핑은 또 어떻게 그토록 치열한 권력투쟁의 틈바구니를 뚫고 당·군·국가의 권력을 일시에 장악한 최고의 권력자가 되었는가. ‘대중을 위한 시진핑과 중국 정치체제 해설서’라고 할 만한 <도올, 시진핑을 말한다>는 이러한 의문에서부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하지만 이 책은 그동안 중국의 정치투쟁을 궁중 암투의 시각에서 서술해 온 서구 언론의 전통과는 길을 달리한다. 궁중 암투의 시각에서는 최근 수십 년 동안 중국이 이루어 온 빛나는 성과를 이해할 수 없다. 이른바 중국 정치세력을 ‘상하이파’, ‘공청단파’, ‘태자당’으로 나누고 그들의 대립·알력의 드라마로 모든 것을 재단하려는 시각에 대해 도올은 ‘개소리’라고 일갈한다. 서구가 나름의 정치질서와 시스템을 갖고 있듯, 중국에는 그들만의 정치체제와 질서가 있다.

중국은 과연 일당독재국가인가. 중국에서 당과 국가와 군은 어떤 관계인가. “저는 어느 때고 당과 인민을 위하여 모든 것을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고, 영원히 당을 배반하지 않을 것”이란 맹세로 끝나는 ‘입당서사’를 한 8800만의 당원을 가진 중국공산당의 구조와 오늘날은 어떤 것인가. 중국은 어떻게 인치를 넘어 법치로 진화하고 있느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문제들에서 나아가 ‘중국은 과연 인류의 미래가 될 수 있는가’라는 거대 담론에 이르기까지 도올은 특유의 명쾌한 어법으로 시원하게 설명해 나간다.

학술서라기보다 한마디로 시진핑이 어떤 사람이며, 현대 중국은 어떤 모습인지 규명하는 에세이에 가깝다. 오랫동안 중국 여러 대학에서 강의하며 중국에 대한 탐색을 계속해온 도올은 서문에서 “이 책은 단순히 시진핑 개인에 관하여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지성인들로 하여금 중국문명을 정확히 이해하게 하고, 한국의 정치인들이 시진핑과 같은 무게 있는 상식적 지도자가 중국을 영도하고 있는 기간에 남북화해를 진전시킬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다”라고 말한다. 박근혜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가 “연해주 지역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던 한민족을 느닷없이 중앙아시아로 이주시키는 스탈린의 정책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식의 신랄한 어법도 곳곳에서 번뜩인다. 부록으로 첨부된 ‘시종쉰과 시진핑의 삶을 통해서 본 중국 현대사 연표’는 현대 중국을 연구하는 이들에게 참고가 될 만하다.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