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엔 한 세기 만에 근대화 겪어낸 광기가 압축돼 있다”
심혜리 기자 grace@kyunghyang.comㆍ‘외줄 위에서 본 한국’으로 콜롬비아 소설문학상 탄 안드레스 솔라노
한국 생활을 담은 소설로 자국 콜롬비아에서 문학상을 탄 안드레스 펠리페 솔라노 작가(39·사진)는 “한국문학에는 압축된 광기가 있다”고 말했다.
경북 경주에서 최근 열린 세계한글작가대회에 패널로 참석한 안드레스 솔라노 작가는 발제와 경향신문 인터뷰를 통해 한국문학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올해 초 저작 <외줄 위에서 본 한국>으로 콜롬비아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콜롬비아 소설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는 현재 한국문학번역아카데미에서 스페인어 고급문체실습 등을 강의하고 있기도 하다.
그는 “한국은 한 세기 만에 근대화의 많은 일들을 모두 겪어낸 나라로 문학에 그 광기가 압축돼 있다”며 “이러한 점 때문에 한국문학 역시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등을 배출한 라틴아메리카 문학만큼이나 풍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문학에서 다수 발견되는 특징으로 “계도적”이라는 점과 “극단적으로 드라마틱하고 우울한 주제를 선호하는” 점을 꼽았다.
솔라노는 일부 작가들이 작품 등장인물을 통해 무언가를 고발하고 증언하려는 경향과 ‘이야기’를 작가의 이념을 주장하기 위한 배경으로 사용하는 것, 이념 논쟁과 민족적 비극에 관한 회상이 잦은 것 등을 한국문학의 특징으로 짚고 “비평가들과 학자들, 편집인들, 일부 작가들이 문학은 이런 주제만을 다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김동인의 <감자>, 김승옥의 <무진기행>, 박민규의 <양을 만든 그분께서 당신을 만들었을까?>의 세 작품을 “이러한 함정에 빠지지 않은 작품”으로 꼽으며 “100년간의 압축된 광기를 엿볼 수 있는 소설”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솔라노는 “한국문학 작품들 중에는 다른 나라에서는 비근한 예를 찾을 수 없을 만큼 심도있게 가족의 문제를 다루는 작품도 많다”며 황석영의 <손님>과 이문열의 <아우와의 만남> 등을 꼽았다.
그는 또 한국문화 가운데 “개신교가 사회 속에 깊게 뿌리내린 과정을 흥미롭게 보고 있다”며 “개신교계 일부에서 광신적 종교 집단으로 발전하는 모습 등이 작가로서 호기심이 생긴다”고 말하기도 했다.
콜롬비아에서 스페인문학을 전공한 후 신문기자가 된 그는 2007년 신문사를 그만둔 후 콜롬비아 메데인에서 최저임금으로 6개월을 살면서 관련 르포를 쓰기도 했다. 그는 언론사들의 세계적 현상인 ‘클릭 경쟁’이 “부끄럽다”며 “기자생활을 통해 얻게 된 사물을 접근하는 저널리스틱한 방식과 문학적인 문체가 만난 글을 쓰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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