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욱의 기후 1.5] "이미 1도 넘게 달궈져…더는 기다릴 시간 없어" 빨간불 켜진 지구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92)
그래픽으로 살펴보는 IPCC 제6차 평가보고서
보고서 저자 말트 마인스하우젠 교수 단독 인터뷰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지구 기온 상승 문제와 '왜 평균기온 상승폭을 1.5℃ 이내로 제한해야 하는가'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추가로 발표했습니다. 바로 '제6차 평가보고서'를 통해서 말입니다. 2013년 제5차 평가보고서를 발표한 이후, 우리나라를 비롯한 국제사회는 파리협정을 통해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2℃ 이내로 제한하자'고 합의했죠. 이후 2018년 우리나라에서 열렸던 IPCC 총회에선 '상승폭을 1.5℃로 제한해야 한다'고 합의했고요. 이번 6차 보고서엔 '왜 그래야 하는가' 구체적인 근거와 더불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변화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담겼습니다. 이번 주엔 그 주요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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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기온은 단순히 '상승'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도가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기준점'으로 보고 있는 산업화 이전(1850~1900년)과 비교했을 때, 5차 평가보고서 작성 당시엔 0.78℃ 오른 상태였죠. 이번엔 1.09℃ 오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100년의 세월 사이 0.78℃가 올랐는데, 불과 10년 만에 0.31℃가 오른 겁니다. 그로 인해 해수면의 상승 속도 역시 매우 빨라졌습니다. 과거 해마다 1.3mm씩 오르던 해수면이 이젠 3.7mm씩 상승하고 있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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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자세히 살펴볼까요? 산업화 이전뿐 아니라 지금껏 2천년 넘는 세월을 살펴보더라도 '전에 없던 속도'입니다. 또한, 과거 10만년 넘는 시간 동안 지구의 기온이 지금처럼 높아졌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해마다 온실가스 '역대 최다' 기록을 깨고 있는 우리 인간의 활동 때문입니다.
보고서엔 '지구는 원래 자연적으로 기온이 올랐다 내렸다 한다'며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이들에 대한 친절한 설명도 담겼습니다. 기온 변화를 부른 원인을 자연적 요인과 인공적 요인으로 구분해 살펴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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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간의 활동이 무조건 지구의 기온을 높이기만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우리가 내뿜고 있는 온실가스나 기타 대기오염물질들이 지구 기온에 미친 영향을 살펴봤을 때, '플러스마이너스 제로'가 아닌, 양(+)의 영향을 부른 것이죠.
우리가 내뿜는 온실가스는 지구의 기온을 높이는 역할을 하지만 반대로 화석연료를 이용할 때 함께 배출되는 질소산화물이나 이산화황은 기온을 떨어뜨리는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 둘은 우리나라에서도 특히나 많이 배출되는 대기오염물질이죠. 바로, 석탄화력발전소가 대표적입니다. 미세먼지의 전구물질로 하늘을 뿌옇게 만들지만, 기온은 낮추는 효과를 보였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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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1~2℃ 오른다고 대수냐'는 이들에게도 친절한 설명이 담겼습니다. 당장 평균기온이 1.09℃ 오른 지금만 하더라도 산업화 이전 시기보다 '50년에 한 번 찾아올 법한' 극한 고온 현상이 4.8배 늘었습니다. '10년에 한 번 찾아올' 폭우와 가뭄도 각각 1.3배, 1.7배가 됐죠. 국제사회가 '상한선'으로 정한 1.5℃의 상황도 결코 '장밋빛 미래'는 아닙니다. 극한 고온 현상은 8.6배, 폭우는 1.5배, 가뭄은 2배로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파리협정 당시 상한선인 2℃에선 극한 고온은 무려 14배 가까이 잦아집니다.
'우리는 괜찮을 거야'라며 '남 일' 취급할 수 있을까요? 아래의 그래픽은 세계 지도를 픽셀화해 폭염과 폭우, 가뭄이 심각해지는 곳을 나타낸 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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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과 폭우, 가뭄이 모두 악화하는 지역은 전 세계에서 그리 많지 않습니다. 아메리카 대륙은 주로 폭염이, 아프리카 대륙은 폭염과 가뭄이, 아시아는 폭염과 폭우, 가뭄이 모두 심해지죠. 아시아에서도 특히나 우리나라가 포함된 동아시아 지역은 이 모두에 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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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노력 없이 지금처럼 악화일로로 살아간다면 우리나라의 평균기온은 2050년 전후로 3℃가 오르고, 하루 최다 강수량은 18%나 늘어 폭염과 폭우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한반도 평균기온 3℃가 대수냐' 싶을 수도 있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1980년대에서 2010년대, 30년의 시간 사이 우리나라의 10년 평균기온은 0.9℃ 올랐습니다. '고작 0.9℃'라기엔 폭염일수는 9.8일에서 14.9일로, 열대야일수는 4.1일에서 9.9일로 늘었죠. 여름의 길이는 113일에서 127일로 2주가 늘었고, 겨울의 길이는 102일에서 87일로 보름이 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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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지구 평균기온의 상승폭을 1.5℃ 이내로 제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보고서엔 여러 시나리오가 담겼습니다만 정답은 단 하나였습니다. SSP1-1.9라는 '최저배출 시나리오'입니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SSP2 시나리오도 '온실가스를 상당히 저감'하는 시나리오라고 불렸습니다. 하지만 시간은 계속 흘렀고, 그 사이 우리의 온실가스 배출은 이어졌습니다. 결국, 과거 '최상의 시나리오'였던 SSP1-2.6이 아닌 SSP1-1.9를 통해서만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지경이 되어버렸죠.
그럼, 이 '최저배출 시나리오'대로 하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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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배출량은 지금 이 순간이 '정점'이어야만 합니다. 더는 늘어나선 안 되는 겁니다. 그뿐만 아니라 당장 빠른 속도로 감축에 나서 2030년엔 배출량을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만들고, 2050년엔 탄소중립을 해야만 가능합니다. '그래프를 보니 2050년도 완전히 탄소중립은 아닌데?'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전 지구 배출량' 기준이기 때문입니다. 기술이 없어서, 자금이 없어서 감축이 어려운 나라와 보다 적극 감축에 나서야 하는 선진국이 모두 포함된 결과니까요. 이 때문에 선진국들은 2050년보다 더 앞서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어느덧 '국제 공인' 선진국이 됐고요.
그런데 지금 우리는 어떤 상황인가요. 당장 '앞으로 10년'을 책임질 2030년 감축목표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만 이제야 나왔죠. 그 초안엔 탄소중립을 자력 달성하는 시나리오가 단 한 개였습니다. 그럼에도 모든 시나리오에 대해 곳곳에선 '불가능하다', '목표를 수정해야 한다' 온갖 반발이 잇따르고 있고요.
윤순진 탄소중립위원회 위원장이 5일 탄소중립 시나리오 3개 안을 발표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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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보고서의 저자로 참여한 호주 멜버른대학교 말트 마인스하우젠 교수는 JTBC와 단독 인터뷰에 나섰습니다. 여전히 감축으로의 '첫발'도 내딛지 못한 상황에 대해 그는 “우리에겐 2030년까지 기다릴 만큼 시간이 없다”며 “지금 보고서 속 시나리오조차 2020년부터 감축을 시작하는 것을 상정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마인스하우젠 교수는 “기후과학자의 관점에서 봤을 때, 우리는 지금의 문제를 '누적 배출량'의 관점에서 본다”며 “1.5℃를 넘지 않기 위한 배출 총량은 이미 정해져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마치 정해진 금전적 예산처럼, 지금 씀씀이를 줄이지 않다간 나중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겁니다. 그는 “IPCC가 1990년에 처음 보고서를 내놨을 때, 약 1500Gt의 탄소 예산이 남아있었다”며 “그런데 30년이 흘러 6차 보고서를 내놓는 지금, 우리는 이 중 3분의 2를 이미 써버려 500Gt밖에 남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지금의 배출량에서 더 늘어나지 않고 '유지'만 한다고 했을 때, 15년이면 다 써버릴 양이라는 것이죠.
IPCC의 제6차 평가보고서 자자로 참여한 말트 마인스하우젠 호주 멜버른대학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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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박상욱의 기후 1.5]는 마인스하우젠 교수의 당부로 마치겠습니다.
“우리가 반드시 유념해야 하는 것은, 전 지구적으로 우리가 배출할 수 있는 '최종 배출량'은 정해져 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가 더 일찍 감축에 나설수록 탄소중립에 더 연착륙할 수 있는 것이죠. 재생에너지의 확대 등 탄소중립을 통해 우리가 얻는 편익은 일자리 창출 등 경제적 이익과도 직접적으로 이어집니다.”
“우리가 1.5℃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지를 가르는 시점은 바로 지금부터 2035년 안팎 사이입니다. 2030~2035년, 일단 온실가스 배출량을 반으로 줄이는 것부터 달성하고, 그 이후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룩해야 가능한 것이죠.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오직 하나 뿐입니다. 바로 지금 당장 감축에 나서는 것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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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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