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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파노 추기경이 누운 명동성당에 다녀와서 (2009. 2. 17)

이윤진이카루스 2010. 7. 30. 10:05

누구에게나 오는 침묵은

은 담요를 밟고 온다,

비록 붉은 양탄자 위에 놓이더라도.

돌아오지 않는 빛이 가득한 얼굴에

사람들은 고개를 숙이고 지나갔다.

 

외롭지 않으려고 바보가 되었지만

사람들이 바보를 사랑하는 까닭은

누구나 자신이 모자라기 때문임을

임은 알았다.

고백할 수 없는 자신의 무지(無知)는

생존이라는 이름으로 떠돌지만

교만(驕慢)으로 끝나지 않았던가.

 

사랑하라고 말하면서

임는 정말로 그랬던가.

하늘처럼, 들판처럼

땅은 비어있고

인간을 벗어날 수는 없었겠지.

 

세상을 버리면서

두 눈도 주어 버렸지만

임은 눈을 감고 잠든다.

어리석은 세상에 대고

나도 어리석었다고 고백하며

영원히 잠들었다.

 

검은 안경을 쓰고

지휘봉을 든

냉혹한 군인의 얼굴에

일본도와 소총이 번질거렸고,

임이 잡은 환자의 손에는

딱지가 짓무르다.

 

거짓,

네 정체를 폭로하기 위하여

임은 스스로 어리석음을 드러냈고

어렵게 분노했다.

현실에 도망치고 싶었다고,

속세에서 목숨만 간직하고 살고 싶었다고

임의 육체는 말했지만

그런 세상은 없었고

내가 떠나가는 대지만 있었다.

 

안녕,

누구나 뒤따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