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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4)

이윤진이카루스 2010. 7. 30. 10:09

아이에게

부모는 집에 없는 존재다.

어디로 갔는지

알 필요도 없었던 것이 오래되었고

부뚜막에 앉아 홀로 밥을 먹었다.

밥과 간장, 그리고

참기름 아니면 들기름인데

콩기름은 감자를 볶을 때 쓰이고

맨밥에 비비면 비린내가 났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흉년이 들면,

틀림없이 나타나는 흉어기가 되면

돼지 사료인 밀기울로 수제비를 먹거나

간장만 마시고 하루고 이틀이고 누워있었다.

 

비쩍 마른 몸으로 성장한다는 것은

뼈가 잘 자라지 못해 곱사가 되거나,

버짐이 피는 머리에 파리가 달라붙었고

야윈 얼굴은 늘 누리끼리하고

퀭한 눈은 야비한 광채로 번들거려

죽음은 삶보다 실존적이었다.

 

개구리의 다리를 잘라서 구워먹거나

가을에 메뚜기를 굽는 손이 바쁘고

쑥을 캐어 귀한 밀가루에 버무리는 쑥버무리,

모두를 이제 사람들은 건강식이라고 한다.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작은 공포도 두려워하는 이유는,

개구리를 패대기치고 메뚜기를 불태우며 무심한 이유는

너무나 절실한 실존과의 거리 때문이 아닐까,

패대기를 당하고 화형을 당하는 인간의 모습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