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 피면
지난날 춘궁기 있었는데
얄팍한 가을 지나고 겨울 오면
갈무리된 곡식 어느새 없어지고
긴긴 겨울밤 시름에 겨웠는데
지붕에서 눈 녹은 물 흘러내리고
싸늘한 바람이 몰려오는 개천
버들개지 움트며 봄 걸어왔다.
보리밭 푸르러 풋바심 꿈속이고
감자 심어지지 않은 빈 들판에서
동심 하늘 바라보았다.
미망에 존재하던 하늘과 들판에서
생명 치장하려 버들개지 진달래 꺾어
사랑하는 이의 곁에 몰래 놓는데
진달래 토하고 죽은 누이 이야기
공중에 맴돌았다.
세월 꿈결마냥 흐르고
탄생 무색이어서
아기 시름시름 야위었고
누이 배 붙잡고 나뒹굴었다.
삶 치장하면 슬픔 잊을 수 있지만
슬픔 잊으면 삶 비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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