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시

한국 전쟁 (10) (수정본)

이윤진이카루스 2025. 2. 25. 12:23

한국 전쟁 (10).hwp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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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전쟁 (10)

 

전쟁 끝나고

사람 드물어

농토에

곡식 잘 자라지 못했고

농사용 소 제외하고

가축 많지 않았다.

나무꾼이 지고 온 화목이 매매되는 장터

겨울 동안 김치 사서 먹어야 하는 식구에게

엄마는 흑백사진으로 남아있는 사람이었고

보릿고개 지나 보리 감자가 나도

여름마저 추운 계절이었다.

 

어쩌다 돼지 한 마리 잡으면

동네 사람들 눈 빙그르르 돌아갔고

장터 국밥집에서 흘러나오는 고기 냄새

굶주린 배 창자 마구 요동쳤다.

돌고래 곱뎅이 삶아져 소쿠리에 얹히면

검은 피부가 번질거리도록 기름 흘렀는데

희한하게 맛있는 냄새

공중에 퍼지며 정신 아득해졌다.

 

오래된 철로 위에 판잣집 다닥다닥

유리병에 사탕 파는 가게 있었는데

눈깔사탕과 센베이 과자 진열되고

소주 주전자에 뒷박으로 부어 팔았다.

 

외상으로 소주를 사 아비 심부름하며

비틀거리는 시간 밤낮으로 지나갔다.

 

밀가루로 뽑아 갈대막대기로 말리던

국수

오가며 훑어보는 양식이었는데

끼니 때운다는 생존이었고

생명

막대기에 걸려서 대롱거리며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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