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화성탐사선 큐리오시티

이윤진이카루스 2012. 8. 7. 21:56

국제

미국·중남미

5억6700만㎞ 날아 마지막 ‘공포의 7분’ 무사통과하자 “와”

등록 : 2012.08.06 20:53 수정 : 2012.08.06 21:54

발사뒤 8개월간 기나긴 여정
낙하산 이용 새 착륙법 시도
강철줄 매달려 ‘초속 1m’ 착지
오바마 “유례없는 과학 업적”

‘오후 2시25분(이하 한국시각) 화성 대기권 진입’

 

‘오후 2시29분 낙하산 펼치기 성공’

 

‘오후 2시32분 착륙 확인’

 

6일 화성 탐사로봇 ‘큐리오시티’가 화성의 게일 분화구 착륙에 성공하자, 미국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에 있는 미 항공우주국(나사) 통제실은 흥분의 도가니로 변했다. 지난해 11월 아틀라스 5호 로켓에 실려 발사된 이후 모두 5억6700만㎞를 날아간 8개월여(36주)간의 여정이었다. 한때 위치가 파악되지 않아 ‘우주 미아가 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왔던 만큼 환희는 더 컸다.

 

‘공포의 7분’이라 불리는 어려운 관문들을 통과할 때마다 숨을 죽이며 지켜보던 700여명의 연구진은 하이파이브를 하거나 서로 껴안으면서 기쁨을 나눴다. 오후 2시40분께 큐리오시티가 후방에 달린 카메라로 화성 표면을 찍은 첫 사진을 보내오자 연구원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미국에선 나사가 대형 스크린을 마련한 뉴욕 타임스스퀘어와 각 지역 과학관 등에서 시민들이 함께 이 장면을 지켜봤다. 또 나사는 인터넷 텔레비전을 통해 전세계에 생중계해 많은 사람이 이 광경을 지켜볼 수 있었다. 이날 큐리오시티의 착륙 소식은 화성을 선회하는 인공위성 오디세이를 통해 지구로 전송됐는데, 먼 거리 때문에 실제 착륙보다 14분 늦게 전해졌다. 이번 착륙 방법을 개발하고 지휘한 나사의 엔지니어 아담 스텔츠너는 “마치 우리가 매우 평평한 곳에 착륙한 것 같다. 정말 아름답다”고 소감을 말했다.

 

무려 2조8000여억원이 투입된 큐리오시티는 여러 측면에서 나사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 프로젝트다. 우선 지금까지 시도해보지 않은 새로운 착륙 기법을 채택해 성공 여부가 큰 관심사였다. 기존 화성 탐사로봇보다 몇배 이상 큰데다, 탑재된 장비도 훨씬 정교해 에어백 등 기존 착륙 방법을 쓸 수가 없었다. 그래서 화성 대기권 진입 뒤 낙하산을 펼쳐 시속 2만921㎞가 넘는 속도를 낙하산을 펼쳐 시속 290㎞로 줄였고, 이어 착륙지점을 파악한 뒤에는 모선에서 강철케이블을 매달아 천천히 착륙하게 했다. 착륙 때 속도는 초당 1m로 감속돼 있었다. 또 나사가 1970년대 중반 이후 공식적 목표로 설정하지 않았던 외계 생명체의 존재에 대한 탐구에 재도전했다는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나사의 10년 내 가장 중대한 프로젝트”라고 표현했다.

 

나사는 현재 의회로부터 우주탐험 예산을 삭감당할 위기에 처해 있는데, 이번 이벤트를 통해 분위기를 반전시키고자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에이피>(AP) 통신은 나사 간부의 말을 인용해 “큐리오시티가 다른 행성에서 생명체의 징후를 찾기라도 한다면 우주탐험에 대한 우리의 접근법을 재고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큐리오시티가 실패했을 경우 예산 삭감 압력이 더 가중될 것이라는 점을 알면서도 나사가 이번에 모험에 나선 것은 그만큼 위기의식이 강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큐리오시티의 성공적인 착륙은 유례없는 과학기술의 업적”이라며 “먼 미래에까지 미국의 자부심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국제

국제일반

길이 3m·무게 900㎏·카메라 17대
물질 채취해 탐사선 안서 검사 가능

등록 : 2012.08.06 21:14 수정 : 2012.08.07 08:06

 

큐리오시티는
기존 탐사로봇보다 거대
현미경 달린 로봇팔 장착

큐리오시티는 미국 항공우주국(나사)이 화성 표면으로 착륙시킨 네번째 표면 탐사 로봇이다. 큐리오시티의 선배들로는 첫 탐사로봇인 소저너(1997년 7월)와 쌍둥이 탐사로봇 스피릿·오퍼튜니티(2004년 1월) 형제가 있다.

 

큐리오시티가 6일 착륙한 곳은 예전에 물이 흘렀던 흔적이 발견된 적도 부근의 게일 분화구 부근. 큐리오시티는 여기서 생물의 흔적, 즉 유기물을 발견하기 위해 다양한 과학 장비를 장착했다.

 

먼저 17대의 카메라가 특이한 물체를 포착한 뒤, 7m까지 접근해 적외선 레이저를 발사할 수 있다. 큐리오시티는 레이저를 맞은 암석에서 피어오르는 불꽃의 파장을 분석해 성분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내려지면 현미경이 달린 로봇팔로 근접 조사를 하고, 채취한 물질을 탐사선 내부로 옮겨와 정밀 검사도 벌일 수 있다. 이런 복합적인 장비들이 실리다 보니, 큐리오시티는 이전의 스피릿에 견줘 길이는 3m로 두배, 몸무게는 900㎏으로 다섯배, 장착된 과학 장비의 무게는 무려 15배나 늘었다. 큐리오시티는 그밖에 화성의 온도, 풍속, 기압, 자외선 등 기상 상태도 보고할 수 있다.

 

큐리오시티의 안전을 위협하는 가장 큰 문제는 화성 표면의 울퉁불퉁한 지형에 걸려 넘어지는 것이다. 선배 탐사선인 스피릿도 화성 표면의 부드러운 흙에 빠진 뒤 벗어나지 못해 임무를 중단한 적이 있다. 그 때문에 나사는 큐리오시티에 미끄럼을 감지하는 센서와 수시로 주변 환경을 점검하는 위험 회피 모드를 장착했다. 호기심이라는 이름이 붙은 큐리오시티의 수명은 지구 날짜로 계산해 686일이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