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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인근/한겨레신문

이윤진이카루스 2014. 12. 18.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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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님, 이 고을이 마음에 드시나요

등록 : 2014.12.17 20:57 수정 : 2014.12.18 10:09

세종시 연서면 고복저수지 설경. 호수 둘레 일부에 나무데크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매거진 esc] 여행
개발 한창인 행정 중심 복합도시 세종특별자치시 도심 안팎의 숨은 볼거리들

“여기 유명한 관광지가 뭐 있간디. 별다른 경관이랄 것도 별로 없구.” 세종시에서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곳이 어디냐는 물음에, 담당 공무원도 문화관광해설사도 같은 대답이었다. 하지만 새로 건설되는 도시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 구경하러 찾아오는 사람은 많다고 했다. 볼거리 없다는 세종시는 건설되고 있는 도시 자체가 볼거리로 떠오른 셈이다.

세종특별자치시는 현재 공사중이다. 행정타운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도심예정지구’와 그 주변 지역에는 하루가 다르게 새 건물이 솟고 새 길이 닦인다. 9부2처2청 35개 정부기관이 들어서는 행정중심 복합도시다. 오는 26일까지 마지막 3차 행정기관 이전(법제처 등 6개 기관 2680명) 작업이 마무리될 예정이다. 2030년 인구 80만의 대도시로 특별자치시가 완성되면 세종대왕님도 흡족해하실까. 건설이 한창인 세종시를 찾아, 도심 안팎에 숨고 드러난 겨울 경치와 선인의 발자취를 더듬었다.

백제 유민의 호국정신이 깃든 절 비암사.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길이 3.5㎞ 용틀임하는 정부청사 옥상 산책 인기

세종시의 도심 볼거리 중에서 주민·공무원들이 한목소리로 자랑하는 핵심 볼거리가 정부청사 건물이다. 문화관광해설사 임재한씨는 “정부청사 건물은 세계에서 가장 긴 건물로, 생긴 모습이 특이해 단체로 견학 오는 이들이 끊이지 않는다”고 자랑했다.

정부세종청사는 길이가 무려 3.5㎞에 이르는, 성곽 형태(용이 몸을 트는 모양)의 기다란 건물(4~7층)이다. 18개의 독립 건물들이 용의 모습으로 이어져 있다. 지상에서 보면 느낌이 잘 안 오고, 항공사진을 봐야 “승천을 앞둔 용의 모습”이라는 걸 알 수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 태양열로 일부 전력을 공급하고, 빗물을 받아 정원용·화장실용으로도 쓰는 친환경 건축물이다.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도 추진중이라고 한다.

용의 모습으로 보자면 국무총리실이 머리 쪽이고 문화체육관광부가 꼬리 쪽이다. 옥상은 정원으로 꾸며져 있다. 환경부에서 국무총리실까지 옥상정원을 따라 1.5㎞ 거리를 산책하며 주변 경관을 둘러보는 관광코스가 마련돼 있다. 조선시대의 성곽 걷기 행사인 ‘순성놀이’를 본뜬 탐방 코스다. 평일 하루 두 차례(오전 10시, 오후 1시), 예약(청사 누리집)을 통해 45명만이 참가할 수 있다.

도심 한복판에 조성된 호수공원도 인기 탐방지다. 녹음이 우거지는 철이면 이웃 도시 주민들까지 소풍을 온다는 곳이다.

세종시 도심 최고 전망대 전월산
높이 260m 작은 산이지만
금강 물길·아파트숲·공원 한눈에
비암사·고복저수지도 들러볼만

뒤웅박고을 들머리 마을에서 만난, 아랫도리를 드러내고 얽혀 있는 느티나무 고목 한 쌍. 한 주민은 “얽힌 지 한 이삼백년은 됐을 것”이라고 했다.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금강변 전월산 전망과 도심 속 선인 발자취

건설중인 세종시 윤곽을 한눈에 가늠해볼 수 있는 곳이 전월산 정상이다. 금강 본류와 미호천이 합류하는 합강머리 가까이 솟은 산이다. 해발 260m에 불과하지만, 주변에선 가장 높은 산이어서 탁 트인 전망을 펼쳐 보인다.

“요 일대에서 전망 좋기로 여기 따라올 데가 없지요. 다 보이잖아요.” 지난주 토요일 아침, 밤새 내린 눈으로 근사한 경치를 이룬 산 정상에서 만난 한 주민은 매 주말 운동 삼아 전월산을 찾는다고 했다.

전망이 좋은 곳은 나무의자 4개가 놓인 맨 꼭대기가 아니라, 정상 밑 상여바위 부근 능선이다. 능선 좌우로 미호천과 금강이 합류해 형성된 광대한 합강습지와 건설중인 금빛노을교, 도심예정지구를 관통해 흘러가는 금강 물줄기와 물길에 걸린 한두리대교, 그리고 ‘첫마을’의 고층아파트 무리와 호수공원 등이 펼쳐진다.

물바가지.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상여바위(고려가 망하고 조선이 건국되자 임난수 장군이 이곳에 올라 고려를 생각하며 슬퍼했다는 바위)에서 정상을 지나 조금 내려서면 용천이란 샘(우물)을 만난다. 산 정상 부근에서 솟는 샘이어서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이 샘에서 100년 기도 끝에 승천하던 이무기가 떨어져 버드나무가 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우물 옆에 작은 버드나무가 한 그루 서 있고, 나무엔 길이 2m가 넘는 기다란 손잡이를 한 국자(물바가지)가 걸려 있다. 우묵한 자리에 땅을 파 석축까지 쌓은 우물 형태의 샘이지만, 낙엽이 쌓이고 물도 흐려 식수로는 적합지 않은 듯하다.

등산로 입구에서 정상까지는 1.2㎞, 40분이면 오를 수 있다. 전반부는 완만하고, 후반부는 가파르다. 정상 가까이엔 등산로를 따라 난간식으로 밧줄이 설치돼 있다.

세종시 도심의 아파트숲 사이에도 볼거리들이 숨어 있다. 조선 태조의 친필 등을 모셔두었던 비각인 아름동의 어서각, 세종시 건설 과정에서 발견된 한솔동의 백제 고분 무리(백제고분역사공원), 금강변 나성길의 독락정·기호서사 등이다.

어서각은 태조 이성계가 이 지역 강순용에게 내린 친필 교지를 보관하던 곳이다. 조선 건국 전 이성계가 이곳 우물가에서 한 처녀에게 물을 얻어 마셨는데, 처녀는 표주박에 버드나뭇잎을 띄워 급히 마시는 걸 막았고, 이에 감동한 이성계가 건국 뒤 이 처녀를 왕비로 맞이하며 오빠인 강순용에게 친필 교지를 내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뒤에 이런 사정을 듣고 영조도 친필을 하사하고, 고종도 친필을 내려 이곳에 보관했다고 한다. 원본들은 규장각에 보관돼 있고, 지금 어서각에선 태조의 친필 교지 사진을 볼 수 있다.

세종시 도심 한솔동의 백제고분역사공원.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백제 유민 한 서린 비암사와 고복저수지 설경

연기군에다 공주시·청원군(현 청주시) 일부 지역을 포함해 만든 세종시에서 가장 이름난 절이 비암사다. 뱀(비암)이 많아 ‘비암사’가 됐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지만, 빗돌(비암)을 뜻하는 비암사(碑巖寺)다. 백제가 망한 뒤 백제 유민들이 부흥을 꿈꾸며 역대 백제 왕과 대신들을 모시고 제를 올렸다는 절이다. 세종시에선 해마다 4월 백제의 호국영령들의 넋을 기리는 백제대제를 이곳에서 지낸다.

1960년 극락보전 앞 고려시대 삼층석탑 윗부분에서 ‘계유명 전씨 아미타삼존불비상’(국보 106호)이 발견됐다. 불비상은 빗돌 형태의 석불을 말한다. 통일신라 초기인 673년 백제 유민이 만든, 섬세한 조각 솜씨가 돋보이는 사면석상이다. 불비상 진본은 청주박물관에 소장돼 있고, 비암사에선 대웅전 불단에 올려놓은 모조품을 만날 수 있다.

평일 비암사는 찾는 이가 적어 매우 한적하다. 눈 내린 뒤 찾으면 더욱 적적한 산사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옛것으로는, 삼층석탑과 극락보전 외에 800년 됐다는 느티나무와 소박한 부도 2기를 볼 수 있다. 해우소 옆 나무계단길을 잠시 오르면 비암사 경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비암사 들머리 도로 메타세쿼이아숲 옆엔 도로에 물을 부으면 물이 언덕 위쪽으로 흐르는 듯이 보인다는 ‘도깨비도로’도 있다.

비암사 가는 길에 들를 만한 곳이 고복저수지다. 30여년 전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만들어진 미호천 상류의 저수지다. 둘레를 따라 나무데크 산책로가 설치(일부 구간 작업중)돼 있어 거닐어볼 만하다. 눈이 내린 뒤 호수를 오가는 철새들과 어우러진 설경이 아름답다.

이밖에 세종시에서 찾아가볼 만한 곳으로 반달곰과 정원 주제의 테마파크인 베어트리파크, 1000여개의 항아리를 만날 수 있는 뒤웅박고을 세종전통장류박물관 등이 있다. 세종대왕의 눈병을 낫게 한 약수물 ‘전의 초수’, 세종 때 인물인 김종서의 묘와 성삼문 사당도 있다.

세종/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세종시 여행 정보

가는 길 수도권에서 경부고속도로 타고 가다 천안논산고속도로 이용해 정안나들목에서 나가 세종시로 간다. 공주교차로에서 당진대전고속도로(당진영덕고속도로)로 갈아타고 유성 쪽으로 가다 서세종나들목에서 나가도 된다. 현재 세종시청은 조치원읍에 있다. 조치원읍은 경부고속도로 청주나들목에서 나가는 게 빠르다.

먹을 곳 고복저수지 둘레에 식당들이 많다. 구름나그네의 도토리산채비빔밥(8000원·사진)·능이계탕(1만5000원) 등, 도가네매운탕의 메기·새우매운탕(3만원부터), 복사골의 잡어매운탕(3만원)과 어죽국수(7000원) 등. 전동면 배일길 뒤웅박고을 전통장류박물관의 장향관은 고가의 한정식집(1인 2만5000원부터).

묵을 곳 세종시 예정지구 도심엔 아직 숙박업소가 없다. 10여분 거리의 공주시 신관동이나 조치원읍의 모텔, 대전 유성 지역의 호텔 등을 이용한다.

여행 문의 세종시청(조치원읍) 문화체육관광과 (044)300-3442, 세종정부청사관리소 관리과(청사 관광 문의) (044)200-1148.

여행공책

부천 웅진플레이도시가 어린이 기부 체험행사 ‘웅플 어린이 기부데이’를 19~21일 진행한다. 참가할 어린이는 장난감·문구류 등 어린이용품 3점 이상을 매표소 기부 상자에 넣으면 된다. ‘아름다운 웅플 어린이’ 임명장·배지를 주고, 당일 워터파크·스파 무료 이용 기회를 준다. 기증 물품은 아름다운가게를 통해 판매돼 소외아동 돕기에 쓰인다. 1577-5773.

한화호텔·리조트는 내년 1월11일까지 ‘패기 넘치는 워터피아 광고 카피’를 모집하는, ‘신입사원 강소라(드라마 ‘미생’ 안영이 역)의 파트너를 찾습니다’ 응모 행사를 진행한다. 광고 영상을 페이스북에 공유하고 댓글로 광고 카피를 작성하면 된다. 당첨자 및 추첨자 500명에게 상품권 등을 준다. (02)729-3840.

용인 에버랜드의 눈썰매장 ‘스노우 버스터’가 지난 13일 개장했다. 2인용 코스를 늘려 대기시간을 줄이고, 2인용 썰매도 플라스틱보다 가벼운 우레탄 소재로 바꿨다. 3개 코스 중 가장 긴 200m짜리의 아이거 코스는 19일부터 운영된다. 튜브리프트를 타고 편리하게 이동하며 즐길 수 있다. (031)320-5000.

우리테마투어는 오는 31일 밤 영덕 강구항으로 무박2일 일출여행을 떠난다. 버스로 서울을 출발해 울진 백암온천에서 새해 새벽 온천욕을 즐기고 영덕 강구항 해돋이를 감상한다. 대게시장, 청송 주왕산과 주산지도 들른다. 온천욕 포함 6만3000원. (02)733-08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