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3.01 15:53 수정 : 2015.03.01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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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수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가 3·1절을 맞아 1일 울산대공원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에 입맞추고 있다. 이날 대전 보라매공원에서도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이 열렸다. 울산/연합뉴스 |
셔먼 국무차관 “지도자들 과거의 적 비난, 마비 초래”
‘일본 반성’ 언급않고 한·중 문제 제기는 ‘도발’로 규정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정무차관이 지난 27일(현지 시각) 한·중·일 갈등과 관련해 각국 지도자들에게 ‘과거사 문제’로 민족주의 감정을 자극하지 말 것을 강력하게 주문했다. 또 일본에는 과거사에 대한 반성과 사과를 촉구하지 않은 채 한·중·일의 협력 필요성만 강조해 ‘과거사를 덮고 가자’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일 것으로 보인다.
미 국무부 3인자인 셔먼 차관은 이날 워싱턴 카네기평화재단에서 2차 세계대전 종전 70주년을 맞는 동북아를 주제로 한 연설에서 “한국과 중국이 이른바 ‘위안부’ 문제를 놓고 일본과 다투고 있으며 역사교과서 내용, 심지어 다양한 바다의 명칭을 놓고 이견이 표출되고 있다”며 “이해는 가지만 좌절감을 안겨준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그는 “물론 민족주의 감정이 여전히 이용될 수 있으며, 어느 정치 지도자도 과거의 적을 비난함으로써 값싼 박수를 받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그런 도발은 진전이 아니라 마비를 초래한다”고 이례적으로 강도높은 표현을 써가면서 비판했다. 그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과거에 있었던 것을 넘어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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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정무차관. 한겨레 자료 사진 |
셔먼 차관의 이런 발언은 문맥상 한국과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한국과 중국의 정치 지도자들이 과거사 문제를 국내 정치에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과거를 넘어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반면에, 셔먼 차관은 이날 30분에 걸친 연설에서 과거사와 관련해 일본의 반성과 사과를 촉구하는 발언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이는 일본이 과거사 문제에 대해 주변국들이 수용할 수 있는 전향적인 태도를 밝힐 것을 독려해온 지금까지 태도과 다른 것으로,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 기조가 변화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셔먼 차관은 최근 상황과 관련해 종전 70주년을 맞아 동아시아의 과거가 현재에 끼치는 충격이 첨예해지고 있다면서, “2차 대전 직후 나라들이 다시 갈라서는 것을 막기 위해 유엔 같은 조직들을 발전시킨 것처럼 오늘날에도 그런 노력들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한 핵문제와 이란 핵, 우크라이나 사태, 사이버 안보 등 함께 극복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면서 “내 연설의 목적은 협력적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일본, 중국, 한국이 지속적으로 같은 방향으로 가고 올바른 목적을 위해 힘을 합친다면 더욱 번영할 것”이라며 “이는 앞으로 몇 달간 오바마 행정부가 지속적으로 강화할 메시지”라고 말했다.
셔먼 차관은 북한과 관련해서는 “북한이 파키스탄의 사례를 따르려고 하지만, 이는 현실화되기 어렵다”고 말해, 북한을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이는 최근 북한이 생산한 핵무기 수가 늘어나면서 북한을 사실상의 핵 보유국으로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제기된 데 대한 반박으로 보인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