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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 ‘일본 편들기 발언’ 파문 진화…치고 빠지기 외교?/한겨레신문

이윤진이카루스 2015. 3. 4. 09:41

국제

미국·중남미

미국 정부, ‘일본 편들기 발언’ 파문 진화…치고 빠지기 외교?

등록 : 2015.03.03 16:07 수정 : 2015.03.03 20:26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회원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한·중이 과거사를 국내 정치에 이용한다는 취지의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정무차관의 발언을 규탄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국무부, 해명자료 통해 ‘일본 사과 필요’ 재확인하면서도
부대변인 “셔먼 차관 연설을 이렇게 해석하는 데 놀랐다”
정세현 전 장관 “셔먼이 본심, 오바마는 립서비스” 지적

미국 정부가 동북아 과거사 문제와 관련한 웬디 셔먼 정무차관의 발언이 큰 파문을 일으키자 진의가 잘못 전달됐다면서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진짜 의도에 대한 의구심이 쉽사리 가라앉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 국무부는 2일(현지시각) 해명 자료에서 “우리는 과거사 문제에 치유와 화해를 촉진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계속 강조한다”며 “여러 차례 언급했듯이 무라야마 총리와 고노 전 관방장관의 사과는 일본이 주변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데서 하나의 중요한 장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2013년 12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이후 고조된 동아시아 과거사 갈등과 관련해 일본의 사과와 반성이 필요하다는 미국 정부의 공식 견해를 재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무부는 이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해 4월 방한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공동기자회견에서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밝힌 발언을 다시 인용했다. 국무부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성을 목적으로 한 일본군의 여성 인신매매 행위는 끔찍하고 매우 지독한 인권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오바마 대통령이 당시 “과거를 돌아보는 동시에 미래를 바라보면서 과거의 가슴 아픈 고통을 해결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한국과 일본 국민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 우리는 일본이 치유를 증진하고 주변국과의 관계개선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국무부가 특정 이슈에 대해 이렇게 장황하게 해명을 한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그만큼 셔먼 차관의 발언에 대한 한국 내 여론 악화에 부담을 느끼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마리 하프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발언은 결코 미국의 정책 변화를 표현한 것이 아니며, 어떤 개인이나 국가를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솔직히 일부가 이번 연설을 특정한 지도자를 겨냥하는 것으로 해석한 것에 약간 놀랐다”며 한국의 언론을 탓하기도 했다.

하지만, 셔먼 차관은 지난달 27일 연설에서 한·중·일 3국의 과거사 및 영토분쟁 문제가 “좌절감을 안겨준다”고 불만을 토로한 직후에 정치 지도자들이 민족주의 감정을 이용한다고 비판했다. 연설 말미에선 “다시 리더십의 문제로 돌아오게 된다”고 지도자 문제를 재강조했다. 이는 어느 모로 보나 이번 연설이 동북아 지도자들을 겨냥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3일 <에스비에스> 방송 인터뷰에서 “전형적인 치고 빠지기 외교”라며 “본심은 셔먼 차관이 얘기를 하고, 오바마 대통령은 립서비스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