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을 폐쇄해야 하는 이유

이런데도 원전을 고집하겠는가/한겨레신문

이윤진이카루스 2015. 3. 6. 09:28

문화

이런데도 원전을 고집하겠는가

등록 : 2015.03.05 20:16 수정 : 2015.03.05 20:16

관저의 100시간
기무라 히데아키 지음, 정문주 옮김/후마니타스·1만6000원

83일
NHK ‘도카이무라 임계사고’ 취재반 지음, 신정원 옮김
뿌리와이파리·1만2000원

2011년 3월11일 오후 2시46분, 모든 일은 그때 시작됐다. 간 나오토 총리는 오후 3시7분 관저로 돌아왔고, 3시14분 관련법에 따라 긴급재해대책본부가 세워졌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초였고, 총리가 본부장을 맡았다. 지진 대응에 익숙한 나라여서 그런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오후 3시37분 1차 각료회의가 시작됐다. 그러나 그들은 몰랐다. 이미 10분 전에 쓰나미가 후쿠시마 원전을 덮쳤다는 사실을.

<아사히신문> 기자인 지은이는 후쿠시마 원전 사태의 첫 100시간(약 5일) 동안 재해 대응의 사령탑인 총리 관저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낱낱이 기록했다. 간 당시 총리 등에 대한 인터뷰 등 철저한 취재의 결과물이다. 일본 관료조직이 얼마나 무기력했는지, 원전이 얼마나 위험한 놈인지 여실히 드러난다. 믿었던 원전 전문가들은 무능했다. 원전 1호기 폭파 사실조차 텔레비전 중계를 통해 알았다. 지은이는 기자로서 분노를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 안다. 좋은 기자다.

책을 읽으면서 독자는 자연스레 무언가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 한국의 관료조직은 이런 사태를 맞을 때 과연 일본만큼이라도 해낼 수 있을까. 우리는 지난해 4월 이 정부의 능력을 확인했다. 일본의 총리 관저에 해당하는 청와대에서 처음 7시간 동안 대통령이 무엇을 했는지조차 우리는 모른다.

<83일>은 비교적 단순하다고 할 수 있는 사건 하나를 다룬다. 1999년 9월30일 일본 이바라키현의 도카이무라에 있는 한 핵연료 가공공장에서 서른다섯살 노동자 오우치 이사시가 대량의 방사선에 피폭했다. 피폭량은 20시버트(Sv), 무게로는 0.001g에 불과했다.

오우치는 쓰러졌지만, 첫날 병원 무균실에서 의식도 말짱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세포 재생을 못하면서 몸속 장기와 피부의 재생능력이 없어진 것이다. 이는 중성자선에 의한 피폭, 즉 ‘임계사고’로는 일본에서 처음 발생한 것이라 한다. 도쿄대 의학부 최고 의료팀이 그를 살리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했다. 하지만 하루하루 그의 몸은 파괴돼 갔고, 83일 뒤 끝내 숨을 거뒀다. 책은 방사선 피폭 환자에 대한 치료의 기록인 셈인데, 방사능이 얼마나 공포스런 놈인지 담담히 풀어냈다. <엔에이치케이>(NHK) 기자인 지은이는 2001년 이 사건을 소재로 다큐를 제작해 많은 상을 받기도 했다.

두 책은 각각 다른 방식으로 우리에게 질문한다. 이런 일을 감당할 수 있는가, 이래도 원전을 고집하겠느냐고.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