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3.10 15:39 수정 : 2015.03.10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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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 베스트 레스토랑 50’에서 10위에 오른 ‘정식당’의 주인 임정식(사진 왼쪽)씨와 27위에 오른 ‘류니끄’의 류태환(사진 오른쪽)씨, 38위에 오른 신라호텔 라연의 김성일 책임주방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지난해 처음 20위에 오른 ‘정식당’ 10위 선정
신사동 ‘류니끄’ 27위, 신라호텔 ‘라연’ 38위에
그는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다. 사회자가 50위부터 수상자를 하나하나 발표하자 입이 바짝 타들어갔다.
“세울, 사우스 코리아 정식(Seoul, South Korea Jungsik).” 이제야 그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사회자는 국내식당인 ‘정식당’을 10위로 호명했다.
싱가포르에서 9일 밤 9시30분께(현지시각) 발표된 ‘아시아 베스트 레스토랑 50’(Asia’s 50 Best Restaurants. 이하 A50B)에서 지난해 국내식당으로는 처음 20위에 오른 레스토랑 정식당이 무려 10계단을 뛰어올라 10위에 선정됐다. ’정식(Jungsik)’은 정식당의 영어 표기 이름이다. 이곳의 요리사이자 주인인 임정식(37)씨는 트로피를 거머쥐고 상기된 표정으로 “20위까지 발표되는 동안 떨렸다. 혹시 지난해보다 순위가 떨어질까해서였다. 이제 마음이 편안해졌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이날 서울 청담동의 정식당 이외에 서울 신사동의 ‘류니끄’가 27위, 신라호텔의 고급 한식당 ‘라연’이 38위에 뽑혔다. 국제적인 식당 평가 순위에 국내 식당 3곳이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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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정식당의 음식들 |
‘모던 코리아 퀴진(Modern Korea Cuisine)’을 표방하는 정식당은 한국적인 식재료와 조리법을 활용해 한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임씨는 “올해도 순위에 올라 매우 기쁘다. (정식당이) 올해로 (문 연 지) 7년차에 접어드는데 앞으로 10년 뒤에도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이 되었으면 한다”면서 “올해는 아내(전통주 주점 ‘월향’의 대표 이여영)와 새로운 형태의 레스토랑을 서울에 곧 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정식당풍이지만 파인 다이닝(정찬)이 아닌 좀 더 대중적인 모델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가 뉴욕에서 운영하고 있는 정식당은 프랑스 레스토랑 평가서인 미슐랭가이드 별점 2개(최고 3개)를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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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니끄 |
류니끄는 한식이 아닌 분자요리법 등을 활용한 창의적인 프랑스 음식으로 순위에 올랐다. 요리사 겸 주인인 류태환(35)씨는 “함께 일한 직원에게 감사한다”면서 “국제적인 평가를 받고 싶다는 목표가 실현되어 매우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본래 영화감독이 되고 싶었다는 류씨는 대학교수였던 부친의 권유로 요리사의 길에 접어들었다. 한국에서 대학을 중퇴하고 일본의 ‘핫토리영양전문학교’, 영국 런던의 ‘르 코르동 블뢰’ 등에서 수학했다. 일본,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등지에서 일을 하고 서른살에 귀국해 서울 신사동에 류니끄를 열었다. 그는 “(경제적으로) 식당 운영의 어려움도 많았는데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직원들이 자부심을 가지게 됐다”면서 “신선한 재료와 기본에 충실한 조리법을 활용한 점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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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호텔 라연 |
특급호텔로는 이례적으로 순위에 오른 신라호텔 라연은 2013년 8월에 문을 열어 고급 한식 정찬 코스요리를 선보여 왔다. 구절판, 족병, 북어청란, 궁중신선로, 배보쌈김치 등이 주메뉴다. 시상식에 참가한 라연의 김성일(52) 책임주방장은 “아시아 전역의 최고 평가단에게 좋은 평가를 받아 기쁘다”면서 “앞으로 한식을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재료의 발효와 숙성에 세심하게 공을 들이는 등, 전통에 충실한 재료와 조리기법을 조합한 점이 오히려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자평한다.
올해로 3회를 맞은 ‘아시아 베스트 레스토랑 50’은 영국 외식전문지 <레스토랑>이 주최하고 이탈리아 탄산수 산펠레그리노와 아쿠아파나가 후원하는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50’의 아시아 버전이다. 2002년부터 해마다 선정돼온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50’은 미슐랭가이드 별점 평가에 필적하는 레스토랑 평가 순위로 세계적인 미식의 트렌드를 선도한다는 평을 듣는다. ‘다이너스 클럽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50 아카데미’에 소속된 전세계 회원 900여명이 투표해 뽑는다. ‘아시아 베스트 레스토랑 50’은 1, 2회 때는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50과 같은 방식으로 선정했으나 올해는 아시아에서 활동하는 회원 300여명의 투표를 통해 선정했다. 저명한 미식가, 식음료 분야 저널리스트, 셰프, 레스토랑 경영자 등이 회원으로 활동한다.
올해 아시아 최고의 레스토랑으로는 타이의 방콕에 있는 ‘가간(Gaggan)’이 선정됐다. 인도요리를 창의적으로 재해석했다는 평가를 듣는 가간은 지난해 3위에서 1위로 뛰어올랐다. 2위는 일본 도쿄의 ’나리사와‘(Narisawa), 3위는 지난해보다 5계단 오른 중국 상하이의 울트라 바이올렛(Ultraviolet by Paul Pairet), 4위는 류긴(Nihonryori RyuGin. 일본 도쿄)이 선정됐다.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사진 아시아 베스트 레스토랑 50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