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자가운동법’ 개발한 헬스 트레이너 이소영씨
헬스 트레이너 이소영씨.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걷기로 되살아나 마라톤·헬스까지
크로스핏·필라테스 자격증 줄줄이 직장인들 집중 인터뷰해 문제 진단
사무실용 ‘맨몸 동작’ 4가지 고안
“헬스클럽 맹신보다 건강한 몸부터” 이씨는 직장인들 사이에 제법 이름난 트레이너다. 대리, 부장, 임원 등 회사 직급에 맞는 운동법을 강의한다. 굳이 비싼 돈을 주고 시간을 내서 헬스클럽에 가서 하는 건강법이 아니다. 마음만 먹으면 어디서나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체육을 전공하지는 않았다. 바닥까지 추락한 자신의 몸과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아니 생존하기 위해 운동을 시작했다. 그는 중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녔다. 삼국지를 읽고 중국에 빠진 선택이었다.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중국으로 유학 갔고, 대학은 프랑스로 건너갔다. 하지만 프랑스 유학은 실패로 끝났다. 학위도 못 받았다. 부모에게 미안해 몰래 귀국했다. 추락했다. 정신은 자살할 힘도 없을 만큼 피폐했고, 몸은 말라갔다. 알코올 중독에 대인기피증에, 소화불량에 불면증 등등. 그렇게 반년을 폐인으로 살았다. 어느 날 걷기 시작했다. 걸으니 식욕이 되살아났고, 잠도 잘 왔다. 마라톤도 시작했다. 살고자 하는 의욕이 솟았다. 동네 헬스클럽에 가서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저런 의문을 풀지 못했다. 헬스 트레이너들이 대답을 못했다. 그래서 직접 지도자가 되기로 했다. ‘크로스핏’ ‘필라테스’ 등 각종 헬스 트레이너 자격증을 땄다. 학위를 따지 못한 분풀이라도 하듯. “건강법을 가르치니 스스로가 힐링이 됐어요. 깊고 어두웠던 인생의 그늘을 벗어난 셈이죠.” 이씨는 그때부터 직장인들을 인터뷰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정신적, 시간적 여유가 정말 없었어요, 매일매일 고된 일에 시달려 자신의 건강을 돌볼 수 없었어요. 그래서 파고들었어요. 그들이 체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언제든지 쉽게 할 수 있는 동작이 무엇인지를.” 그가 권하는 동작은 네가지뿐이다. “뷔페를 가면 항상 아쉽잖아요. 식욕을 만족시키려면 정갈하고 단순한 한끼 식사가 필요한 거죠. 생존에 필요한 체력을 갖추기 위한 운동 동작도 복잡하고 어려울 필요가 없어요. 괜히 몸 만들겠다고 용쓰지 말았으면 해요. 적당한 심폐지구력과 근지구력만 확보하면 사는 데 필요한 생존형 체력은 얼마든지 충족시킬 수 있어요.” 그가 권하는 ‘푸시업’은 자신의 체중을 이용한 대표적인 웨이트트레이닝이다. 그는 푸시업을 ‘맨몸 운동의 진수’라고 부른다. 푸시업은 단순히 팔과 가슴의 근육을 키우는 운동이 아니라, 온몸의 근육을 동시에 사용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실전적인 운동이라고 규정한다. “군대 기합을 받을 때처럼 배부터 내려가고 가슴부터 올라오는 것이 아니라, 가슴부터 내려가고, 올라갈 때는 복근을 끌어올린다는 느낌으로 해야 합니다.” 힘들면 굳이 엎드려 하지 말고 벽을 잡고 하거나, 책상이나 의자에 기대어 하면 된다. 두번째는 ‘플랭크’ 동작이다. 이른바 꿀복근과 꿀허벅지는 아니더라도 몸의 뿌리를 다시 제대로 심어주는 동작이다. “직립보행하는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골반과 척추의 ‘코어 근육’을 튼튼하게 만들어줘야 합니다.” 이 동작은 엎드려 팔꿈치를 90도로 세운 뒤 어깨, 배, 허리,무릎에 힘을 줘 막대기처럼 만들어 버티는 것이다. 버티기 운동의 ‘끝판왕’인 셈이다. 다른 두가지 동작은 서 있다가 두 팔을 앞으로 내밀며 무릎을 구부리는 ‘스쾃’ 동작이고, 다른 하나는 운동을 좀 한다는 이들에게 저주와 찬사를 동시에 받는 ‘버피’라는 동작이다. 이 동작은 스쾃과 엎드려 뻗치는 동작이 이어져 시간당 열량 소모가 가장 큰 운동이다. 너무 힘이 들어 입에서 욕이 절로 나오지만 심장과 폐를 강화하고, 체지방 감소에 가장 빠른 효과를 보여준다고 한다. 이씨는 이런 운동을 매일 10분씩 꼬박꼬박 하고 적절한 식사 조절을 하면 ‘몸짱’은 아니더러도 ‘체력짱’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지난해 <생존체력-이것은 살기 위한 최소한의 운동이다>라는 책도 낸 그는 “피곤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현대인의 저질 체력을 강화시키는 것이 메르스를 이기는 최상의 방법”이라고 자신한다.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