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인류 첫 혜성 탐사 로봇 ‘필레’…7개월 만에 깨어났다/ 한겨레신문

이윤진이카루스 2015. 6. 17. 08:09
 

국제국제일반

인류 첫 혜성 탐사 로봇 ‘필레’…7개월 만에 깨어났다

등록 :2015-06-15 18:06수정 :2015-06-15 18:11

 

 

작년 11월 착륙 때 튕겨져나가면서 그늘에 착지
태양전지 동력 잃고 지구 통제센터와 교신 끊겨
태양으로 접근한 혜성에 햇빛 쏟아지면서 재충전
과학계, 지구의 생명 기원 밝힐 데이터 전송 기대

인류 최초의 혜성 탐사 로봇인 유럽우주국의 ‘필레’가 혜성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에 안착한 모습의 상상도. 유럽우주국 제공/AP 연합뉴스
인류 최초의 혜성 탐사 로봇인 유럽우주국의 ‘필레’가 혜성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에 안착한 모습의 상상도. 유럽우주국 제공/AP 연합뉴스
“안녕 지구! 내 말 들려요?”

주말이었던 지난 13일 밤, 독일 쾰른에 있는 독일우주국의 통제센터는 예상치 못한 외계신호에 깜짝 놀랐다. 곧이어 가슴 벅찬 환호가 터졌다. 현재 지구에서 3억㎞나 떨어진 혜성 탐사로봇 필레가 보내온 신호였다. 지난해 11월 ‘동면’에 들어간 지 7개월 만이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혜성에 올라탄 탐사로봇이 오랜 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켰다. 지구 생명의 기원을 캐려는 과학계의 꿈도 다시 부풀기 시작했다. 유럽우주국(ESA)은 중앙유럽표준시로 13일 밤 10시28분(한국시각 14일 새벽6시28분) 혜성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C-G)’의 탐사로봇 필레로부터 신호를 받았다고 14일 밝혔다. 필레는 혜성 주변을 돌고 있는 모선인 로제타를 통해 독일의 지상관제센터와 85초간 교신하면서 300여개의 데이터를 보내왔다.

필레는 지난해 11월 초속 30㎞로 태양 궤도를 공전하는 혜성에 착륙하는 과정에서 몇차례 튕겨져 나가 그늘에 착지하는 바람에 태양전지 동력을 잃고 교신이 끊겼었다. 이후 혜성이 태양 쪽으로 더 접근하면서, 필레가 잠자던 그늘에 햇빛이 쏟아지며 전지가 충전된 것이다.

유럽 19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유럽우주국은 독일우주국의 수신 보고 직후 ‘로제타’ 이름의 트위터 계정에 “믿기지 않는 소식! 내 착륙선 필레가 깨어났다”라는 인삿말로 세계 전역에 낭보를 전했다. 이어 로제타와 필레가 주고 받은 트위터 교신 형식으로 속보도 올렸다.

“안녕 로제타, 나 깨어났어. 내가 얼마 동안이나 잠들었던 거지?”

“안녕 필레, 오랫동안 잠잤어. 약 7개월.”

“와우, 긴 시간이네. 이제 다시 일할 시간이군.”

“상태 점검부터 해야 돼. 건강과 따뜻한 온도가 먼저야. 좀 진정해.”

“그래 그래. 지금은 좀 피곤하긴 해. 나중에 얘기하자구.”

미국항공우주국(NASA·나사)는 성경 구절을 인용한 “일어나 비추어라!”라는 트위터 메시지로 희소식에 화답했고, 평소 점잖은 편인 영국 왕립천문관측소도 “예스!!!”라고 외쳤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은 전했다.

독일우주국의 로제타 프로젝트 책임자인 슈테판 울라멕 박사는 “필레가 매우 잘 해내고 있다. 현재 필레의 동체 온도는 영하 35℃이며 24와트의 전력을 충전할 수 있다”며 “이제 임무를 수행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일리가 작동하려면 동체온도가 -45℃ 이상, 19와트(W) 이상의 전력이 필요하다.

유럽우주국은 모선인 로제타의 혜성 공전궤도를 수정해 필레와의 교신시간을 늘리고, 필레의 정확한 착지 지점을 파악해 효율적인 탐사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공전 주기가 약 6.5년인 혜성 ‘67P/C-G’는 오는 8월13일께 태양에 가장 가까이 접근한 뒤 다시 멀어지기 시작한다. 울라멕 박사는 “필레가 오는 10월까지는 충분한 태양빛을 받아 활동한 뒤 다시 긴 잠에 빠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과학계는 필레가 지구 생명의 기원을 밝히는 데 결정적 자료들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로제타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영국의 모니카 그래디 박사는 <비비시>(BBC) 방송에 “혜성의 물과 탄소화합물 분자들을 분석해, 지구 생명체의 재료들이 실제로 (지구로 충돌한) 혜성들로부터 전달됐는지를 파악하는 게 우리 목표”라고 말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