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를 위하여

김성우 홍보수석의 '광고탄압'/ 한겨레신문 사설

이윤진이카루스 2015. 6. 22. 08:29

사설.칼럼사설

[사설] 김성우 홍보수석의 치사한 ‘광고탄압’

등록 :2015-06-21 18:44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와 관련해 <국민일보> 편집국장에게 항의전화를 건 뒤 애초 이 신문에 싣기로 예정됐던 정부 광고가 빠지는 사태가 일어났다. 이 광고가 다른 모든 종합일간지와 경제지에 일제히 실린 점 등을 고려하면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 너무 어렵다. ‘언론을 향한 권력의 갑질’ 냄새가 물씬 풍겨난다.

청와대 홍보수석이 신문사 편집국장에게 항의전화를 건 것부터 적절한 행동인지 의심스럽다. 김 수석이 문제삼은 기사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4일 서울대병원을 방문했을 당시 병원 곳곳에 나붙은 ‘살려야 한다’는 글귀를 놓고 누리꾼들 사이에 ‘청와대 연출론’이 제기되면서 이 글귀의 패러디가 쏟아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기사는 이 글귀를 ‘의료진이 자발적으로 붙였다’는 서울대병원 쪽의 해명도 충실히 전하고 있다. 어느 면에서는 청와대 연출론을 해명해준 셈이니 청와대로서는 차라리 고마워해야 할 형편이라고도 할 수 있다. 게다가 청와대 수석의 전화는 단순한 항의가 아니라 ‘압력’에 가깝다는 것은 천하가 아는 일이다.

백 보를 양보해 기사의 당사자로서 청와대가 보도에 불만을 품고 항의전화를 할 수도 있다고 치자. 그러나 그것으로도 모자라 해당 신문사에 ‘보복성 광고탄압’을 한 것은 얼마나 치사한 짓인가. 광고주인 한국언론진흥재단과 문화체육관광부 등에서는 갑작스러운 광고 최소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채 “우리는 아무런 힘이 없다”는 말만 하고 있다고 한다. 김 수석은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발뺌하고 있지만 누가 봐도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광고를 빼버린 것이 확연하다.

김 수석은 잘 알다시피 방송사에서 잔뼈가 굵은 언론인 출신이다. 사실 현직 언론인으로서 재직 중에 곧바로 권력의 품에 안긴 행위부터가 썩 자랑스러운 일은 아니다. 그렇다면 몸가짐을 더욱 조심하고 신중하게 처신해야 옳다. 그런데 김 수석은 벌써부터 권력의 단맛에 취해 있는 듯하다. 오만과 독선에 찬 대통령을 올바르게 보좌해 청와대와 국민 간의 소통을 증진하기는커녕 본인 스스로 기고만장해 오만과 불통의 꼴사나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다른 곳도 아닌 자신의 ‘친정’이라 할 언론계를 향해 위세를 부리고 광고를 갖고 치사한 장난이나 치고 있다니 말문이 막힌다. 김 수석은 자신의 이런 행동이 본인은 물론 언론인 출신 전체의 얼굴에 먹칠을 한다는 점을 제발 깨닫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