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4일 오후 메르스 여파로 타격을 받고 있는 서울 동대문상가를 방문해 상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25
박근혜 정부의 전직 장관급 인사들이 진단하는 ‘박근혜 리더십’
박근혜 정부의 전직 장관급 인사들이 진단하는 ‘박근혜 리더십’
“‘민주공화국’ 대통령의 리더십이 민주적이지 못해” -메르스 사태에 대처하는 정부가 우왕좌왕하는 것과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이 관련이 있을까? “당연히 깊은 관련이 있다. 그게 이런 것이다. 지금까지 수십년 동안 우리 사회는 권력을 끊임없이 분산시켜왔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이 순식간에 그걸 과거로 되돌려버렸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권력은 청와대로, 대통령 한 사람에게로 집중되고 있다. 지금은 심하게 말하면 대통령 혼자 모든 정보를 틀어쥐고, 혼자 판단하고, 혼자 지시한다.” -메르스 사태에서도 그랬을까? “당연히 그랬을 것이다. 지난 2년동안 관료들이 그런 시스템에 길들여졌다. 메르스 현장 책임자는 보건복지부에 보고하고 보건복지부 관료들은 장관에게 보고하고 지시를 기다렸을 것이다. 장관이 판단하고 지시했을까? 아닐 것이다. 장관은 청와대에 보고하고 어떻게 할 것인지 물었을 것이다. 청와대 안에서도 대통령까지 복잡한 과정을 거쳐 보고됐을 테고 결국 병원을 공개할 것인지 말 것인지 이런 사안까지 대통령이 결정해서 지시했을 가능성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17일 오후 청주시 흥덕구 국립보건연구원에서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과 얘기하고 있다. 청주/ 이정용 기자
“여당이 대통령과 호흡 맞추려 해도 꼬이기만” 비슷한 시기에 박근혜 정부에서 장관급 공직을 지낸 또 다른 인사는 원인을 약간 다른 곳에서 찾았습니다. 그는 주로 국회법 개정안 사태를 중심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완강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이유를 분석했습니다. 한겨레의 다른 기자가 취재한 것이라 내용을 간추려서 전달하겠습니다. 그는 우선 박근혜 대통령의 문제를 ‘메신저 부재’에서 찾았습니다. 이병기 비서실장이나 정무특보나 제대로 된 메신저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는 정의화 국회의장, 김무성 대표, 유승민 원내대표가 박근혜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 일을 잘해보려고 하지만 대통령의 정확한 의중을 모르기 때문에 오히려 더 사태가 꼬이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렇다면 메신저를 어떻게 바로 세우면 될까요? 그는 대통령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해 국정을 통할하는 일을 국무총리가 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비서실장은 대통령의 일정만 관리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국무총리가 되는 것을 보고 기대를 접었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그는 “지금 각 부처가 다 망가져 있다”고 진단하고 “앞으로 세월호, 메르스에 이어 더 큰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우려했습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을 국무총리에 앉히는 것을 보면 통일에 대한 의지가 없는 것 같다는 말도 했습니다. 세상에는 직접 겪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그런 종류의 일이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박근혜 정부가 왜 무능한지는 아무래도 박근혜 정부 안에서, 그것도 고위직에서 일을 해 본 사람들이 정확히 알 것입니다. 두 사람은 박근혜 대통령의 남은 임기를 매우 어둡게 전망했습니다. 지금보다 훨씬 더 험악한 장면이 벌어질 것이라고 ‘예언’했습니다. 앞이 캄캄합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