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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복잡하고 역동적인 나라, 대체로 바른 길로 가고 있다/ 라르스 다니엘손 스웨덴 대사/ 한겨레신문

이윤진이카루스 2015. 8. 13. 13:24

정치외교

“북한 붕괴론은 잘못…평화적인 통일 준비 한가지뿐”

등록 :2015-08-12 21:11수정 :2015-08-13 10:22

 

라르스 다니엘손 스웨덴 대사.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라르스 다니엘손 스웨덴 대사.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짬] 떠나는 주한 스웨덴 대사 라르스 다니엘손
스웨덴은 평양에 외교공관을 두고 있는 몇 안되는 서방국가 중 하나다. 그런 만큼 남북 양쪽의 상황을 어느 나라보다 잘 알고 있다. 한때 우리나라의 발전 모델로 거론됐던 ‘스웨덴 모델’로 우리 귀에 익숙해진 나라이기도 하다. 2011년 9월 한국에 부임한 라르스 다니엘손 스웨덴 대사가 4년 만인 이번 달 독일 대사로 영전해 한국을 떠난다. 지난 10일 서울 남산 자락에 있는 스웨덴 대사관에서 그를 만나 남북관계와 ‘스웨덴 모델’ 등에 대한 솔직한 얘기를 들었다. 인터뷰는 1시간30분간 진행됐다.

-이명박 정부 시절 부임해 박근혜 정부 중반까지 근무했다. 그동안 한국의 정치 경제 상황이 어떻게 변했다고 느끼는가.

=두 정부 모두, 특히 현재 정부 같은 경우 변화를 매우 조심스럽고 천천히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개혁에 대한 필요를 강조하지만 오랜 시간 한국을 지속하게 한 기존의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한국에서 정치의 역할은 한국 사회에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지 않았다. 가장 큰 문제점은 정치와 정치인에 대한 신뢰가 낮다는 것이다. 신뢰가 없으면 나라를 운영하기가 어렵다. 아직까지 정부가 이 문제를 진지하게 다루는 것도 보지 못했다.

돌아오는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은 한국인의 자긍심을 고취하기 위한 연설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더해 정부에 대한 신뢰 특히 이 정부가 어떻게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할 것인지에 대해 말해주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이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기를 바란다.

-정부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 것 중 하나가 지금까지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천안함 침몰 사건이다. 민군합동조사단은 최종보고서를 통해 천안함 스크루 휨 현상이 “급작스런 정지와 추진축의 밀림 등에 의한 관성력” 때문이라고 설명하면서 이를 “스웨덴 조사팀의 분석 결과”라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전임 라르스 바리외 대사는 한국 정부의 조사 결과에 동의한다고 말한 바 있다. 스웨덴 조사지원팀은 스크루 휨 현상에 대한 조사에 참여했는지, 그리고 어떤 결론을 내렸는가?

=당시 참여한 스웨덴 조사팀은 뛰어난 전문가로 구성된 팀이었다. 기술팀이다. 그들은 기술적인 사실에 입각해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여기에 대한 나의 해석을 묻고 있다. 이 부분에 있어 나는 나의 전임자의 의견에 동의하며 그 이상으로 답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물론 보고서를 읽었지만 나는 이 건에 대해 답할 위치에 있지 않다. 스웨덴 정부도 이 건에 대해 어떤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이 건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도 논의되었고 결론을 낸 사안이다. 그 이상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

평양에 외교공관 둔 몇 안되는 서방국
2주마다 ‘평양·서울·스톡홀름’ 회의
“김정은 지배력 확실…북은 변화중”

‘스웨덴 모델’ 핵심은 여성 노동 참여
양질의 전일보육 시스템 제공해야
“한국인의 친절·사회 염려 기억할 것”

-유엔 중립국감시국인 스웨덴은 남북 분단 상황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봐 왔기 때문에 남북관계에 관심이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남북관계는 천안함 침몰 이후 취해진 5·24 조처로 인해 경색돼 있다.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풀어나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지난 4년간의 경험에 비추어 말씀드리겠다. 박근혜 대통령이 제시한 장기적 구상은 타당하다. 깊이 고민하고 배려한 흔적이 있다. 문제는 그 첫 걸음이 어디 있느냐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오랜 시간 장기적인 안목으로 남북관계를 지켜보았다. 하지만 그 시작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물론 지금이 첫발을 떼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지금의 북한은 어떤 것에도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최근 김정은이 이희호 여사와의 면담을 거절한 것만 봐도 그렇다. 그럼에도 작은 걸음을 떼라는 주문을 드리고 싶다. 더 많은 대면 접촉이 필요하다. 문화교류와 스포츠 교류도 늘려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경제교류를 늘려야 한다. 여러 제재조처로 어려움이 많은 것은 안다. 하지만 남북간 경제교류의 성공 사례가 있다. 개성공단이다. 몇 년 전 임시 폐쇄로 인해 어려움이 있지만 개성공단은 남북 모두에게 득이 되는 사례다. 남한 정부가 이런 성공을 더 많이 이끌어내길 바란다. 개성공단을 확장하거나 이와 같은 모델을 다른 지역에 적용할 수도 있다.

-스웨덴은 서방국가로서는 처음으로 1974년 평양에 대사관을 개설했다. 평양 대사관과의 소통을 자주 하고 있는가?

=기본적으로 매주 연락을 한다. 그리고 2주에 한 번씩 평양, 서울, 스톡홀름이 화상회의를 한다. 우리에게도 중요하지만 평양에 있는 나의 동료에게 특별히 중요하다. 북한은 폐쇄적인 사회이기 때문에 때때로 내 동료는 “북한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네가 더 많이 아는 것 같다”고 한다.

남북통일은 언젠가 이루어질 것이다. 그리고 남북 간의 대화를 통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스웨덴의 경우 지난 수십 년간 한반도에 대해 상대적으로 방대한 지식을 축적해왔다. 그리고 지금보다 더 나은 상황이 왔을 때 우리의 지식이 통일의 과정에 활용될 수 있기를 바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가 최근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왔다. 이와 관련한 북한 당국의 반응 등에 대해 알고 있는가?

=개인적으로 이희호 여사와 김정은 최고사령관의 면담이 성사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기대했다. 성사된다면 이것은 김정은이 매우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 지도부가 인적 교류의 중요성을 알고 답해주기를 바랐는데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북한의 지도자가 만남을 수락하지 않은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물론 깊이 숙고한 끝에 내린 결정일 수도 있지만 생각지 못한 이유일 수도 있다. 개인적 경험이 있다. 2001년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러 간 적이 있다. 총 4일간의 일정 중 3일간 거절당했다. 우리는 계속 기다리겠다고 말했고 4일째 되는 날 김위원장을 만날 수 있었다. 2004년에 다시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외란 페스손 총리를 수행했는데 거절당했다. 나중에 안 것이지만 건강상의 이유 때문이었다. 김정은 최고사령관이 이희호 여사와의 만남을 거절한 이유가 세심한 고민의 결론이 아닌 다른 이유일 수도 있을 것이다.

-평양 스톡홀름 서울이 수시로 정보교류를 한다고 하셨는데 북한의 상황은 어떤가?

=북한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은 중요하다. 긍정적인 변화도 있고 아닌 것도 있다. 우리가 보기에 평양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생활수준은 나아졌다. 반면 평양 이외의 지역은 변화하지 않았거나 아마 더 나빠졌을 것이다.

북한의 지도부에 대해서 말하자면 김정은은 확실한 지도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의 나이 등을 들어 여러 억측이 있었지만 상당기간 지켜본 결과 김정은은 확실한 지배력을 갖고 있다. 그의 가까운 측근을 빠르게 교체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또한 좁은 규모의 낮은 수준이기는 하나 시장경제 기제의 도입이 늘고 있다. 새롭게 눈에 띄는 점으로, 김정은은 대중에게 인기를 얻기 위한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놀이동산이나 스키장을 짓는 등 일종의 표현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여러 가지 면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남한과의 대화를 내키지 않아 한다는 점이다. 북한의 관심은 미국과 직접대화를 하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경제적 이유 등을 들어 북한의 자체 붕괴를 전제로 한 통일론을 주장하는 의견이 있는데, 북한의 붕괴 가능성을 어느 정도로 보는가?

=그런 위험은 항상 있지만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때때로 독재정권은 붕괴하기도 한다.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통일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방법뿐이다. 평화적이고 질서있게 진행하는 것이다.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면서 이뤄져야 한다. 스웨덴은 남북한이 열린 민주주의와 열린 경제 원칙이 작동하는 통일을 이루기를 바란다. 북한이 붕괴하기를 계획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붕괴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해도 원론적으로 이를 유발해서는 안 된다.

-한국에서는 한때 발전 모델로 스웨덴 모델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한국이 스웨덴 모델에서 배울 수 있는 대목은 어떤 것들이 있는가?

=한 나라의 모델을 다른 나라에 그대로 적용해 성공하는 경우는 없다. 하지만 한국이 참고할 수 있는 지점은 몇 가지 있다.

먼저 세금 징수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스웨덴은 높은 세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만이 스웨덴의 복지를 지탱하는 것은 아니다. 더 큰 이유는 우리가 세금을 잘 징수하기 때문이다. 스웨덴에서는 세금을 내기가 아주 쉽다. 구조가 단순하다. 한국의 조세제도는 너무 복잡하다. 한편으론 부자들이 세금을 회피하기는 너무 쉽다. 세율이 높고 낮은 것이 문제가 아니다. 어떻게 징수하느냐가 문제다.

두 번째는 한국이 어떤 사회를 어떤 복지국가를 꿈꾸든 남성과 여성 모두가 일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여성이 일하는 환경을 갖춰 노동시장에 참여하는 것은 비단 공정함의 문제가 아니다. 성장의 문제이기도 하다.

한국과 스웨덴 모두 대학졸업자의 60%가 여성이다. 노동시장은 이들 여성을 필요로 한다. 이들이 모두 가정에서 아이만 돌보며 지낸다면 어떤 사회도 이를 다 부담할 수는 없다. 스웨덴은 복지사회를 위해 모든 제도와 규정을 통해 남성과 여성 모두가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스웨덴의 노동시장 참여율은 남성과 여성 모두 80%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좋은 복지사회를 위해서는 모두가 기여해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고소득자는 소득이 많으니 더 많이 기여한다. 하지만 소득이 낮은 사람도 기여해야 한다. 그래야 모든 사람이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다. 한국의 경우 3분의 1에 이르는 노동인구가 임시직이다. 상당수가 저임금으로 조세에 기여하지 못한다. 스웨덴에서는 젊고 숙련도가 낮은 노동자라고 해도 소득세를 낼 수준의 급여를 받는다. 시스템에 기여해야 시스템의 주인의식을 갖게 된다.

어떤 수준으로든 복지사회를 원한다면 그 주요 과제 중 하나로 임시직 종사자의 처우를 개선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소득 간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경험상 그것은 어떤 사회이든 가장 위험한 일이다. 긴장감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정규직에 대한 논의는 많고 또 노동조합총연맹에서 이들의 처우에 대해서는 협상력을 갖고 있다. 여기에 유연성을 더한다고 하는데 그것도 가능하다고 본다. 하지만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처우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라르스 다니엘손 스웨덴 대사가 12일 저녁 서울 태평로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주한 외교 사절들의 한국문학 모임인 ‘서울문학회’에서 초대작가로 참석한 고은 시인을 소개하고 있다. 다니엘손 대사는 서울문학회의 회장을 맡고 있다. 사진 하수정 팀장
라르스 다니엘손 스웨덴 대사가 12일 저녁 서울 태평로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주한 외교 사절들의 한국문학 모임인 ‘서울문학회’에서 초대작가로 참석한 고은 시인을 소개하고 있다. 다니엘손 대사는 서울문학회의 회장을 맡고 있다. 사진 하수정 팀장
-여성노동시장 진출 말씀하셨는데 한국사회에서 여성이 노동시장에 나오기 매우 어렵다. 어떻게 해야 할까?

=해답은 단순하지만 어렵다. 아이들을 위한 양질의 전일 보육 시스템을 구축하면 된다. 문제는 어디서 재원을 확보하는가다. 스웨덴의 경험을 말씀드리자면 보육에 쓰는 재원은 확실한 투자다. 좋은 수준의 종일 보육시스템을 도입하면 더 많은 여성이 일터로 나갈 수 있다. 여성근로자들이 세금을 낼 것이고 그렇게 시스템이 돌아간다. 이때 보육서비스 비용은 지급 가능한 수준이어야 한다. 현재 스웨덴의 한 달 기준 종일 보육료는 15만원 가량이다.

둘째로, 고용주와 남성이 이해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육아에 있어 남성이 좀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 스웨덴에는 부모휴가라는 것이 있다. 총 16개월 중 남성은 최소 3개월을 의무로 써야 한다. 여성은 부모휴가를 갈 수 있고 또 돌아온다. 고용주 역시 이를 받아들여야 하며 여성들이 자연스레 복귀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또 하나 중요한 지점이 있다. 스웨덴의 보육시설은 지방정부의 몫이다. 지방 정부는 스스로 세금을 징수할 수 있다. 한국처럼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에서 재원을 받는 구조가 아니다. 한국에는 이런 제도가 없는 것 알고 있다. 한국은 중앙정부가 지방에 보육시설을 늘리라고 주문하지만 예산은 주지 않는다. 다시 세금 문제로 돌아왔다. 지역별 재원이 있어야 한다.

-스웨덴 모델을 비판하는 사람 중에 고복지의 혜택만 누리는 도덕적 해이를 지적한다. 어쩌면 인간의 속성일지도 모르겠다. 이 부분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어디나 시스템을 남용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생각만큼 많지 않다. 인간의 속성이 게으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일하기를 원한다고 생각한다.

스웨덴에는 복지국가가 어떻게 돌아가는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있다. 복지의 혜택을 누리는 동시에 시스템에 반드시 기여해야 한다. 혜택만 누릴 수는 없다. 그러면 이를 어떻게 실현하는가? 다시 신뢰의 문제로 돌아온다. 스웨덴 사람들은 시스템을 신뢰한다. 복지는 모두를 위한 것이다. 시스템은 약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보호해야 한다. 하지만 나 같은 고소득자도 복지의 혜택을 받는다. 내 아이들이 어렸을 때 적은 돈을 내고 보육시설을 이용했다. 모든 아이들이 초등교육부터 고등교육까지 무료로 다닐 수 있고 내 아이들 역시 대학까지 무료로 나왔다. 내 두 아이가 대학을 졸업하기까지 나는 10원 하나 내지 않았다. 나뿐 아니라 모두가 누리는 혜택이다. 여기에 대한 이해가 있으면 복지시스템에 기꺼이 기여하게 된다.

-스웨덴도 대기업 중심의 경제를 유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과 스웨덴의 차이점은 소유권의 분산이라고 보는가?

=그렇다. 스웨덴 제도 아래에서는 주주와 노동조합의 권한이 훨씬 크다. 정부의 힘은 한국에 비해 작다. 한국 정부는 훨씬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나는 시장경제에 대해서 확신하고 있다. 스웨덴에서는 경제에 있어 정부가 큰 역할을 행사한 적이 없다.

가족 소유 기업은 3대에 이르면 문제에 부딪히게 되어 있다. 스웨덴에도 재벌이라 부를 만한 발렌베리 가문이 있다. 그들은 여전히 중요한 기업이고 존경받는다. 사회에 기여하고 납세의 의무를 진다. 그들은 손가락 까딱하는 것으로 경영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발렌베리 가문은 소유권을 분산하면서도 강하고 부유한 가문 경영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한국 역시 여기서 시사점을 발견할 수 있으면 좋겠다. 재벌개혁은 앞으로 5~10년간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다.

자유시장경제를 따르는 나라에서 한국과 같은 형식의 가족소유기업은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물론 대기업 구조는 번영을 가져왔다. 이 부분은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이것이 오래갈 것인가? 어렵고도 흥미로운 주제다.

-대사께서는 재임 4년간 서울문학회 회장을 맡아 활동하는 등 한국문학에도 관심이 많다. 가장 좋아하는 한국 작가는 누구인가?

=너무 많다. 한국 문학을 특별히 좋아하는 이유가 있다. 한국 문학은 정말 다양하다. 전통적인 시부터 소설까지, 특히 사회에 비판적인 작가도 많다. 사회를 비판하고 더 좋은 사회로 나가게끔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문학의 역할이기도 하다.

나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작가인데 고은의 작품을 좋아한다. 고은은 세계적인 시인이다. 또 젊은 작가 중 김영하를 특히 좋아한다. 그의 서술하는 방식도 좋고. 아주 독특한 주제를 다루는 점도 마음에 든다. 한국 문학의 풍부함과 형식의 다양성을 높이 평가한다. 

-한국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이번 주말이면 한국을 떠난다. 하지만 나는 잠깐 갔다 오는 것이다. 나는 복잡한 것을 좋아하는데 한국은 정말 복잡한 나라이다. 일본과 비교하면 훨씬 재미있고 역동적인 나라다. 많은 사람들이 동아시아를 묶어 말하는데 스웨덴에 있으면서 한국은 한국만의 문제와 역사를 지닌 특수한 나라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복잡한 사회에서는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움직이는가가 중요하다. 한국은 끊임없이 움직인다. 때로는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본다. 한국 사람들의 따뜻함, 친절함 그리고 사회에 대한 염려와 관심을 오래오래 기억할 것이다. 한국 같은 나라에서 4년간 머무를 수 있었던 것은 큰 영광이었다.

정석구 편집인 twin86@hani.co.kr, 인터뷰 녹취·정리/하수정 팀장 sooda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