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르스 다니엘손 스웨덴 대사.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짬] 떠나는 주한 스웨덴 대사 라르스 다니엘손
2주마다 ‘평양·서울·스톡홀름’ 회의
“김정은 지배력 확실…북은 변화중” ‘스웨덴 모델’ 핵심은 여성 노동 참여
양질의 전일보육 시스템 제공해야
“한국인의 친절·사회 염려 기억할 것” -유엔 중립국감시국인 스웨덴은 남북 분단 상황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봐 왔기 때문에 남북관계에 관심이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남북관계는 천안함 침몰 이후 취해진 5·24 조처로 인해 경색돼 있다.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풀어나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지난 4년간의 경험에 비추어 말씀드리겠다. 박근혜 대통령이 제시한 장기적 구상은 타당하다. 깊이 고민하고 배려한 흔적이 있다. 문제는 그 첫 걸음이 어디 있느냐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오랜 시간 장기적인 안목으로 남북관계를 지켜보았다. 하지만 그 시작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물론 지금이 첫발을 떼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지금의 북한은 어떤 것에도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최근 김정은이 이희호 여사와의 면담을 거절한 것만 봐도 그렇다. 그럼에도 작은 걸음을 떼라는 주문을 드리고 싶다. 더 많은 대면 접촉이 필요하다. 문화교류와 스포츠 교류도 늘려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경제교류를 늘려야 한다. 여러 제재조처로 어려움이 많은 것은 안다. 하지만 남북간 경제교류의 성공 사례가 있다. 개성공단이다. 몇 년 전 임시 폐쇄로 인해 어려움이 있지만 개성공단은 남북 모두에게 득이 되는 사례다. 남한 정부가 이런 성공을 더 많이 이끌어내길 바란다. 개성공단을 확장하거나 이와 같은 모델을 다른 지역에 적용할 수도 있다. -스웨덴은 서방국가로서는 처음으로 1974년 평양에 대사관을 개설했다. 평양 대사관과의 소통을 자주 하고 있는가? =기본적으로 매주 연락을 한다. 그리고 2주에 한 번씩 평양, 서울, 스톡홀름이 화상회의를 한다. 우리에게도 중요하지만 평양에 있는 나의 동료에게 특별히 중요하다. 북한은 폐쇄적인 사회이기 때문에 때때로 내 동료는 “북한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네가 더 많이 아는 것 같다”고 한다. 남북통일은 언젠가 이루어질 것이다. 그리고 남북 간의 대화를 통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스웨덴의 경우 지난 수십 년간 한반도에 대해 상대적으로 방대한 지식을 축적해왔다. 그리고 지금보다 더 나은 상황이 왔을 때 우리의 지식이 통일의 과정에 활용될 수 있기를 바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가 최근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왔다. 이와 관련한 북한 당국의 반응 등에 대해 알고 있는가? =개인적으로 이희호 여사와 김정은 최고사령관의 면담이 성사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기대했다. 성사된다면 이것은 김정은이 매우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 지도부가 인적 교류의 중요성을 알고 답해주기를 바랐는데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북한의 지도자가 만남을 수락하지 않은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물론 깊이 숙고한 끝에 내린 결정일 수도 있지만 생각지 못한 이유일 수도 있다. 개인적 경험이 있다. 2001년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러 간 적이 있다. 총 4일간의 일정 중 3일간 거절당했다. 우리는 계속 기다리겠다고 말했고 4일째 되는 날 김위원장을 만날 수 있었다. 2004년에 다시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외란 페스손 총리를 수행했는데 거절당했다. 나중에 안 것이지만 건강상의 이유 때문이었다. 김정은 최고사령관이 이희호 여사와의 만남을 거절한 이유가 세심한 고민의 결론이 아닌 다른 이유일 수도 있을 것이다. -평양 스톡홀름 서울이 수시로 정보교류를 한다고 하셨는데 북한의 상황은 어떤가? =북한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은 중요하다. 긍정적인 변화도 있고 아닌 것도 있다. 우리가 보기에 평양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생활수준은 나아졌다. 반면 평양 이외의 지역은 변화하지 않았거나 아마 더 나빠졌을 것이다. 북한의 지도부에 대해서 말하자면 김정은은 확실한 지도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의 나이 등을 들어 여러 억측이 있었지만 상당기간 지켜본 결과 김정은은 확실한 지배력을 갖고 있다. 그의 가까운 측근을 빠르게 교체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또한 좁은 규모의 낮은 수준이기는 하나 시장경제 기제의 도입이 늘고 있다. 새롭게 눈에 띄는 점으로, 김정은은 대중에게 인기를 얻기 위한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놀이동산이나 스키장을 짓는 등 일종의 표현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여러 가지 면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남한과의 대화를 내키지 않아 한다는 점이다. 북한의 관심은 미국과 직접대화를 하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경제적 이유 등을 들어 북한의 자체 붕괴를 전제로 한 통일론을 주장하는 의견이 있는데, 북한의 붕괴 가능성을 어느 정도로 보는가? =그런 위험은 항상 있지만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때때로 독재정권은 붕괴하기도 한다.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통일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방법뿐이다. 평화적이고 질서있게 진행하는 것이다.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면서 이뤄져야 한다. 스웨덴은 남북한이 열린 민주주의와 열린 경제 원칙이 작동하는 통일을 이루기를 바란다. 북한이 붕괴하기를 계획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붕괴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해도 원론적으로 이를 유발해서는 안 된다. -한국에서는 한때 발전 모델로 스웨덴 모델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한국이 스웨덴 모델에서 배울 수 있는 대목은 어떤 것들이 있는가? =한 나라의 모델을 다른 나라에 그대로 적용해 성공하는 경우는 없다. 하지만 한국이 참고할 수 있는 지점은 몇 가지 있다. 먼저 세금 징수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스웨덴은 높은 세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만이 스웨덴의 복지를 지탱하는 것은 아니다. 더 큰 이유는 우리가 세금을 잘 징수하기 때문이다. 스웨덴에서는 세금을 내기가 아주 쉽다. 구조가 단순하다. 한국의 조세제도는 너무 복잡하다. 한편으론 부자들이 세금을 회피하기는 너무 쉽다. 세율이 높고 낮은 것이 문제가 아니다. 어떻게 징수하느냐가 문제다. 두 번째는 한국이 어떤 사회를 어떤 복지국가를 꿈꾸든 남성과 여성 모두가 일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여성이 일하는 환경을 갖춰 노동시장에 참여하는 것은 비단 공정함의 문제가 아니다. 성장의 문제이기도 하다. 한국과 스웨덴 모두 대학졸업자의 60%가 여성이다. 노동시장은 이들 여성을 필요로 한다. 이들이 모두 가정에서 아이만 돌보며 지낸다면 어떤 사회도 이를 다 부담할 수는 없다. 스웨덴은 복지사회를 위해 모든 제도와 규정을 통해 남성과 여성 모두가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스웨덴의 노동시장 참여율은 남성과 여성 모두 80%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좋은 복지사회를 위해서는 모두가 기여해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고소득자는 소득이 많으니 더 많이 기여한다. 하지만 소득이 낮은 사람도 기여해야 한다. 그래야 모든 사람이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다. 한국의 경우 3분의 1에 이르는 노동인구가 임시직이다. 상당수가 저임금으로 조세에 기여하지 못한다. 스웨덴에서는 젊고 숙련도가 낮은 노동자라고 해도 소득세를 낼 수준의 급여를 받는다. 시스템에 기여해야 시스템의 주인의식을 갖게 된다. 어떤 수준으로든 복지사회를 원한다면 그 주요 과제 중 하나로 임시직 종사자의 처우를 개선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소득 간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경험상 그것은 어떤 사회이든 가장 위험한 일이다. 긴장감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정규직에 대한 논의는 많고 또 노동조합총연맹에서 이들의 처우에 대해서는 협상력을 갖고 있다. 여기에 유연성을 더한다고 하는데 그것도 가능하다고 본다. 하지만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처우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라르스 다니엘손 스웨덴 대사가 12일 저녁 서울 태평로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주한 외교 사절들의 한국문학 모임인 ‘서울문학회’에서 초대작가로 참석한 고은 시인을 소개하고 있다. 다니엘손 대사는 서울문학회의 회장을 맡고 있다. 사진 하수정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