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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별들과의 전쟁’…군권도 거머쥔다/한겨레신문

이윤진이카루스 2015. 12. 7. 22:28

국제중국

시진핑 ‘별들과의 전쟁’…군권도 거머쥔다

등록 :2015-12-06 20:07수정 :2015-12-0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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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초점 I 중국, 30년만에 군 전면개혁
“언제든 싸울 준비가 돼 있고, 싸우면 이기는 군대를 양성해야 한다”며 강군몽(强軍夢)을 역설해온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군 현대화 구상이 최근 모습을 드러냈다. 지휘체계의 통합 일원화와 군기 재확립을 뼈대로 한 개편안은 덩샤오핑 이후 30여년 만에 이뤄진 가장 큰 폭의 군 개혁안으로 평가된다. 중국 안팎의 전문가들은 시 주석이 군 현대화와 장악력 강화란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한다고 분석한다.

■ 지휘체계 간소화, 군구 통폐합 중국군을 통솔하는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이기도 한 시 주석이 지난달 24일부터 사흘 동안 군 수뇌부와 논의해 결정한 군 개혁안의 가장 큰 특징은 유기적인 통합 작전체계 수립이다. 구체적인 안을 밝히진 않았지만 군구 개편과 연합작전지휘기구 신설을 적시했다.

군 현대화로 유기적 체계 목적
7대 군구, 4~5대로 개편 ‘큰그림’
4대 총본부도 총참모부로 통폐합
“미 합동참모본부 체계 참고한 듯”

시진핑 간판 ‘반부패’ 군에 제도화
‘부패낙마’ 제2 쉬차이허우 나올 듯
속셈은 개혁으로 군 통솔력 강화
정치·외교·경제 이어 ‘국방’ 손 안에

현재 중국군은 지역 구분에 따라 베이징·선양·지난·난징·광저우·청두·란저우 등 7대 군구로 나뉘어 있다. 중국 내외 언론과 전문가들은 이 군구가 통합돼 동·서·남·북의 4개 군구로 개편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중부 군구를 따로 두는 5개 군구 체계 얘기도 나온다. 현행 4대 총본부(총참모부·총정치부·총후근부·총장비부)는 총참모부 중심으로 통폐합될 전망이다. 총참모부는 사실상 육·해·공군과 전략미사일부대인 제2포병을 통합해 지휘하는 사령부 구실을 한다. 황둥 마카오국제군사학회 회장은 “중국이 미국의 합동참모본부 체계를 참고한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군은 5월 발표한 <2015 국방백서>에서 “각 군구가 지역방어 개념에서 전역 합동방어 전략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중국군 내부에서는 육·해·공군과 핵무기 등 미사일을 운용하는 제2포병이 각각의 군구로 나누어져 유기적인 합동작전을 펼치지 못해 효율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게다가 세분화된 군구는 현대전의 핵심인 속도전과 정보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단점도 있었다. 홍콩의 군사평론가인 량궈량은 “시속 수천㎞인 초음속 전투기는 순식간에 중국의 군구 몇개를 통과할 수 있다. 조금만 명령 하달이 늦어도 이에 대응할 수 없다”며 “현대전에서 필수인 조기경보기능 강화를 위해 대형 전구로 개편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말했다.

국방전문가인 자오샤오줘는 지난달 중국인민라디오방송에 나와 “중국군은 과거에 견줘 괄목할 만한 발전을 했다. 하지만 정보화 시대에 맞지 않는 폐단이 드러나기 시작했다”며 “각 군구, 지휘부 간 칸막이 현상 심화와 기구 비대화와 중첩화, 지휘 체계의 중첩 등이 그것이다. 이번 개혁안은 이런 폐단을 해소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고 말했다. 캐나다의 군사전문지 <칸와 디펜스 리뷰>는 “중국군이 현행 육군 중심에서 육해공 융합 작전체계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올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이 불거지고 국방백서에서 ‘해군을 경시하는 고정관념을 타파하고 해양 이익을 중시해야만 한다’고 밝힌 만큼 해군력이 보강될 가능성이 높다.

■ 부패 차단 통한 군기 재확립 중국 현대사 전문가들은 공산당 군이 압도적인 병력과 장비를 지닌 국민당 군을 물리친 원인 가운데 하나로 공산당 군이 군기 면에서 앞섰다는 점을 꼽는다. 국민당 군이 일본군 주력과 맞서느라 전력 소모가 컸던 이유도 있지만 군기가 정돈된 공산당 군은 중국 인민들의 지지를 얻었다. 당시 “국민당 군은 빼앗아가지만 홍군은 값을 치른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공산당이 정권을 잡은 지 60년이 넘은 현재 공산당 군의 부패는 인민의 성토 대상이 됐다. 특히, 군수와 재무를 담당하는 총후근부와 장비 유지와 구매를 담당하는 총장비부는 부패의 온상으로 여겨진다. 시 주석 집권 뒤에만 군부 2인자인 쉬차이허우, 궈보슝 전 중앙군사위 부주석이 잇따라 부정부패로 낙마했다. 8월 사형집행 유예를 선고받은 구쥔산 전 총후근부 부부장의 수뢰액은 200억위안(3조8000억원)에 달했다.

이번 군 개혁안은 시 주석의 간판 정책인 ‘반부패’를 군에서 제도화했다. 개혁안은 “중앙군사위원회가 기율검사위원회를 만들어 각 군에 조직원을 파견하고 군사 법원과 검찰원도 설치하겠다”며 “의법치국 원칙에 맞게 군기를 엄격히 세우고 군내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하겠다”고 명시했다. 낙마한 쉬, 궈 부주석 등은 모두 승진을 대가로 막대한 규모의 뇌물을 받아 챙긴 혐의가 확인됐다.

중국군은 앞서 군내 향우회, 동창회, 동호회 등의 모임을 일절 금지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개혁안은 그동안 묵인 또는 제한적으로 허용해온 군의 이익사업도 금지하겠다고 했다. 양위쥔 국방부 대변인은 “군 도덕성을 정화하고 인민의 군대라는 본분을 유지하기 위해 군의 외부 이익활동이 전면 금지될 것”이라고 했다. 여기엔 부동산 개발, 학교·병원 운영 등도 포함될 전망이다.

1978년 마오쩌둥에 이어 집권한 덩샤오핑은 경제 발전에 초점을 맞춘 개혁개방을 추진하면서 국방비 부담을 줄이려 군에 일부 이익사업을 허용해 부대 운영을 자급할 수 있도록 했다. 중국군은 군용지를 부동산업에 투자하고 군사시설을 민간에 임대하며 막대한 수익을 챙겨왔다. 장쩌민도 1990년대 이런 폐단을 파악하고 군의 영리사업 중단에 나섰지만 첫 민간인 출신 중앙군사위 주석이라는 배경 탓에 실패했다. 그러나 1970년대 겅뱌오 당시 국방부장의 비서를 지낸 바 있는 시 주석은 7명의 정치국 상무위원 가운데 유일하게 군 경력이 있다.

■ 시진핑의 군 통솔력 강화 1980년대 덩샤오핑 시대 이후 30여년 만에 가장 강력한 것으로 평가되는 이번 군 개혁안은 결국 시 주석의 군 통솔력을 극대화할 전망이다. 시 주석은 이미 정치, 외교는 물론 전통적으로 총리의 권한으로 여겨지던 경제 분야까지 거머쥐었다. 그는 군 개혁안과 관련해 “군대에 대한 최고 영도권과 지휘권을 당 중앙과 중앙군사위원회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군 신문인 <해방군보>는 1일 “현행 4대 총본부와 7대 군구 체계는 구식이다. 4대 총본부에 과도하게 권력이 분산되고 저마다 독립적인 명령체계를 지니고 있어 당 중앙군사위의 군 통솔력을 떨어뜨리고 기능을 저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중국 지휘부와 일선 부대 지휘관들은 군 개혁안 발표 하루 뒤인 지난달 27일 성명을 내어 “전국 각 부대는 시 주석과 중앙군사위의 개혁 방침을 굳건히 지지할 것”이라고 충성을 맹세했다.

일부에서는 과도한 권력 집중과 급진적인 군 개혁안은 시 주석에게는 위기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군사전문가인 니러슝은 “시 주석은 군을 비롯해 당, 정의 모든 권력을 쥐고 있다. 고도의 자제력을 발휘하지 않으면 외려 재앙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칸와 디펜스 리뷰>의 아시아 편집장인 안드레이 창은 “대대적인 군 개혁은 필연적으로 적잖은 규모의 군 인사 정리를 동반하기 때문에 서둘러 추진해선 안 된다”며 “혹시 시 주석이 1960년대와 1980년대 각각 전면적인 군 개혁을 추진하다가 권좌에서 내려온 소련의 흐루쇼프(흐루시초프)나 고르바초프 서기장처럼 시련을 맞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시 주석의 예고대로 감축될 30만 병력의 일자리를 마련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