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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실험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 서로 비난/ 한겨레신문

이윤진이카루스 2016. 1. 9. 13:46

국제국제일반

미 “중국 대북 접근법 작동안해” 중 “미국 적대정책 탓” 공방

등록 :2016-01-08 19:12수정 :2016-01-08 22:02

 

미-중 ‘북 핵실험’ 책임 놓고 충돌

미국과 중국이 북한의 4차 핵실험을 두고 공개적으로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다. 앞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진행될 대북 제재 방안과 수위를 놓고도 상당한 기싸움이 예상된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7일(현지시각) 기자회견을 통해 “오늘 중국(왕이 외교부장)과의 대화에서, (중국의 대북 접근 방식이) 작동하지 않았으며, 평소대로 일을 계속할 수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케리 장관은 “중국은 자신들이 원하는 특별한 대북 접근법이 있었고, 우리는 중국에 그것을 실행할 수 있는 여지를 주며 동의하고 존중해 왔다”며 이렇게 밝혔다.

케리 장관은 기자회견 첫머리에선 “북한 핵실험에 대한 점증하는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조처들을 (중국 쪽과)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며 미-중 간 협조가 잘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얘기했다. 그러나 북한의 핵실험은 미국의 대북 정책 실패를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추궁이 이어지자 결국 중국에 책임을 떠넘긴 것이다.

그동안 미국 내에선 중국이 북한을 압박할 수 있는 지렛대들이 있음에도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불만이 많았다. 공개석상에서 나온 케리 장관의 발언은 미국의 분위기와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미-중 대북정책 책임론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미국 정치권 ‘중국 책임론’ 팽배
케리 국무 “평소대로 일 할 수는 없다”
대변인 “지역·글로벌 리더로 역할해야”
하원, 대북제재 강화법 조만간 표결

중 환구시보 “북 그릇된 선택
평화협정 외면해온 미국도 책임”
안보리 제재 수위 놓고 격론 예고

그러나 미국 등에 팽배해 있는 ‘중국 책임론’에 대해 중국은 불쾌함을 표출했다. 화춘잉 외교부 대변인은 8일 정례브리핑에서 ‘케리 장관의 발언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와 동북아 평화 안정뿐 아니라 중국 자신의 양호한 주변 환경을 위해 거대한 노력을 해왔다. 한반도 핵 문제의 유래와 문제는 중국에 있지 않으며 해결의 키포인트도 중국에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그는 전날에도 “중국이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가슴에 손을 얹고 스스로는 얼마나 건설적인 노력을 기울였는지 반성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중화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관영 <환구시보>는 8일 사설을 통해 “(중국 책임론은) 중국이 모든 위험을 무릅쓰고 각종 책임을 떠맡아야 한다는 논리다. 북핵 문제는 핵으로 안전을 보장받으려는 북한의 그릇된 선택에도 원인이 있지만 북한과 평화협정을 서명하지 않은 채 불안감을 키우는 미국의 적대시 정책도 원인”이라며 미국 쪽 책임을 강하게 부각시켰다.

미-중 간 책임 공방은 안보리 대북 제재 논의 과정에서 상당한 신경전이 펼쳐질 것임을 예고한다. 실제, 존 커비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제재를 통해) 북한에 대한 압력을 증가시킬 기회다. 중국은 지역 리더와 글로벌 리더로서 이 지점에서 해야 할 역할이 있다”며 강하게 중국을 압박했다.

한편, 미 하원은 지난해 2월 외교위원회를 통과한 뒤 현재 본회의에 계류 중인 대북 제재 강화법을 이르면 다음주쯤 표결에 부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법안에는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정부와 기업, 은행, 개인 등으로 제재 범위를 확대하는 ‘세컨더리 보이콧’ 조항이 들어 있으나, 실행 여부는 행정부 재량에 맡기고 있다. 본회의 표결에 앞선 문안 조정 과정에서 이 조항이 ‘의무 조항’으로 강화될지, 삭제될지가 관건이다. 현재로선 의무 조항이 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 베이징/이용인 성연철 특파원 yy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