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탄저균 시험 파문
한·미 합동실무단 조사 결과 발표
2009년부터 총 17번 반입 드러나
오산 외에 용산기지서도 시험
그동안 한국정부에 통보 안해
소파 권고안 승인해 사전 통보키로
한·미 합동실무단 조사 결과 발표
2009년부터 총 17번 반입 드러나
오산 외에 용산기지서도 시험
그동안 한국정부에 통보 안해
소파 권고안 승인해 사전 통보키로
주한미군이 2009년부터 지금까지 16차례나 사균(死菌) 처리된 탄저균을 들여와 훈련용 시험을 했으며, 올해에는 페스트 사균도 들여온 사실이 새로 확인됐다. ‘올해 처음 훈련한 것’이라는 취지의 그간 주한미군 해명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장경수 국방부 정책기획관과 로버트 헤들룬드 주한미군 기획참모부장은 17일 용산 한미연합사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이런 내용의 한·미 합동실무단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장경수 기획관은 “주한미군이 올해 탄저균 샘플과 함께 페스트균 샘플을 반입한 사실과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두 15차례 탄저균 사균 샘플을 반입해 시험을 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2009년 이후 지금껏 탄저균은 16차례, 페스트균은 1차례 반입했다는 얘기다.
주한미군의 탄저균 논란은 5월28일 미국 국방부가 더그웨이 연구소에서 살아있을 가능성이 있는 탄저균 샘플을 한국의 오산기지 등 세계 각지에 보냈다고 밝혀 불거졌다. 주한미군은 같은 날 자료를 내어 “탄저균 샘플 반입은 생물방어 훈련을 위한 것”이라며 “본 실험 훈련은 최초로 실시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과거에도 반입된 것 아니냐는 등의 의혹이 제기됐으나 주한미군은 “조사가 끝나기 전까지 답할 수 없다”며 입을 닫았다. 대신 주한미군은 7월 국방부와 공동조사에 합의하고 한·미 합동실무단을 꾸렸다. 그러나 다섯달 동안의 조사 결과 주한미군의 “최초 훈련” 해명은 거짓인 것으로 드러났다.
주한미군은 서울 용산기지에도 탄저균을 반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작년까지는 용산기지에서, 올해는 오산기지에서 시험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한 번에 1㎖씩 반입됐다”고 말했다.
한·미 합동실무단은 탄저균 샘플이 지난 5월 안전하게 제독·폐기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샘플의 반입이 한국 정부에 통보되지 않았다”며 소파(주한미군지위협정) 합동위원회에 주한미군 생물학 검사용 샘플의 반입 절차를 문서화한 합의 권고안을 제출했다. 현행 소파 협정 9조는 주한미군에 탁송된 군사화물에 대해 한국의 통관 절차를 면제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미 양국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미군기지에서 소파 합동위원회를 열어 합동실무단의 권고안을 승인했다. 권고안은 주한미군이 샘플을 반입할 때 한국에 발송·수신 기관, 샘플 종류·용도·양, 운송 방법 등을 통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쪽의 요청이 있으면 조기에 공동 평가를 하고 관세청이 검사를 희망하면 주한미군과 합동 검사를 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