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미 국무부는 그날 즉각적으로 성명을 내어 “우리는 동맹을 강화하고 지역과 국제 안보 활동에서 좀더 적극적인 역할을 하려는 일본의 노력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또 미 상원 외교위와 군사위의 양당 지도부도 공동성명을 발표하여 “우리는 일본이 지역 및 전지구적인 안보 현안에서 더 많은 역할을 하게 된 것을 환영하고, 미국이 일본과 함께 이 새로운 조처들을 개정된 미-일 방위지침의 맥락에서 이행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왜 일본의 안보법제를 환영하는 것일까?
이 질문은 아베 총리가 8월14일 담화에서 보여준 역사인식을 보면 더욱 깊어진다. 그는 “서양 열강을 중심으로 한 나라들의 식민지 경쟁”을 러일전쟁의 역사적 배경으로 지적한다. 그래서 일본의 승리가 “식민지 지배 아래서 고통받는 많은 아시아나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용기를 북돋웠”다고 자화자찬한다. 일본의 전쟁과 식민지 정책의 책임을 “서양 열강”에게 돌린 것이고, 일본을 약소국의 보호자로 자처한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2차대전으로 확대된다. “세계 공황이 발생하고, 구미 지역 여러 나라가 식민지 경제를 둘러싼 경제 블록화를 진전시키면서” 일본이 받은 고립감이 심해졌기 때문에 “전세계적인 대세를 보는 감각을 잃어버렸”다고 설명한다. 역시 2차대전의 책임도 “구미 지역 여러 나라”이고 일본은 그 피해자라는 것이다.
미국은 아베 총리의 이러한 역사인식을 모르는 것일까?
답을 찾기 위해 중국이나 북한을 넘어 미국의 전략을 보자. 재정긴축과 대테러 전쟁의 부담 때문에 오바마 정부는 전략을 수정했다. 이전 부시 정부는 두 개의 적국을 상대로 동시에 전쟁을 수행하여 승리한다는 ‘양대 전쟁 전략’을 유지했다. 오바마 정부는 대테러 전쟁을 다수의 장소에서 수행하면서 한 개의 적대국과 전쟁하여 승리를 거두고 다른 적대국은 도발을 억제하거나 방어할 수 있는 능력을 요구하는 ‘1 + 1 + 1’ 전략을 채택했다.
2015년 미국 군사전략 보고서는 동시적으로 △적국의 공격으로부터 미국을 방어하고 △반테러 작전들을 지속적으로 수행하며 △군사력을 전진배치하여 여러 지역에서 공격을 억제하고 동맹국을 안심시킬 수 있는 군사적 능력을 보유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능력을 독자적으로 보유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해서 2014년 4개년 국방검토 보고서(QDR)는 미국이 비교우위를 누리고 있는 부분 중의 하나가 ‘동맹 네트워크’라고 하면서 변화하는 전략환경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이를 활용할 것이라고 천명하고 있다.
무엇을 위해 이러한 군사력과 동맹이 필요하냐고? 미국은 확실하게 답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2015년 국가안보전략 보고서에서 “개방적 국제경제 체제 안에서 강하고, 혁신적이며, 성장하는 미국 경제”가 핵심적 국가이익의 하나라고 밝히지 않았는가.
결국 오바마 정부는 미국 경제를 위해, 세계 경영을 위해 냉혹한 선택을 한 것이다. 아베 총리의 역사인식을 무시하고 ‘전쟁할 수 있는 일본’을 환영하는 이유다.
서재정 일본 국제기독교대 정치·국제관계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