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건강 화제
고지혈증 치료제로 널리 쓰이는 ‘스타틴’ 계열의 약을 2년 이상 먹을 경우 당뇨에 걸릴 위험이 2.6배나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고지혈증은 핏속의 콜레스테롤 수치가 일정 기준보다 높은 질환으로, 방치하면 일부에서 심장질환이나 뇌혈관질환의 발병 위험을 높인다. 국내에서 처방되는 주요 스타틴 계열의 약은 리피토, 크레스토, 바이토린 등이 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2005~2012년 40살 이상 국민건강보험 건강검진 수검자 가운데 심장 및 혈관질환에 걸린 적이 없으면서 고지혈증이 있는 103만7천명의 의료정보를 분석했더니, 스타틴 계열의 약을 먹은 사람들은 다른 고지혈증 치료제를 먹은 사람들보다 당뇨에 걸릴 위험이 평균 1.9배 높았다. 이런 위험은 용량과 기간이 길어지는 것과 비례해 커졌는데, 스타틴을 먹은 지 1년 미만인 경우 다른 고지혈증 치료제를 먹은 사람들보다 당뇨 발병 위험이 1.3배, 1~2년 복용한 사람들은 2.2배, 2년 이상 먹으면 2.6배 높았다. 약의 용량으로 보면 저용량의 스타틴을 먹은 사람들은 당뇨 위험이 1.1배, 중간 용량 복용군은 1.7배, 고용량군은 2.5배 높았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의 관련 학회에서 나온 ‘미국 고지혈증 투약지침’과는 정반대로 나온 것이다. 미국 학회들은 2013년에 심장 및 혈관질환의 발생 위험과 관계없이 고지혈증이 있는 사람 모두에게 스타틴 계열의 약을 먹도록 권고했기 때문이다. 고지혈증은 평소 거의 아무런 증상이 없지만, 핏속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으면 혈관이 좁아지거나 혈액이 굳으면서 생기는 혈전이 혈관을 막아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등 중증의 심장 및 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높이기 때문에 이런 권고가 나왔다. 미국 학회들의 지침이 나온 뒤 우리나라에서도 고지혈증이 있는 사람들이 스타틴 계열의 약을 많이 먹었다. 당시 고지혈증이 있다고 해도 심장 및 혈관질환에 걸리지 않는 이들도 있는데 이들마저 당뇨에 걸릴 위험을 높이면서 이 약을 먹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는 우리나라에서 고지혈증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스타틴의 당뇨 부작용을 확인한 국내 첫번째 연구 결과로, 앞으로 우리나라에서의 스타틴 처방 지침을 마련할 때 근거로 활용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