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배울 공동대표 김정희 박사
[짬] 가배울 공동대표 김정희 박사
8년전 전남 강진 조사하러갔다 ‘매료’
“남도 밥상 받는 순간 엔도르핀 황홀” 답사단 여행·가배울 결성 ‘꾸러미’ 보급
우리콩 거두는 소농들 삶 지켜주고파
‘토종농사문화 살리기’ 종잣돈 모금중 ‘언제고 지친 심신을 씻어주는 맑은 공기, 봐도 봐도 잘생긴 월출산과 그 산자락의 차밭길, 칠량의 바닷길, 백련사에서 다산 초당에 이르는 사색의 길, 만덕산 정상 깃대봉에서 바라보이는 숨 멎을 것같이 아름다운 강진만….’ 2010년 무렵 홍보대사를 자처한 그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함께 걷고 싶은 이들을 모집해 1년 동안 강진의 13개 코스 300㎞ 넘는 길을 걸었다. “발길 닿는 마을에 들어가 남도 밥상을 대하는 순간 엔도르핀이 솟아나면서 황홀해지죠.” 집집마다 손수 농사지은 콩으로 담그는 된장, 고추장, 액젓이 마을 반찬의 기본 조미료이고 철철이 나는 머위 순, 두릅, 깻잎 등 야생이나 토종 재료로 담그는 장아찌와 김치가 기본 찬으로 나왔다. 유네스코가 인류문화유산으로 지정한 바로 그 한식문화의 원형이었다. 마침 답사단에 참여한 이들이 주로 여성이다 보니 남도 밥상의 맛을 집에서도 느껴보고 싶다는 요청들이 이어졌다. 밥상을 차려내는 손맛의 주인들도 역시나 대부분 농촌 여성들이었다. 그들을 연결해 매달 제철 농산물을 보내주는 ‘꾸러미’ 사업을 시작했다. 사단법인 가배울을 꾸리게 된 계기였다. “가배울의 정신인 살림여성주의는 일찍이 공동육아의 경험과 여성학 박사 논문을 쓰면서 제 나름대로 찾아낸 한국적 혹은 아시아적 에코페미니즘이랄 수 있지요. 자연과 인간의 상생, 나이·성별·인종·장애 등 다양한 집단의 상생 질서를 지금, 여기서 만들어가는 실천을 지향합니다.” 가배울은 축제를 의미하는 ‘가배’와 울타리를 뜻하는 ‘울’을 합친 말이다. 그와 함께 이진희(강일고 교사)·민경숙(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전 운영위원장)·이훈(살둔제로에너지하우스 소장)씨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고, 여성계 지인들이 운영위원(16명)·자문위원(25명)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런데 꾸러미를 하는 마을에서 다들 토종농사를 짓는다는 사실은 1년이 지나도록 몰랐어요. 강낭콩, 메주콩, 약콩, 서리태, 팥, 동부, 파란콩, 호랑이콩, 콩나물콩, 오이, 토란, 녹두, 참깨, 옥수수, 땅콩, 마늘, 생강, 시금치, 벼, 들깨, 상추, 부추, 조, 수수, 밀, 보리 등등 양은 작지만 종류는 뜻밖에도 다양하더라고요.” 토종농사 중에 콩의 재배량이 가장 많다는 점에 착안해 그는 우선 토종콩 손두부 공동구매부터 시작했다. 지난해 1500평의 무제초제 토종콩밭(해남 토종씨앗마을 인증 1천평, 강진 달마지마을 무인증 500평)을 확보했고 올해는 두부 제조만을 위해 약 3천평 2.5~3톤의 무제초제 토종콩을 재배할 예정이다. “두부를 통해 가능성과 한계를 모두 확인했어요. 쉽게 상하고 택배도 까다로워 대량 보급이 어렵더라고요. 지속가능성과 사업성을 모두 담보하려면 토종 가공품 생산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죠. 소농의 자급자족용으로 겨우 남아 있긴 하지만 그마저도 고령 농민의 자연사와 함께 사라질 위기잖아요?” 그가 소비자들에게 가공품 개발비를 후원받아, 농가와 계약해 생산해서, 다시 가공품으로 돌려주는 프로젝트인 ‘가배울 토종농사 문화 살리기’ 캠페인에 나선 이유다. 가배울과 파트너십을 맺은 ‘땅끝황토 친환경영농법인’에서 전남도로부터 토종 종자를 비롯한 비유전자변형(NonGMO) 국산종자 재배 15만평 조성을 지원받아, 유전자 검사까지 철저히 마친 토종종자 특허를 내고, 된장·청국장가루·참기름·생들기름·들깨가루·보리누룽지 등 가공품을 개발해 보급할 계획이다. 올해 1차로 1구좌 10만원(비회원 11만원), 500명 참여를 목표로 삼았다. “다국적 종자기업에 넘어갔던 토종 종자 일부를 되찾아왔다고 해요. 하지만 국가가 나서서 지엠오 작물을 수십종 개발하고 지엠오 벼를 보급하려는 마당에 국가도 믿을 수가 없는 상태입니다. 핵이나 무기로 하는 전쟁이 아니라 종자 전쟁이 인류 미래를 좌우할 가장 무서운 전쟁이라고들 하는데요. 지엠오 식품 불안에 떨고만 있을 게 아니라, 우리 종자를 지키는 방법을 함께 토론하고 찾아내 한 가지라도 이뤄낸다면 멋진 일 아닐까요?” 그는 가배울 연락처를 꼭 소개해달라고 당부했다. 070-7867-7741.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