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양자현안 및 지역·글로벌 이슈 등을 폭넓게 논의하는 제8차 전략경제대화(S&ED)가 6일 중국 베이징의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개막했다. 사진은 양국 인사들이 개막식에서 카메라 앞에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왼쪽부터 미국의 제이컵 루 재무장관, 존 케리 국무장관, 이어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 류옌둥 부총리, 왕양 부총리,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 베이징/AFP 연합뉴스
중국 베이징에서 6일 막을 올린 제8차 미-중 전략·경제대화에서 미국은 북핵 해결을 위해 대북 제재 수위를 높이라며 중국을 강하게 압박했다. 회담 첫날 이런 주도권 다툼이 실제 양국 성명에 어떻게 반영될지 주목된다.
우선,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개막 연설에서 ‘이란 핵문제’를 모델로 삼아 북핵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점이 예사롭지 않다. 이는 리수용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의 방중을 통해 북한과의 관계정상화를 모색하는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인 동시에, 오바마 행정부 임기 끝까지 미국 정부가 대북 제재 수위를 더욱 높이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음을 시사하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케리 장관을 비롯해 미 정부 고위당국자들이 북핵 문제와 이란 핵문제를 대비시킬 때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이란처럼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발신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이번 케리 장관의 발언은 맥락이 전혀 달라 보인다. 이란이 핵 협상장에 나온 것은 강력한 제재가 먹혀들었기 때문이라는 인식이 최근 들어 미 워싱턴 행정부 안팎에서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란 모델’을 본보기 삼아 강한 대북 제재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다 민주당 대선 후보로 거의 확정된 힐러리 클린턴 쪽의 외교안보 참모들도 강한 제재를 통해 ‘붕괴 직전까지 밀어붙여야’ 북한이 협상장으로 나올 수 있다는 얘기를 거의 공식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미 행정부가 최근 북한을 주요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으로 지정하고, 중국의 전자·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에 북한 등 제재대상국에 수출한 물품 목록을 제출하라고 요구한 것도 미국 내 이런 분위기의 반영일 수 있다.
북핵 문제를 둘러싼 미국의 이런 공세는 유엔 안보리 결의와 같은 다자적 제재에는 동참하되, 중국이나 미국만의 독자적인 제재에는 반대하는 중국과 갈등을 빚을 수밖에 없다. 시진핑 중국 주석은 이날 개막식 축사를 통해 북핵 문제와 관련해 미국과 긴밀한 협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이행 등에서 ‘중국은 할 만큼 했다’는 우회적 항변으로 보인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 등 북한을 고리로 한 미-중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대북 제재 강도가 미-중 기싸움의 최전선처럼 비치고 있는 것이다.
다만, 북핵 문제 등을 둘러싼 미-중의 날카로운 초반 신경전이 7일 폐막 뒤 발표될 성명 등에 어떤 식으로 반영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회담 초반에는 공개적인 여론전을 통해 상대방을 압박하지만, 실제 회담 결과물은 다른 안보 및 경제 의제들과의 주고받기를 통해 강도가 약해지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은 전통적으로 외교 협상에서 안보 문제만큼이나 경제 문제에도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다.
워싱턴 베이징/이용인 김외현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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