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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중국기업 화웨이 수출품 조사…“몇년새 최악 마찰” / 한겨레신문

이윤진이카루스 2016. 6. 4. 08:57

국제중국

미, 중국기업 화웨이 수출품 조사…“몇년새 최악 마찰”

등록 :2016-06-03 19:29수정 :2016-06-03 21:31

 

상무부, 대북거래 내역제출 요구
위법 확인땐 미 부품·기술 못써

무역적자·환율하락 등 여파로
닭고기 이어 철강 등 잇단 긴장감
6일 열릴 ‘전략경제대화’서 해법 논의

미국 상무부가 북한을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으로 지정한 데 이어 중국의 전자·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에 북한을 포함한 제재 대상국에 수출한 물품 목록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고 <뉴욕 타임스> 등이 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남중국해를 둘러싼 군사·외교 분야에서 무역마찰 등 경제 분야까지 전방위적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미 상무부는 텍사스주에 위치한 화웨이 미국지사에 소환장을 보내, 미국 기술이 일정 비율 이상 포함된 제품을 북한·시리아·이란·쿠바·수단 등에 지난 5년 동안 수출 또는 재수출한 내역을 모두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미국 법률 위반 여부를 조사하는 절차일 뿐, 화웨이가 범법행위로 고발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혐의가 밝혀진다면 화웨이는 미국산 핵심기술 및 부품을 쓸 수 없게 돼 막대한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있다. 화웨이는 대출 혜택 등 중국 정부의 든든한 지원 속에 세계 각지에 진출했으나, 미국 시장에서는 ‘보안’을 문제삼는 당국의 우려 탓에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2013년 에드워드 스노든이 폭로한 자료에는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화웨이를 역으로 이용해 중국 인민해방군 자료에 접근하려고 시도했다는 내용이 나오기도 했다.

최근 스마트폰 분야에서도 급성장하고 있는 화웨이는 스웨덴 에릭슨과 더불어 세계 최대의 통신장비 업체로 꼽힌다. 미 상무부의 이번 조처에 대해 중국은 공식 반응을 자제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상당히 불쾌한 반응과 함께 긴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 관영 <환구망>은 3일 “미국이 ‘국가안전 위협’을 명분으로 미국 통신시장에 진입하는 중국 기업들에 대해 늘 적대적인 태도를 취해왔다”고 비판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3일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보도를 주목하고 있다”며 “화웨이가 이미 성명을 통해 미국 법규를 준수하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미 상무부의 화웨이에 대한 압박은 대북 제재에서 비롯됐지만, 여기에는 대중 무역적자 확대 등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 요소도 섞여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두 나라 모두) 국내 정치적 압력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양쪽의 경제적 긴장은 몇 년 사이 최악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미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달 27일 중국 철강업체들이 해킹 등 부당한 방식으로 저가 공세를 펼쳐 이익을 챙겼다는 유에스(US)스틸의 제소를 받아들이고 법률적 검토에 들어갔다. 미 상무부는 지난달 중국 냉연강판에 최고 522%의 반덤핑 관세 폭탄을 매기기도 했다. 중국은 “미국이 전면적인 철강 무역 전면전을 선포했다”고 반발하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미국은 지난달 10일 중국이 미국산 닭고기에 부과한 관세가 과도하다며 세계무역기구에 문제를 제기했다. 미국이 중국을 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한 것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들어 12번째로, 역대 미국 행정부 가운데 가장 많은 횟수다. 중국 당국이 위안화 가치를 5년래 최저치 수준으로 떨어뜨린 것도 미국은 불만이다.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3650억달러(약 432조원)로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2%에 이른다. 미국에선 중국이 세계무역기구 가입 때 약속한 시장 개방을 이행하라고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6일부터 베이징에서 이틀 동안 열리는 미-중 전략경제대화는, 남중국해 문제와 양안 문제, 북핵 문제 등 안보 이슈와 더불어, 날로 심각해지는 통상 마찰의 해법을 고민하게 될 전망이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