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인터넷
마이클 린치 지음, 이충호 옮김/사회평론·1만5000원
‘구글링’이라고 흔히들 부르는 인터넷 검색은 지식과 정보의 생산·교환·유통 방식을 혁명적으로 바꿔놨다. 무엇보다 사람들은 찰나 또는 촌각보다도 더 짧은 시간에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됐다. 그럼에도 인류는 자신을 포함해 세상 모든 것이 인터넷으로 남김없이 이어지는 ‘초연결’의 시대, ‘사물인터넷’(IoT)의 시대를 꿈꾸고 있다.
“여러분도 갖고 있는 이 스마트폰의 모든 기능을 최대한 작게 집약해서 사람의 머릿속에 심는다고 한번 상상해 보시라.”
<인간 인터넷>(원제 Internet of Us)의 번역본 출간에 맞춰 한국에 온 저자 마이클 린치 교수(미국 코네티컷대·철학)는 15일 기자들과 만나 ‘뉴로미디어’(neuro-media)의 현실적 가능성을 말했다. 구글의 공동 창립자 래리 페이지도 전극을 사람 뇌에 심어 지식과 정보를 언제든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21년 전 영화 <코드명 제이(J)>에서 메모리칩을 머리에 박아 기억을 이식했던 키아누 리브스가 머지않은 장래에 ‘우리’ 모습일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 기억은 항상 ‘온라인’ 상태에 있어 “마치 자기 자신이 어떤 지식과 정보를 이미 알고 있었던 것처럼” 느낄 정도가 된다. 인터넷이 몸 안으로 들어온다는 말은 더 이상 은유가 아니다.
‘구글링’ 많은 정보 빨리 얻지만
타인 의존성 커지고 의견 양극화
“스마트폰 가끔 내려놓고 성찰을”
그런데 그렇게 몇 세대가 흐른 뒤, 커다란 자연재해가 일어나 인류에게 지식과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해 주던 ‘서버’가 멈춰 섰다고 가정해 보자.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사람들은 그제서야 ‘정보와 지식을 얻는 다른 방식이 있는데, 그걸 퇴행하도록 우리가 방치했구나’ 하고 깨닫게 될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 상황에 관한 것이다. 우리는 이미 그 방향으로 가고 있는 중이다.”
<인간 인터넷>의 저자 마이클 린치 교수가 15일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회평론 제공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인식, 이름하여 ‘구글노잉’(google-knowing)은 일상이 된 지 오래다. 그렇게 얻는 정보는 “너무 빠르고 친밀한 방식으로 휙 하고 들어오기 때문에 ‘이건 진짜야’ 하고 그냥 받아들이게 된다.” 옛날엔 ‘보는 것이 믿는 것’(seeing is believing)이었지만, 지금은 구글링이 곧 믿는 것이 됐다. 그러나 이건 ‘앎’을 다른 사람의 의견이나 선호에 극단적으로 의존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위험하다. 사람들은 어느새 자신이 실제로 아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착각하면서 오만해지고 있다. 사색과 질문과 성찰을 통한 앎은 경시한다. 진정한 ‘팩트 파인딩’과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넌 거기서 얻었어? 난 여기서 찾았어!” 각자 자신이 갖고 있는 정보의 내용과 출처를 덮어놓고 믿게 되면서 의견 충돌 가능성도 과거 어느 때보다 커졌다.
“이런 변화는 개인뿐 아니라 우리의 정치적 삶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아는가’ 하는 인식 방법의 변화가 결국은 정치적 변화, 민주사회의 변화까지 일으킨다.”
사람들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나’와 같은 생각 또는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찾아내는 데 열중한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많은 사람과 소통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초록은 동색’에 가깝다.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접촉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은 오히려 줄었다. 의견은 점점 더 양극화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의 극단적 주장에 동조하는 사람이 늘고, 미국 올랜도에서 사상 최악의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난 것은 그런 변화가 초래한 결과다. 우리 사회의 고질이 돼버린 보수와 진보의 ‘진영 갈등’도 작동 기제는 다르지 않다.
책은 인간과 세상을 인식하는 사람들의 방식이 어떻게 변화하는가에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지만, 철학서적은 아니다. 편의성에 열광하면서 그 이면을 놓치고 있는 디지털 문명에 예리한 질문들을 던지고 있지만, ‘반기술’을 주장하지는 않는다. “기술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 그 기술을 우리가 사용하는 방법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너무 늦기 전에 (…) 기술에 집어삼켜지는 운명을 피하고자 한다면” 성찰이 중요하다고 린치 교수는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스마트폰을, 디지털 기기를 가끔 손에서 내려놓으라고 권했다.
“주기적으로 내려놓는 게 중요하다. 연습할수록 좋아질 것이다. 나도 10살 난 딸과 같이 있을 때는 되도록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더라.”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