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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당에서 손 떼야 ‘친박 행패’ 사라질 것 / 한겨레신문

이윤진이카루스 2016. 6. 18.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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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통령이 당에서 손 떼야 ‘친박 행패’ 사라질 것

등록 :2016-06-17 17:41수정 :2016-06-17 18:00

 

새누리당 친박계 강경파 의원들이 17일 자체 회의를 열고, 유승민 의원 복당을 결정한 혁신비대위와 정진석 원내대표를 맹비난했다. 회의에선 원내대표 책임 문제를 거론하는 등 격한 발언이 쏟아졌다고 한다. 오만하고 방자하기 이를 데 없는 행동이다. 계파 해체 결의문을 발표한 게 불과 1주일 전이다. 그런데 당의 공식 결정을 뒤엎기 위해 분파 행동을 서슴지 않다니, 친박 세력은 ‘당 위의 당’으로 행세하고 싶은 것인가. 바로 그런 행태 때문에 지난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원내 제2당으로 전락하는 참패를 당했다. 그런데도 친박이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는 건 결국 박근혜 대통령 책임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정치권에선 이 모임을 계기로 친박들의 집단행동이 한풀 꺾일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당의 최고의결기구인 혁신비대위가 유승민 의원 복당을 결정한 이상 이를 되돌릴 수 있는 방안은 현실적으로 없기 때문이다. 서청원 의원 등 친박 중진들이 “여론 수렴이 미흡했지만 어쨌든 비대위 결정을 따라야 한다”고 밝힌 점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친박의 반발이 잦아들고 당내 갈등이 봉합된다고 문제가 끝나는 건 아니다. 대통령과 계파 이익에 조금이라도 해가 된다 싶으면 벌떼처럼 나서 막가파식 행동을 하는 집단이 존재하는 한, 훨씬 심각한 막장 드라마를 국민들이 다시 보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다. 시대착오적이고 퇴행적인 파벌을 그대로 두고선 새누리당 미래는 영영 어두울 수밖에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이 ‘배신자’라고 했던 유승민 의원의 복당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당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선 드릴 말씀이 없다”고만 말했다. 하지만 그 침묵이 ‘당에서 한 결정이니 청와대는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이 아님은 물론이다. 친박 의원들의 거친 행태가 박 대통령과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새누리당엔 단 한사람도 없다. 박 대통령 심기를 그대로 읽고 따르는 친박 의원들의 성향이 이번처럼 도를 넘어도 한참 넘은 집단 반발로 표출되었다는 걸 부인하긴 어렵다.

이 연결의 고리를 끊지 않는 한 새누리당 고질인 계파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박 대통령이 당에서 완전히 손을 떼야, 총선 민심에 역행하는 친박의 천박한 행태는 사라질 수 있다. 언제까지 조폭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을 당원과 국민들이 지켜봐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