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주장과 달리, 홍 변호사의 로비는 실패가 아니라 성공했다고 봐야 한다. 상식적으로, 홍 변호사의 로비가 그동안 성공하지 않았다면 몇 년째 굵직한 사건들을 ‘싹쓸이’하며 연간 100억원에 이르는 수입을 올리지 못했을 것이다. 그가 맡은 사건이 관행과 달리, 혹은 누가 봐도 ‘봐주기’였기에 사건이 계속 몰렸을 것이다. 정운호 사건도 실패하지 않았다. 해외원정도박 사건의 규모가 정씨처럼 300억원대라면 구속 수사가 지극히 당연하다는 게 전·현직 검사들의 설명이다. 웬만한 도박 사건에선 구속 기준이 이보다 훨씬 낮았다. 안팎의 눈 때문에라도 구속은 피할 수 없었다면 로비 목적은 형량을 낮추는 데 있었을 것이다. 정씨가 회삿돈으로 도박 빚을 갚은 정황까지 드러났음에도 상습도박보다 훨씬 형이 무거운 횡령 혐의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그래서 ‘성공한 로비’가 된다. 이런 마당에 “구속됐으니 실패한 로비”라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거짓말이다.
검찰의 결론이 정상적인 수사 없이 내려졌다는 점은 더욱 문제다. 홍 변호사는 정씨 사건의 수사 책임자인 최윤수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현 국가정보원 2차장)와 두 차례 직접 만나고 20여차례 전화통화를 했다. 그런데도 검찰은 최 차장을 서면조사하는 데 그쳤다. 그러면서 최 차장이 냉담하게 대했다는 홍 변호사의 믿기 힘든 진술과, 최 차장의 구속 지시라는 당연한 행위를 근거로 면죄부를 줬다. 홍 변호사의 사법연수원 동기여서 더욱 부담 없는 사이였을 박성재 당시 서울중앙지검장(현 서울고검장)에겐 서면조사조차 없었다. 두 차례 무혐의 처분 당시 검찰 지휘부도 마찬가지다. 이러고서 검찰이 순결무구하다면 대체 누가 믿겠는가.
이제 홍만표 사건 수사는 더 이상 검찰에 맡길 수 없게 됐다. 특검 도입은 불가피하다.
[사설] ‘실패한 로비’라는 검찰의 생거짓말
등록 :2016-06-21 17:23
검찰이 20일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를 기소하면서 ‘검찰 상대 로비는 실패로 끝났다’고 밝혔다.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수사 무마를 위해 수억원을 받고 수사 지휘부도 만났지만 결국 그의 구속을 막지 못해 ‘실패한 로비’라는 주장이다. 검찰은 구속 때보다 탈세액만 조금 늘려 홍 변호사를 기소했을 뿐, 전관예우나 ‘현관’ 비리 의혹은 전혀 밝혀내지 못했다. 홍 변호사나 검찰은 다행이라고 여길지 모르겠지만, 이런 결과를 수긍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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