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 / 한겨레신문

이윤진이카루스 2016. 6. 23.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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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의 천국에서 지구의 시원을 만나다

등록 :2016-06-23 10:40수정 :2016-06-23 11:47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노리스 간헐천 지대’. 땅에서 뜨거운 물과 수증기가 끊임없이 뿜어져나온다.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노리스 간헐천 지대’. 땅에서 뜨거운 물과 수증기가 끊임없이 뿜어져나온다.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들소떼 뛰놀고 간헐천 샘솟는 세계 최초 국립공원 미국 ‘옐로스톤’ 여행
“곰·늑대와는 적어도 100야드(91m) 거리를 유지하라. 이들은 당신보다 3배나 빠르다.”

옐로스톤 국립공원 매표소에서 나눠준 전단지에 나온 경고문이다. 들머리 도로변에서 숱하게 봤던 ‘곰 서식지’나 ‘야생동물 조심’ 팻말과는 차원이 다른 실감나는 표현이다. 국립공원안내소 안 매장에 진열된 ‘곰 스프레이’(최루액 발사기)나 상설 운영되는 ‘곰 스프레이 대여소’를 만나면 언제든 곰과 마주칠 수 있다는 사실이 더욱 피부에 와 닿는다.

미국 와이오밍주 북서부 로키산맥 동쪽 자락에 자리잡은 옐로스톤 국립공원. 불곰·흑곰 등 곰들과 늑대, 대형 들소인 바이슨 떼와 엘크 무리 등 야생동물의 천국, 세계 간헐천의 3분의 2가 모여 있어 간헐천 왕국으로 불리는 곳이다. 미국의 첫 국립공원(1872년 지정)이자, 세계 최초의 공식 지정 국립공원이다. 미국 국립공원관리청 설립(1916년) 100돌을 맞아 미 정부관광청이 진행한 팸투어에 참가해 옐로스톤 국립공원과 인접한 그랜드티턴 국립공원의 대자연을 둘러봤다.

옐로스톤 국립공원 남문 근처에 있는 구름 담긴 루이스 호수. 루이스 폭포도 옆에 있다.
옐로스톤 국립공원 남문 근처에 있는 구름 담긴 루이스 호수. 루이스 폭포도 옆에 있다.

만년설과 진초록 숲, 야생화밭이 한눈에

옐로스톤 국립공원은 그랜드캐니언 국립공원의 세 배에 이르는 광대한 넓이(9000㎢)를 자랑하는 곳이다. 와이오밍·몬태나·아이다호 주에 걸쳐 있지만 95%가 와이오밍주에 속한다. 이곳이 미국의 제1호 국립공원이 된 건 300여개에 이른다는 간헐천 등 ‘열지질학적 지형물’ 때문이다. ‘옐로 스톤’이란 이름도 미네랄이 풍부한 뜨거운 용출수가 석회암 지대에 흘러나오며 주변을 노랗게 또는 붉게 물들인 데서 나왔다.

어딜 가나 빽빽이 우거진 키다리 소나무숲 사이로 흩어진 호수와 협곡, 만년설 덮인 산봉우리들과 끊임없이 뿜어져 나오는 온천 지대의 자욱한 수증기가 여행객을 맞는다. 이 광활하고 아름다운 대자연을 사철 누릴 수 있는 건 아니다. 해마다 6~10월에만 개방하고, 겨울 동안 공원 탐방로는 문을 닫는다.

땅 속 마그마가 만든 간헐천에
흙곰·붉은여우·물수리 볼 수 있고
눈보라와 뜨거운 햇살 공존하는 곳
매년 6~10월에만 개방

노리스 간헐천지대 탐방로.
노리스 간헐천지대 탐방로.

지난 5월말, 막 문을 연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풍경은 겨울과 봄, 여름이 혼재된 모습이었다. 호숫가 등 저지대는 따가운 햇살 아래 짙푸른 녹음을 자랑했지만, 산자락은 봄 야생화들이 깔린 초원 지대였고, 높이 솟은 바위산들은 만년설에 덮여 있었다. 공원의 중심부를 이루는 ‘8자형’ 도로를 빠짐없이 도는 동안, 곳곳에서 굵직한 우박 세례와 눈보라를 만났고, 고개 하나 넘으면 언제 그랬냐 싶게 쪽빛 하늘과 뭉게구름 드리운 깨끗한 호수가 눈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날씨와 관계없이 아무 때나 고개 돌려 바라보면, 어김없이 들소 떼와 엘크 등 사슴 무리, 때로는 곰(흑곰) 등 야생동물이 모습을 드러내 탄성을 지르게 했다. 특히 도로를 따라 행진하거나 가로지르는 들소·사슴 떼로 수시로 차량 정체가 빚어졌다.

옐로스톤 강 협곡의 로워 폭포.
옐로스톤 강 협곡의 로워 폭포.

가장 자주 볼 수 있는 야생동물은 들소 바이슨과 엘크 등 사슴류다. 처음 옐로스톤 강변 풀밭에 엎드려 졸고 있는 들소 한 마리를 발견하고 앞다퉈 셔터를 눌러대던 일행은, 송아지를 포함한 가족 들소를 만난 데 이어 수십 마리가 떼지어 강을 건너는 광경을 만난 뒤로는, 들소 떼가 나타나도 심드렁해졌다. 공원에 사는 들소는 3000마리 안팎이다. 관심은 이제 ‘과연 야생 곰이나 늑대를 만날 수 있냐’였다.

옐로스톤 국립공원 안 물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바이슨(들소) 무리.
옐로스톤 국립공원 안 물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바이슨(들소) 무리.

들소·엘크 지천, 산자락에선 불쑥 흑곰도

옐로스톤 국립공원 안에서도 최상급의 야생동물 관찰지로 꼽힌다는 라마 계곡으로 가기로 했다. 공원 동북쪽의 깊은 골짜기다. 들소·사슴은 물론 사납기로 유명한 불곰과 흑곰, 100여마리만 남아 좀처럼 모습을 볼 수 없다는 늑대에다 붉은여우, 코요테, 그리고 물수리 등 조류까지 관찰이 가능한 곳이라고 했다. “이른 아침이나 저녁이 관찰의 최적 시간”이란 말에 일행은, 새벽에 일어나 아침밥도 거르고 차를 몰았다. 라마 계곡은 마지막 빙하기에 빙하가 밀려내려오며 만들어진 골짜기로, 완만한 능선들 사이로 굽이치는 물길과 숲길이 매우 아름다운 광경을 펼쳐 보이는 곳이다.

도로변에 나타난 엘크.
도로변에 나타난 엘크.

“우왓, 곰이다!” 운 좋게도 라마 계곡으로 가는 길 옆 숲 속에서 곰 한 마리가 포착됐다. 키 작은 나뭇가지 잎을 맹렬하게 뜯어먹고 있는 커다란 흑곰이었다. 정신없이 셔터를 누르는 동안, 왕복 2차선 도로는 흑곰을 보기 위해 차를 멈춘 10여대의 차량들로 주차장이 됐고, 일부는 좀더 가까이서 사진을 찍기 위해 차에서 내리기도 했다. 길에서 곰까지의 거리는 약 30여m에 불과했지만, 다행히 곰은 먹는 일에만 집중했다.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 야생동물을 찾아다니는 동안 깨달은 것 하나. 멈춰 선 차를 따라 멈추면 무엇이든 볼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차량이 여러 대 서 있다면, 즉각 카메라를 챙겨 들어야 한다. 멈춘 차들 옆으론 엄청나게 큰 대형 렌즈로 무장한 카메라를 든 이들이 몰려, 한 곳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게 마련이다. 이들 중에는 야생동물 촬영을 일로 삼는 전문가도 많았다. 새 둥지를 관찰하는 사람도 있었고, 렌즈를 한 방향으로 고정하고 몇 시간씩 늑대가 나타나길 기다리는 이들도 있었다.

라마 계곡에서 늑대를 관찰하고 사진 찍기 위해 기다리는 관광객과 사진가들.
라마 계곡에서 늑대를 관찰하고 사진 찍기 위해 기다리는 관광객과 사진가들.

최상의 야생동물 관찰지라는 라마 계곡에서 만난 사람들이 그랬다. 도로변 여기저기 차들이 몰려 멈춰 서 있고, 그 옆으론 어김없이 삼각대가 줄지어 세워져 있었다. 다가가 “뭐지? 저쪽에 뭐가 있나?” 하고 물으면, 대개 흰 턱수염에 야구 모자를 삐딱하게 눌러쓴 아저씨들의 대답은 이랬다. “음, 좋은 질문이다. 저길 봐라. 아까 저쪽 바위 뒤로 여우가 한 마리 나타났었다.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붉은여우다.” “저기 산밑 숲이 바로 늑대가 자주 나타나는 장소다. 기다려 봐라.” 물론 어떤 이들은 어깨를 으쓱하며 “나도 모르지. 뭔지 궁금해 따라서 차를 세웠으니까” 하는 경우도 있다.

구릉지에 올라 선 영양 한마리.
구릉지에 올라 선 영양 한마리.

산간도로 따라 간헐천·진흙온천 줄줄이

간헐천 명소들은 주로 공원 중심부 8자형 도로의 서쪽, 북문에서 남문에 이르는 도로변에 흩어져 있다. 언덕 위의 드넓은 평지에서 온천수가 흘러내리며 형성한 계단식 지형의 생성·쇠퇴 과정을 관찰할 수 있는 ‘매머드 핫 스프링 지대’, 투명하게 고인 온천탕들이 눈길을 끄는 ‘노리스 간헐천 지대’, 그리고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상징물이기도 한 ‘올드 페이스풀 간헐천’ 등 300여곳이 모두 이 도로를 따라 이어진다.

옐로스톤 호 서쪽 호숫가의 ‘웨스트덤 간헐천 지대’의 온천수 웅덩이.
옐로스톤 호 서쪽 호숫가의 ‘웨스트덤 간헐천 지대’의 온천수 웅덩이.

간헐천 지대는 수십만년 전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고원에, 지표면 가까이 올라온 마그마의 열기로 형성됐다. 간헐천은 몇분 또는 몇시간, 길게는 수십년을 주기로 온천수를 내뿜는데, 뜨거운 지하수가 순환하며 일정한 주기가 나타난다고 한다. 대표적인 올드 페이스풀 간헐천은 70~90분에 한번씩, 높이 40~60m의 뜨거운 물줄기를 내뿜어 장관을 이룬다. 분출 시간이 다가오면 주위로 관광객이 몰려들어 몇십분씩 기다리는데, 분출 지속 시간은 3~5분에 불과하다.

옐로스톤 호 서쪽 호숫가의 ‘웨스트덤 간헐천 지대’의 온천수 웅덩이.
옐로스톤 호 서쪽 호숫가의 ‘웨스트덤 간헐천 지대’의 온천수 웅덩이.

가장 다양한 온천지형을 볼 수 있는 곳이 노리스 간헐천 지대다. 뿜어져 나온 뜨거운 수증기와 매캐한 유황 냄새로 뒤덮인 분지와 산자락의 탐방로를 따라 걸으며, 쪽빛 온천수가 고인 웅덩이들과 거품을 내며 끓어오르는 진흙탕, 온천수에 서식하는 미생물이 만들어낸 붉고 푸른 지형들을 두루 관찰할 수 있다. 분출 주기 50년짜리 간헐천도 있는데, 2014년 분출이 있었다고 한다.

옐로스톤 북문 쪽의 ‘매머드 온천 지대’에서 볼 수 있는 계단식 석회석 지형.
옐로스톤 북문 쪽의 ‘매머드 온천 지대’에서 볼 수 있는 계단식 석회석 지형.

대형 화재 소나무숲, 방치로 자연복원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 협곡 경치가 가장 아름다운 곳은 단연 옐로스톤 강 절벽에 걸린 로어 폭포 주변이다. 전망대인 ‘아티스트 포인트’에서 물안개를 내뿜으며 쏟아져내린 폭포 물줄기가 장대한 협곡을 타고 흘러오는 장관을 감상할 수 있다. 협곡 남북으로 탐방로가 마련돼 있어 숲길 따라 걸으며 크고 작은 다른 폭포들도 만날 수 있다.

노리스 간헐천지대. 말라죽은 로지폴 소나무들은 옐로스톤 국립공원 어디서나 볼 수 있다.
노리스 간헐천지대. 말라죽은 로지폴 소나무들은 옐로스톤 국립공원 어디서나 볼 수 있다.

옐로스톤 국립공원을 덮고 있는 나무는 90% 이상이 키다리 소나무(로지폴 파인)다. 미국의 산중 호수 가운데 가장 크다는 옐로스톤 호수나, 물속으로 쓰러진 나무들과 구름 담긴 수면이 아름다운 루이스 호수 주변, 그리고 무수한 협곡 주변에도 소나무들이 빽빽하게 우거져 있다. 1988년 대규모 산불로 숲의 3분의 1이 불탔지만, 지금은 다시 자라오른 나무들로 대부분 복원된 모습이다. “불타고 쓰러진 나무들을 그대로 방치해둬 자연의 힘으로 복원”된 숲이다. 지금은 곳곳에서 쓰러져 나뒹구는 불타고 남은 나무들이 또다른 볼거리가 되어 여행객의 차를 멈추게 한다.

바이슨(들소)들이 강을 건너고 있다.
바이슨(들소)들이 강을 건너고 있다.

바이슨 무리는 옐로스톤 국립공원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바이슨 무리는 옐로스톤 국립공원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옐로스톤 국립공원 노리스 간헐천지대 모습.
옐로스톤 국립공원 노리스 간헐천지대 모습.

도로를 따라 이동하는 바이슨 무리. 교통체증을 빚기도 한다.
도로를 따라 이동하는 바이슨 무리. 교통체증을 빚기도 한다.

옐로스톤 북문 쪽의 ‘매머드 온천 지대’에서 볼 수 있는 계단식 석회석 지형.
옐로스톤 북문 쪽의 ‘매머드 온천 지대’에서 볼 수 있는 계단식 석회석 지형.

엘로스톤 국립공원 북문 부근의 산악 풍경.
엘로스톤 국립공원 북문 부근의 산악 풍경.

옐로스톤 강 지류의 송어낚시꾼.
옐로스톤 강 지류의 송어낚시꾼.

노리스 간헐천 지대.
노리스 간헐천 지대.

노리스 간헐천 지대 탐방 행렬.
노리스 간헐천 지대 탐방 행렬.

올드 페이스풀 간헐천. 70~90분마다 40~50m 높이로 분출한다.
올드 페이스풀 간헐천. 70~90분마다 40~50m 높이로 분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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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옐로스톤·그랜드티턴 국립공원 <여행 정보>

등록 :2016-06-23 10:59수정 :2016-06-23 11:11

 

한국에서 그랜드티턴·옐로스톤 국립공원 들머리인 잭슨까지 직항편은 없다. 인천~시애틀, 시애틀~솔트레이크시티, 솔트레이크시티~잭슨 노선을 갈아타야 한다. 델타항공이 인천공항에서 시애틀 노선을 매일 1회 운항한다. 10시간45분 소요. 델타항공 시애틀~솔트레이크시티(약 2시간) 노선은 하루 8회, 솔트레이크시티~잭슨(약 1시간) 노선은 매일 1회 운항.

국립공원 탐방은 차량 대여가 필수다. 예약하면 알라모(www.alamo.co.kr) 등 렌터카 업체 셔틀버스가 잭슨공항에서 대기한다. 알라모의 경우 중형 ‘스포츠실용차’(SUV) 5일 기준 대여료는 450~500달러. 그랜드티턴·옐로스톤 국립공원 입장료는 차량 단위로 두 공원을 한 묶음으로 계산한다. 최소 7일 기준, 차량 1대당 50달러.

여행 문의는 주한국 미국관광청(www.GoUSA.or.kr). (02)777-2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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