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미국 그랜드티턴 국립공원 / 한겨레신문

이윤진이카루스 2016. 6. 23. 21:52

esc

‘눈모자’ 쓴 산과 반짝이는 호수의 합창

등록 :2016-06-23 10:59수정 :2016-06-23 11:46

 

미국 그랜드티턴 국립공원 스네이크 강변의 도넌스(dornans) 식당에서 바라본 티턴 산맥의 설봉들.
미국 그랜드티턴 국립공원 스네이크 강변의 도넌스(dornans) 식당에서 바라본 티턴 산맥의 설봉들.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스네이크 강’ 따라 흐르는 미국 그랜드티턴 국립공원 탐방
그랜드티턴 국립공원은 옐로스톤 국립공원보다 규모는 작지만, 호수와 만년설 덮인 매혹적인 산악 풍경으로 방문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곳이다. 뱀처럼 굽이치며 흐르는 ‘스네이크 강’ 물줄기를 따라 이어지는 티턴 산맥은 와이오밍주에서 가장 높은 산악지대다.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남쪽 경계와 맞닿아 있어 옐로스톤으로 드는 관문 구실을 하는데, 탐방객의 대부분은 두 국립공원을 함께 둘러보는 일정을 짠다. 그랜드티턴 국립공원 남쪽 들머리의 잭슨 시는 두 국립공원 탐방의 베이스캠프 구실을 하는 아담한 도시다. 흔히 일주일 일정으로, 잭슨 시를 출발해 그랜드티턴 국립공원을 둘러본 뒤, 옐로스톤 국립공원 남문으로 들어가 중심지 드라이브 코스인 ‘8자형’ 도로를 따라 옐로스톤 호수와 그랜드캐니언, 간헐천 지대를 둘러본다. 숙소는 로지 등을 이용한다. 6~8월이 성수기로 해마다 400만명 이상이 두 국립공원을 찾는다.

잭슨 호숫가 로지 전망대에서 바라본 티턴 산맥 풍경.
잭슨 호숫가 로지 전망대에서 바라본 티턴 산맥 풍경.

그랜드티턴 국립공원에서는 도로를 따라 드라이브를 즐기며 곳곳에서 바이슨(들소)이나 엘크, 무스 등의 야생동물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운 좋으면 회색곰·흑곰이나 여우 등도 만날 수 있다. 엘크 보호구역 등 야생동물 보호구역도 여러 곳에 설치돼 있다.

그랜드티턴, 옐로스톤 국립공원 곳곳에서 만나는 곰 출현 경고문.
그랜드티턴, 옐로스톤 국립공원 곳곳에서 만나는 곰 출현 경고문.

그랜드티턴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숲과 탐방로 어우러진 아름다운 호수들과 눈 덮인 티턴 산맥의 풍경이다. 잭슨 호숫가 로지의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광활한 습지와 호수, 그 뒤로 흰 눈을 덮어쓰고 병풍처럼 둘러선 티턴 산맥의 웅장한 산봉우리들 경관이 압권이다. 풍경은 물론 햇빛과 구름 그리고 시간에 따라 달라진다. 이른 아침이나 저물녘 풍경이 특히 눈부시다.

잭슨 호숫가 로지 전망대서 보는
광활한 습지·호수·설산 풍경 압권
산기슭·계곡·숲길 트레킹도 인기

잭슨 호숫가 로지의 식당에선 식사하며 잭슨 호와 호반 습지, 눈 덮인 티턴 산맥 경치를 즐길 수 있다.
잭슨 호숫가 로지의 식당에선 식사하며 잭슨 호와 호반 습지, 눈 덮인 티턴 산맥 경치를 즐길 수 있다.

티턴 산맥은 3000m 이상의 고봉들로 이뤄진, 사철 장엄한 설산 풍경을 보여주는 산줄기다. 가장 높은 봉우리는 해발 4197m의 그랜드티턴 산이다. 하지만 잭슨 호숫가에서 바라보면 왼쪽 먼 거리의 그랜드티턴은 작아 보이고, 바로 앞에 우뚝 솟은 설봉이 최고봉처럼 느껴진다. 흰 눈으로 감싸인, 가파른 이 산 이름이 모런 봉(3842m)이다. 평양 대동강가에 있는 모란봉(91m)처럼 들리지만, 이 모런 봉은 19세기말 이곳과 옐로스톤 일대를 탐방하며 강렬한 인상의 풍경화를 그렸던 화가 토머스 모런(1837~1926)의 이름을 따온 산이다. 아무튼, 대동강과 어우러진 모란봉 풍경도 아름답다지만, 스네이크 강 물줄기와 어우러진 모런 봉은 설산이어서 더욱 장엄하게 보인다. 잭슨 호는 스네이크 강에 댐을 만들며 생긴 호수다.

그랜드티턴 국립공원 제니 호숫가 계곡을 탐방하던 남녀가 셀카봉을 이용해 사진을 찍고 있다.
그랜드티턴 국립공원 제니 호숫가 계곡을 탐방하던 남녀가 셀카봉을 이용해 사진을 찍고 있다.

다소 규모는 작지만 잭슨 호 하류의 제니 호수도 풍경이 아름답기는 마찬가지다. 배를 타고 건너가 티턴 산맥에 속한 ‘시그널 산’ 자락의 계곡과 숲길을 1시간가량 걸어 ‘히든 폭포’를 감상하고 돌아나오는 트레킹 코스가 인기다. 계곡 주변이든 산기슭이든 호수든 불타고 쓰러지고 말라죽은 나무들을 대개 그대로 방치해 놓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들이 인상적이다. 관광안내소에서 만난 공원 관리원은 “6~8월엔 눈 녹은 물로 수량이 늘어나, 계곡·강·호수 수면이 높아지므로 트레킹 등 이동할 때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 타고 제니 호수를 건너가 ‘히든 폭포’ 트레킹에 나선 관광객들.
배 타고 제니 호수를 건너가 ‘히든 폭포’ 트레킹에 나선 관광객들.

개척기 카우보이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역사보전지구에도 가볼 만하다. 공원 매표소 부근 스네이크 강변 쪽으로 들어서면 옛 마을 흔적이 나타난다. 1925년에 지은 목조 교회를 비롯해 주거지와 음식 저장용 창고, 강을 건널 때 줄에 묶어 타고 오가던 배, 마차 등을 살펴볼 수 있다.

그랜드티턴 국립공원 안의 몰몬 유적마을.
그랜드티턴 국립공원 안의 몰몬 유적마을.

티턴 스키리조트 마을에서 만난 무지개.
티턴 스키리조트 마을에서 만난 무지개.

그랜드티턴 국립공원 안 골짜기 일대를 ‘잭슨 홀’이라 부르는데, 이 지역의 중심도시가 잭슨 시다. 평지에 자리잡은 인구 1만명가량의 소도시지만, 공항·스키리조트·박물관에 고급 호텔·식당·바, 패스트푸드점까지 없는 게 없는 관광 거점이다. 잭슨 홀 일대 스키리조트에선 보통 4월까지 스키를 즐길 수 있다. 스키가 아니더라도 슬로프 정상에 올라 주변 산악지대 풍경을 감상할 만하다. 티턴 스키리조트의 경우 트램을 타고 15분이면 정상에 도착한다. 날씨는 수시로 급변한다. 6월에도 가끔씩 우박이 쏟아지고 눈보라가 몰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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