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을 폐쇄해야 하는 이유

부산·양산·울산 최소 183만여명 신고리 5·6기 ‘위험 반경’에 거주 / 한겨레신문

이윤진이카루스 2016. 6. 24. 21:02

사회환경

부산·양산·울산 최소 183만여명 신고리 5·6기 ‘위험 반경’에 거주

등록 :2016-06-23 22:20수정 :2016-06-23 23:20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은 23일 울산시청 남문 앞에서 신고리 5·6호기 추가건설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1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인간 띠 잇기’ 행사를 벌였다. 사진 신동명 기자 tms13@hani.co.kr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은 23일 울산시청 남문 앞에서 신고리 5·6호기 추가건설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1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인간 띠 잇기’ 행사를 벌였다. 사진 신동명 기자 tms13@hani.co.kr
안전 무시한 원전 증설 승인

규정대로라면 32~43㎞ 떨어져야
기장 신도시 고작 11㎞·울산 23㎞
활성단층 많은데 내진 설계도 미흡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제출한 신고리 원전 5·6호기 신규 건설 허가 신청 안건을 놓고 지난달 26일과 지난 9일 두차례 격론을 벌인 데 이어 23일에도 8시간의 마라톤회의 끝에 표결로 건설 허가를 의결했다. 야당과 환경단체들은 안전성을 무시한 결정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 신고리 원전 5·6호기를 둘러싼 진통은 건설 과정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야당과 환경단체들이 가장 크게 문제 삼는 점은 두 원전이 인구밀집지역에 추가로 건설된다는 것이다. 특히 원안위가 스스로 원전 부지 규정을 마련해놓고도 이를 적용하지 않고 다른 규정을 끌어들여 원전 건설을 허가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한수원의 신고리 5·6호기 건설 허가 신청서 심사를 맡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 질의한 결과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규정 RG 1.195를 준용했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원안위는 2014년 제정한 ‘원자로시설의 위치에 관한 기술기준’에 원전 부지를 정할 때 미 원자력규제위 규정(TID 14844)을 준용한다고 해놓았다. TID 14844에는 원전 부지는 2만5천명 이상의 인구밀집지역에서 32~43㎞ 떨어져 있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그러나 신고리 5·6호기 예정 터에서 11㎞ 떨어진 기장군 정관읍 정관신도시에는 7만명, 12㎞ 떨어진 기장읍에는 5만5천명이 거주하고 있다. 인구 19만명의 양산시도 24㎞ 거리로 안전거리 안쪽에 있다. 또 원전 예정 터는 42만명이 살고 있는 부산시 해운대구 중심지에서는 21㎞, 110만명 인구의 울산시 시청에서는 23㎞ 거리다.

여러 원전이 모여 있는 상태에서 한 원전에서 사고가 났을 때의 위험성에 대한 평가에서도 쟁점이 갈렸다. 원자력안전기술원은 검토보고서에서 “안전 관련 설비를 원전들끼리 공유하고 있지 않아 설비 고장이 다른 원전의 안전에 영향을 줄 우려가 없다”고 밝혔다. 박종운 동국대 원자력 및 에너지공학부 교수는 “고리 원전은 집중도가 매우 커 여러 호기의 상호 안전성 평가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환경운동연합은 한반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진의 최대 규모가 학계에서 7.5까지 추정되고 있다면서 신고리 원전 5·6호기의 내진설계가 규모 6.9에 맞춰져 있는데도 건설이 허가됐다고 비판했다. 오창환 전북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한반도 동남부 지역은 지진을 일으킬 수 있는 큰 단층대가 8개 존재하고 이미 발견된 작은 단층대가 50개가 넘을 정도로 활성단층이 집중된 곳으로, 이런 지역에 원전을 지으려면 가장 보수적인 평가에 근거해 설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김규원 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