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을 폐쇄해야 하는 이유

탈핵희망 국토 도보순례 나선 성원기 교수 일행 / 한겨레신문

이윤진이카루스 2016. 7. 6. 21:34

사회전국

탈핵희망 국토 도보순례 나선 성원기 교수 일행

등록 :2016-07-05 16:18수정 :2016-07-05 20:22

 

4일 경주 월성원전 반대 천막농성 주민들 만나 ‘핵 없는 세상을 위한 기도’
주민들 “우리 동네 원전이 10년 갈지 100년 갈지 모르니 참 답답하다”

지난 4일 오후 4시께 경북 경주 양남면 나아리 해변에서 탈핵희망 국토 도보순례를 하고 있는 성원기 강원대 교수가 주민들과 함께 기도문을 일고 있다. 성 교수의 등 너머로 월성원전 1~4호기가 보인다.
지난 4일 오후 4시께 경북 경주 양남면 나아리 해변에서 탈핵희망 국토 도보순례를 하고 있는 성원기 강원대 교수가 주민들과 함께 기도문을 일고 있다. 성 교수의 등 너머로 월성원전 1~4호기가 보인다.
“자연을 보존하고 사랑하는 것이 평화를 이루는 참된 길임을 깨달아 당신의 창조 질서 안에서 당신을 알고 하나가 되도록 우리를 이끄소서.”

지난 4일 오후 4시께 경북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 나아해변. 성원기(60) 강원대 교수(전자정보통신공학부)가 ‘핵 없는 세상을 위한 기도문’을 읽기 시작했다. 그는 지난 1일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발전소에서 ‘9차 탈핵희망 국토 도보순례’를 시작했다. 사흘을 꼬박 걸어 이날 월성원전이 있는 이곳에 도착했다. 성 교수와 함께 도보순례에 참여한 7명과 월성원전 반대 주민 6명이 함께 기도문을 읽었다. 성 교수의 등 너머로 월성원전 4기의 모습이 보였다. 신월성 1~2호기와 방사성폐기물처분장도 여기에 있다.

기도문을 읽은 이들은 근처 월성원자력 홍보관 앞에 있는 천막 농성장에 나란히 모였다. 월성원전이 있는 나아리의 일부 주민들은 ‘월성원전 인접주민 이주대책위원회’(위원장 김정섭) 를 만들어 680일째 천막 농성을 하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노후원전인 월성원전 1호기 재가동 문제가 불거진 것을 계기로 주민들이 농성을 시작했다.

주민 김진일(66)씨는 “처음에는 (월성원전 1호기가) 30년 간다고 했는데 연장돼서 또 40년이 되지 않았느냐. 도대체 우리 동네에 만들어진 원전이 10년을 갈지 100년을 갈지 모르니 참 답답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주민 황분희(68·여)씨는 “저 사람들 귀에는 우리 이야기가 전혀 들리지 않는 것 같다. 정말 지치고 힘들지만 이곳에 살 다음 세대를 위해 우리는 죽어도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은 성 교수는 “주민 여러분이 좀 더 나은 세상, 안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이렇게 고통을 겪고 계시는데 이 싸움은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다. 훌륭한 일을 하고 계신 것이며 탈핵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을 것이다”라고 위로했다. 그는 또 “외국 사례를 봐도 정부가 알아서 탈핵을 한 나라는 없다.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며 나섰기 때문에 가능했다. 힘들겠지만 당장 뭔가 바뀔 것으로 기대하면 더 힘들어지니까 좀 더 길게 보시고 힘을 내시라”고 덧붙였다.

주민들과 이야기를 마친 성 교수 일행은 도보순례를 계속 이어가기 위해 천막 농성장을 나섰다. 천막 농성장에는 ‘2·17 날치기 규탄 경주 월성1호기 재가동 중단하라’, ‘핵 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 ‘제발 이주시켜주세요’라고 적힌 펼침막이 걸려있었다. 이곳 주민들은 지난해 설계수명(30년)이 다한 월성원전 1호기 폐쇄를 기대했다. 하지만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해 2월27일 월성원전 1호기의 계속운전을 허가했다. 지난 2012년 11월20일 설계수명이 끝나며 멈춰있던 월성원전 1호기는 그렇게 다시 가동됐다.

탈핵희망 국토 도보순례는 지난 2013년 6월6일 ‘삼척핵발전소 반대투쟁위원회’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성 교수 혼자서 처음 시작했다. 이후 함께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이번 9차 도보순례는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에서 시작해 경주 월성원전, 경북 포항·영덕·영주와 광주 등을 거쳐 다음달 2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 도착하는 것으로 끝난다. 552.9㎞나 되는 긴 여정이다.

지금 한국에는 부산 기장 6기, 경북 경주 6기, 경북 울진 6기, 전남 영광 6기 등 모두 24기의 원전이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울산 울주와 경북 울진에 각각 2기씩의 원전을 더 짓고 있다. 또 울산 울주와 경북 울진, 경북 영덕에 2기씩을 추가로 지을 계획이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