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을 폐쇄해야 하는 이유

“’꿈의 기술’ 파이로프로세싱, 또다른 4대강 될 것” / 한겨레신문

이윤진이카루스 2016. 7. 7. 22:44

국제미국·중남미

“’꿈의 기술’ 파이로프로세싱, 또다른 4대강 될 것”

등록 :2016-07-06 16:59수정 :2016-07-06 21:19

 

강정민 재미 과학자 “관련 시설 건설에 18~22조원…비용 비해 이득없고 새 문제만 가중될 것”

강정민 재미 물리학자
강정민 재미 물리학자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온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하는 ‘꿈의 기술’로 국내에 선전되면서 한국과 미국이 공동 연구 중인 ‘파이로프로세싱’ 기술이 4대강에 버금가는 비용이 투입되는 반면, 이득은 없고 새로운 문제를 가중시킨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 비영리단체인 천연자원방어위원회(NRDC)에서 활동하는 핵물리학자 강정민 연구위원(사진은 5일(현지시각) 워싱턴 특파원 간담회 등을 통해 “아무리 보수적으로 잡아도 현재 한국에서 계획하고 있는 파이로프로세싱 관련 시설에 18조~22조원이 들어갈 것”이라며 “4대강에 버금가는 블랙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 연구위원은 파이로프로세싱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이 분야 최고의 ‘객관적인’ 전문가 가운데 한명으로 꼽힌다.

파이로프로세싱은 경수로 등의 원전에서 연소되고 나온 연료(사용후핵연료)에서 남은 우라늄과 플루토늄 등을 추출하는 기술로, 추출 과정을 거쳐 만든 연료를 ‘차세대 원자로’로 불리는 고속로에서 다시 연소시켜 재활용한다는 개념이다. 따라서 재처리과정(파이로프로세싱) 시설, 핵연료 제조시설, 고속로가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정부는 사용후핵연료 100t을 처리할 수 있는 파이로프로세싱 시설을 2025년까지, 나트륨을 냉각재로 사용하는 소듐냉각고속로를 2028년까지 준공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그는 정부가 계획하는 파이로프로세싱 규모의 시설에 5천억~1조원, 핵연료 제조시설에 5천억~1조원, 고속로에 3조원, 약 30년간 운영비용에 12조~15조원, 폐로 비용에 2조원 이상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했다. 강 연구위원은 “이는 설계비용으로 추산한 것일 뿐”이라며 “외국 사례로 볼 때 실제 시설 건립과 폐로에는 더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고 강조했다.

강 연구위원은 파이로프로세싱과 고속로을 활용할 경우, 방사성 독성을 1000분의 1수준으로 줄일 수 있으며, 고준위폐기물 처분장 면적도 100분의 1 수준으로 축소할 수 있다는 정부와 원자력계의 홍보성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는 “사용후핵연료 처분장 면적을 줄이려면 방사성물질 오염의 주 원인인 세슘-137과 스트론튬-90을 분리해야 하는데, 이를 보관하기 위한 시설을 또다시 만드는 과정에서 비용은 물론 위험성이 훨씬 커진다”고 지적했다. 세슘-137은 1986년 체르노빌 사고에서 총 방출 방사능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한 대단히 위험한 방사성 핵종으로 분류된다. 그는 “한국원자력 학계 내부 논의에서도 파이로프로세싱의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들에 대해 이견이 나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미국에선 90년대 이후에 파이로프로세싱 연구를 사실상 중단했다”며 “고속로도 지난 60여년간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이 100조원 이상의 비용을 투자했지만, 상용 고속로 개발에는 실패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한·미가 2011년부터 2020년까지 10년 동안 파이로프로세싱을 공동 연구하기로 합의한 것에 대해, 그는 양국 정부 및 원자력계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