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열린 한국선진화포럼 세미나 내용을 경제수석실에 제출
박정희 전 대통령 향해 “시대의 영웅” 칭송 일색
청와대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개발독재와 새마을운동을 일방적으로 미화한 용역보고서를 발주·채택해 논란이 되고 있다. 한국선진화포럼은 880만원에 용역을 받아 지난해 11월 청와대 경제수석실에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세대간 경험 공유’ 보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1일 확인됐다. 이 보고서는 지난해 9월 한국선진화포럼 창립 10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안병직 시대정신 이사장, 유장희 이화여대 명예교수, 좌승희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 등이 발표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보고서는 “대한민국의 성공적 경제발전 경험에 대해 차세대는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어있다”며 “대한민국 경제발전 경험을 세대간 공유하여 차세대의 대한민국 경제적 성공에 대한 이해도와 자부심을 높이는데 기여하고자” 작성됐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내용 대부분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관이 일방주도한 경제정책의 정당성과 새마을운동, 경제개발 5개년계획 등 박 전 대통령의 ‘치적’을 홍보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좌승희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은 “정부가 제도적 장치와 정책을 통해 매사에 경제적으로 나쁜 성과 보다 좋은 성과를 보상, 우대하는 소위 관치차별화전략이 경제발전의 전제가 된다”며 “박정희 대통령은 그의 집권기간 내내, ‘신상필벌’의 원칙을 경제는 물론 사회정책에까지 적용하였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주장이나 원칙고수가 정치적으로 인기가 없을 것임을 알면서도 때때로 정치적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이 원칙을 고수하였다”며 “박정희 대통령의 반민주적 정치가 비판받고 있으나 바로 이것이 경제적 차별화정책의 정치적 왜곡을 막는데 기여했음도 부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고서에는 “박정희 대통령이야말로 차별화 리더십의 전형이며 새마을운동이야 말로 차별화 리더십의 생생한 시현과정”이라며 “빈곤 탈출, 효율적 성장, 신속한 정책결정을 위해 해방 이후 헌법을 여섯 번이나 바꾸고 정부 조직도 필요에 따라선 정권 특성에 맞춰 바꿨다”는 주장이 여과없이 담겼다. 개발독재 또한 “정부 일방적 정책발표가 아닌 여론 수렴과 참여, 절차의 개방과 투명성으로 정책집행 효과성을 높였다”고 포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칭송’도 빠지지 않았다. 새마을운동 입안 당시 참여했던 고병우 전 건설부 장관은 새마을운동이 빈곤 탈출의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며 “박정희 대통령이야말로 빈곤을 퇴치하고 후진국을 발전시킬 새 모델을 만드신 이론과 지도력을 겸비하신 시대의 영웅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한 토론자도 “저는 좌파가 많은 세대인 20대이기 때문에 주변에서 ‘경제발전을 국민이 했지, 박정희가 했냐’ 등의 말을 많이 들어봤다”며 “하지만 박정희 대통령께서 대한민국에 안계셨다면 경제발전이라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자신의 정치생명보다 대한민국을, 민족을 생각하셨던 유일한 정치인이셨다”며 한일협정 체결로 받은 배상금이 경제발전의 주요한 원동력이 됐다는 주장도 보고서에 고스란히 담겼다. 이 보고서는 “현 세대에 적용할 수 있는 요인”으로 리더십 재확립과 정책집행의 컨트롤타워 강화, 글로벌 협력강화 등을 주문했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