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관찰하기

아베, 극우 방위상 임명 / 한겨레신문

이윤진이카루스 2016. 8. 5. 11:07

국제일본

일본에 ‘좌충우돌 극우 방위상’이 탄생했다

등록 :2016-08-03 16:44수정 :2016-08-03 21:19

 

신임 방위상 ‘여자 아베’ 이나다 도모미
일본 방위성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
15일 야스쿠니신사 참배 여부 주목

3일 일본 도쿄의 총리관저에서 일본의 새 방위상으로 임명된 이나다 도모미가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3일 일본 도쿄의 총리관저에서 일본의 새 방위상으로 임명된 이나다 도모미가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3일 개각에서 일본의 새 방위상으로 임명된 이나다 도모미(57)에 대해 일본의 안보 정책을 이끌어갈 만한 인물인지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005년 중의원 선거를 통해 정계에 입문한 이나다 신임 방위상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정치 신조가 가장 가까운 인물로 꼽히고 있다. 그래서인지 도쿄 전범재판 등 일본 우익들이 민감히 반응하는 이슈에 깜짝 놀랄 만한 우익적인 발언을 쏟아내왔다.

그는 한-일 간 현안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강제성이 없었다”고 말했고,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대해선 “총리의 신사 참배를 저지하려는 배은망덕한 이들은 도덕·교육 등을 논할 자격이 없다”며 아베 총리의 신사 참배를 적극 옹호했다. 자민당이 야당이던 2011년 8월엔 독도와 가까운 울릉도를 방문하겠다며 김포공항에서 소동을 벌이다 출국 금지돼 본국으로 돌아가는 해프닝도 벌였다.

이나다의 등장은 지난해 12·28 합의 이후 가까스로 개선 실마리를 잡은 한-일 관계에도 상당한 파장을 끼칠 전망이다. 일본은 한국에 한-일 정보보호협정 체결 등 군사협력 강화를 요청하고 있다. 상황에 따라 양국 국방장관이 상대국을 방문하며 기자회견도 해야 한다.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한 질문이 나올 때, 이나다가 지금과 같은 입장과 행동을 유지한다면, 외교적 분쟁이 끊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대중국 관계는 더 큰 문제다. 중·일 양국은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포함한 동중국해는 물론 남중국해까지 전선이 확대돼 있다. 양국 사이엔 2014년 11월 ‘4개 항목 합의’를 통해 시행을 합의하고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군당국간 핫라인인 ‘해상연락 메커니즘’을 시행하는 게 당면 과제다.

일본 정부는 2일 발표한 <방위백서>에서 중국의 최근 움직임에 대해 “불측의 사태를 부를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이 관찰된다”며 경계 수위를 높인 바 있다. 자칫하다간 언제라도 중·일 양국의 우발적 충돌이 벌어질 수 있음을 일본 정부가 공식 견해로 밝힌 셈이다. 그런 중국과의 까다로운 협상에서 난징대학살에 대한 중국의 주장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혀온 이나다가 나서는 것이다.

일본 국내적으론 “9조 개헌”을 입에 달고 살아온 인물이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가능하게 한 안보법제를 시행해가는 사령탑을 맡게 됐다. 가을 임시국회부터 야당과 시민사회의 전면 공세가 예상된다. 일부 일본 언론은 이나다가 안보 분야에 문외한임을 지적하며 “국회 답변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도 우려하고 있다.

당장 일본의 패전일인 15일 이나다가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강행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나다 방위상이 예년처럼 참배를 강행할 경우 아시아 주변국들과의 관계에 적잖은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한 방위성 간부는 <아사히신문>에 “(앞으로) 중국, 한국과 대화를 하기 힘들어지는 게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고, 한 전직 방위상은 <도쿄신문>에 “방위상의 행동은 주변국이 주시한다. (방위상 행동에 따라) 사태가 에스컬레이트되는 경우도 있다”는 우려의 말을 남겼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