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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기·신석기 선조들 먹고살던 동굴 정선서 발견 / 한겨레신문

이윤진이카루스 2016. 8. 12. 20:35

문화문화일반

구석기·신석기 선조들 먹고살던 동굴 정선서 발견

등록 :2016-08-12 10:29수정 :2016-08-12 10:49

 

연세대박물관 조사…사람뼈, 동물뼈, 다양한 석기와 뼈연모, 빗살무늬토기 등 무더기 확인

정선 매둔굴 전경
정선 매둔굴 전경

동강의 절경으로 유명한 강원도 정선군 산속 동굴에서 구석기~신석기 시대 선조들이 살았던 흔적들이 무더기로 드러났다. 연세대박물관(관장 한창균)은 지난 6월부터 한달여 동안 정선군 남면 낙동리에 자리한 ‘매둔동굴’을 조사한 결과, 구석기~신석기 시대의 석기·연모, 인골, 동물뼈 , 화덕자리 등의 유물, 유적들을 확인됐다고 12일 밝혔다. 정선군에서 선사 시대의 동굴유적이 발굴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매둔굴 내부 조사모습.
매둔굴 내부 조사모습.
매둔동굴(해발고도 약 330m)은 동강의 지천인 지장천변 수직 절벽의 아래쪽에 정남쪽을 향해 뚫려있는 석회암 동굴이다. 길이 25m, 최대 너비 15m, 최대 높이 8.5m에 달해 국내 선사 동굴유적 중에서는 규모가 큰 편에 속한다.

신석기시대 사람 아래턱뼈 출토품.
신석기시대 사람 아래턱뼈 출토품.
구석기 유물의 경우 낙반석과 토양이 겹겹이 퇴적된 문화층에서 뗀석기, 망치돌, 사용 흔적이 뚜렷한 자갈돌 등이 나왔다. 뗀석기 한 점은 돌날몸돌을 만드는 과정에서 떼어낸 '격지'(몸돌에서 떼어낸 돌조각)로 추정된다. 꽃사슴, 호랑이, 산양, 사향노루, 꿩 등의 다양한 동물뼈들이 발견된 것도 눈길을 끈다. 사슴뼈는 아래턱을 비롯한 대부분의 부위가 확인되는데, 구석기층 위부터 아래층까지 출토되어 구석기인들이 주로 사냥한 동물임을 보여준다. 박물관 쪽은 “동굴의 일부 구석기 문화층에서 나온 숯의 방사성탄소 연대가 약 2만5000~2만6000년 사이로 나와 후기구석기 시대에 속하는 유적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유적 주변 몇몇 지점에서도 때려서 깬 뒤 둥근 형태로 다듬은 '여러면 석기'가 발견돼 야외 구석기 유적이 존재할 가능성도 클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구석기시대 사슴뼈 출토 모습.
구석기시대 사슴뼈 출토 모습.
신석기 시대의 유물들은 생태 유물들이 많다. 재층을 이룬 화덕자리와 주변부에서 사람 아래턱뼈 조각을 비롯해 꽃사슴, 말사슴, 고라니, 곰, 멧돼지, 물고기 등의 동물 뼈, 담치와 다슬기 같은 패각류 껍질 등이 나왔다. 인공유물로는 빗살무늬토기 조각, 뼈연모, 뗀석기, 망치돌, 갈린자갈돌 등이 확인됐다. 이들 가운데 간뼈연모 한 점은 겉면을 온전히 다듬어 만든 양끝찌르개 성격의 도구로, 자루에 매어 작살로 썼을 가능성이 주목된다. 국내에는 선사시대 사람들의 물고기 수렵에 관한 자료가 희귀한 편이어서 발굴된 간뼈연모는 생선 뼈와 함께 한반도 내륙에 살던 신석기인들의 민물어로 방식을 복원하는데 중요한 근거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연세대박물관 쪽은 이 동굴유적의 성격을 체계적으로 밝히기 위해 장기적인 발굴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연세대박물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