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중의 종합병원
건강 자신하던 40대 초반에
병원서 ‘무릎 관절염’ 진단받아
진통소염제 먹고 운동은 계속
40대 중반 되니 무릎 매일 퉁퉁
스테로이드 ‘뼈주사’도 맞았지만
부작용 있기에 근본해결책 안돼
“그후 스콰팅 수년, 무릎근육 강화
축구 대신 수영하니 좋아졌어요
“제가 무릎 관절염이라고 하면 주변 사람들이 더 놀랍니다. 선수 하라는 말까지 들을 정도로 운동을 많이 하기도 하고 잘한다는 얘기도 들었으니까요.”
이아무개(51·서울 강동구)씨는 무릎 관절염을 40대 초반부터 앓았습니다. 그는 현재도 날씬한 편으로, 키는 170㎝가량에 몸무게는 60㎏ 정도입니다. 이씨의 나이대에는 대체로 배도 좀 나오는 등 비만한 사람이 많지만 그는 그렇지도 않습니다. 그는 중고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해질 때까지 축구를 하거나 대학 시절에는 축구를 비롯해 탁구나 농구 등 구기 종목을 즐겨 했으며, 직장은 물론 동네에서도 축구 동호회에 가입해 활동할 정도로 운동광이었습니다.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에는 마라톤에도 빠져 마라톤 풀 코스 완주도 수차례 한 적이 있었습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체력과 건강에는 자신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그가 무릎 관절염으로, 그것도 40대 초반에 정형외과 병원을 찾을 것이라는 생각은 아예 하지 못하고 있었고 주변 사람들도 마찬가지였지요. 무릎 관절염은 주로 노인층이 앓고 이보다 젊은 40~50대에서 생기면 대부분 비만과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비만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너무 날씬한 그가 무릎 관절염이라고 말하면 대부분 꾀병으로 여길 정도입니다. 그는 “수년 전도 마찬가지였지만 지금도 동네 정형외과를 찾아 진료 대기를 하고 있으면 주변 노인들이 수군거리기 일쑤입니다. 상대적으로 젊고 건강하게 보여서 그런지 별로 아프지도 않은 사람이 병원을 다 찾아왔다는 표정들이지요”라고 말합니다.
이씨는 요즘에는 진통소염제 등 약을 별로 먹고 있지는 않지만, 40대 중반까지만 해도 진통소염제는 물론 연골이나 관절에 좋다는 건강기능식품도 곧잘 먹었습니다. 그는 “40대 초반 어느 날인데 3시간가량 축구를 하고 난 뒤 무릎과 발목에 통증이 느껴졌습니다. 평소 하던 대로 운동 뒤 찬물로 냉찜질을 하고 푹 자고 일어났는데, 통증이 계속 남아 있더라고요”라며 초기 증상을 설명했습니다. 한 사흘가량은 매일 저녁에 냉찜질을 했는데도, 무릎 관절이 약간 부어 있으면서 통증이 가시지 않았습니다. 이전에도 축구나 마라톤을 하고 난 뒤 무릎이나 발목에 통증이 있었지만, 냉찜질을 하고 나서 바르는 진통소염제 등을 이용해 스스로 마사지를 하고 나면 곧잘 통증이 사라졌습니다. 그는 “제가 의사면허증만 없었지, 관절이나 근육 분야는 웬만한 의사보다 낫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축구나 마라톤을 하다가 쥐가 나거나 근육통을 일으키면 제가 응급처치를 해줄 수 있을 정도였고, 웬만한 근육이나 인대 부상 해법도 알고 있었으니까요”라고 말했습니다.
무릎 관절 통증이 사흘 이상 계속되자 ‘며칠 있으면 좋아지겠지’라고 생각하면서도 혹시 다른 문제가 있지는 않은 건지 싶어서 정형외과 병원을 찾았습니다. 진료를 한 의사는 무릎 통증에 대해 간단히 몇 가지 묻고 나더니 무릎 쪽에 방사선 촬영을 하자고 했습니다.
“방사선 사진에서는 이미 무릎 연골이 상당히 닳아 60대 노인과 비슷한 상태라며, 그동안 통증 등이 없었느냐고 의사가 묻더군요. 건강하게 보이는데 무릎 관절만 노화가 심하게 됐다는 설명과 함께 말이죠. 노인과 비슷한 연골 상태라니 사실 믿기지가 않더라고요.”
정형외과 의사는 진통소염제 등 몇 가지 약을 처방하면서, 축구나 마라톤 등 과하게 달리는 운동을 하지 않도록 권고했습니다. 평소 운동을 하지 않는 다른 환자들과는 달리 오히려 과한 운동이 문제라는 것이었습니다. 앞으로 계속 이렇게 운동을 하다가는 조만간 연골이 닳아 아예 남아 있지 않게 되고 무릎 관절의 뼈마저 문제를 일으키게 돼 걷지도 못하게 될 거라고 경고까지 했다고 합니다. 이씨는 약 말고 관절에 좋은 음식이나 건강기능식품은 없느냐고 물었지만, 의사는 특별히 권장하지는 않았습니다.
정형외과에서 진통소염제 등을 사흘치 처방했는데, 이를 한두번 먹고 나니 곧바로 무릎의 통증이 사라졌습니다. 그는 ‘역시 별것 아니구나’라고 생각하고, 축구 등 운동을 계속했습니다. 그러면서 진통소염제와 같은 약은 내성이 생겨 결국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를 주변에서 듣고, 이런 약보다는 뼈에 좋다는 칼슘 보충제를 챙겨 먹기 시작했습니다. 또 연골과 관절염에 좋다는 글루코사민 제품도 사서 먹었습니다. 이러다가도 무릎 관절 등에 통증이 느껴지면, 진통소염제 등을 처방받거나 약국에서 사서 먹으면서 며칠 쉬다가 다시 운동을 계속했습니다.
그러다가 4~5년이 지난 40대 중반부터는 무릎이 거의 매일 부어 있고, 통증도 쉬이 가시지 않았습니다. 거기에다가 발목도 시원치 않다는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다시 정형외과 병원을 찾았고, 방사선 촬영도 다시 했습니다. 그 결과 무릎에는 연골이 닳으면서 관절이 이어지는 부분의 뼈도 모양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발목에서도 인대 등에 염증이 있을 수 있다는 소견이 나왔습니다. 정형외과 의사는 칼슘 보충제나 글루코사민 제품을 과신하거나 진통소염제 등에 의존하면 곤란하고, 당장 축구나 마라톤과 같은 운동을 그만두라고 경고했다고 합니다. 이씨는 “관절이 더 망가지면 현재의 무릎 관절 대신 인공관절을 넣는 수술을 해야 할 수 있다는 말에 겁이 덜컥 나더라고요”라고 말했습니다.
저랑 이씨랑은 한때 같이 축구를 한 인연이 있었는데, 수술까지 필요할 수 있다는 말에 대학병원 등 큰 병원을 소개해 달라며 연락이 왔습니다. 설명을 들어본 뒤 정형외과 병원에서 수술을 할 단계는 아니라고, 굳이 종합병원처럼 큰 데를 가볼 필요는 없다고 얘기하면서 가더라도 어차피 같은 얘기를 들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대신 “진통소염제 등 약에 너무 의존하지 말고, 무릎에 부담을 주는 운동보다는 자전거 타기나 걷기, 수영 등으로 운동을 바꾸는 것이 어떨까요”라고 답했습니다. 글루코사민이나 칼슘 보충제에 대해 물어보길래, 글루코사민의 관절염 예방 및 치료 효과는 증명되지 않았고 칼슘 보충제 역시 필요할 것 같지는 않다고 답했습니다. 실제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글루코사민 등 관절 건강에 이롭다는 건강기능식품에 대해 세계적으로 발표된 총 37편의 임상시험 결과를 종합 분석해 2009년 발표한 결과를 보면, 관절염의 예방이나 이미 관절염을 앓고 있을 때 통증을 줄여준다거나 관절기능 향상 등에 효과가 있지는 않다고 나왔습니다. 칼슘 보충제 역시 자칫 심장질환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를 고려하면, 골다공증이 너무 심한 사람 일부를 제외하고는 추천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후 별 연락이 없길래 ‘별문제 없이 잘 지내겠지’라고 생각하고 잊고 지냈습니다. 그러다가 최근 축구장에서 다시 만났는데요. 여전히 건강해 보였지만, 무릎 관절에 부담이 있는지 예전처럼 열심히 뛰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축구 시작 전이나 중간에 쉬는 시간에도 스트레칭과 스콰팅 동작을 열심히 했는데요. 이씨에게 관절염은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물어보니, 스콰팅 동작에 대해 열심히 설명했습니다. 이씨는 “스콰팅 동작을 제대로 하면 무릎 관절염의 증상 완화에도 크게 도움이 되고, 몸 전체의 근육도 강화됩니다”라며 시범을 보였습니다. 한번 따라 해 보니 동작 자체가 쉽지 않고 허리 및 다리 근육이 후들거리는 느낌이 났는데요. 그는 저보고 제대로 스콰팅을 하지 못한다며 “한 5년 동안 이 동작으로 무릎 주변 근육이 강화되고 몸 전체 균형도 잡혔습니다. 축구는 줄였고 대신 수영을 하면서 관절염 증상도 거의 없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서동원(정형외과·재활의학과 전문의) 바른세상병원 병원장은 “20~30대 남성은 주로 축구, 농구 등 스포츠를 즐기면서 무릎 등 여러 관절에 부상을 입고, 40~50대는 노화로 관절의 연골이 닳으면서 동시에 관절 주변의 근육도 약해져 관절에서 통증이 나타납니다. 젊은 시절부터 운동 전 스트레칭 등 준비운동을 충분히 하되, 노년층에서는 관절에 부담을 주는 운동을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라고 설명합니다.
이씨는 사실 저와의 상담 뒤 결국 스스로 대학병원을 찾았고, 100만원이 넘는 돈을 들여 엠아르아이(MRI·자기공명영상촬영)를 찍었다고 고백했습니다. 동네 정형외과 의사가 진단한 대로 퇴행성 관절염이라는 진단을 받았고, 처방도 거의 같았다고 했습니다. 그는 여러 병원 의사들이 공통적으로 무릎 관절염을 곧바로 고칠 수 없다고 하는 말에 실망했고, 이후 주변에서 ‘관절에 주사를 놓으면 관절염을 곧바로 고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이른바 ‘뼈주사’를 맞아 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었습니다. 서경묵 중앙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뼈주사에 쓰이는 스테로이드는 통증 완화에 우수한 효과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쓰면 오히려 근육을 지탱하는 인대와 관절을 약화시키는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장기간 사용은 권장되지 않습니다”라고 설명합니다.
그는 결국 과격한 운동을 줄이는 등 생활습관을 고치기로 했다고 합니다. 그때부터 축구나 마라톤은 줄이고, 대신 수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또 수영장과 함께 있는 헬스장에 가서 하체 근육 강화 운동과 고정식 자전거 타기도 했습니다. 이때 주변 사람들에게 배운 것이 바로 스콰팅 동작이었는데요. 이후 ‘스콰팅 전도사’가 돼 있었습니다. 최찬범 한양대류마티스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관절염에는 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는 운동, 즉 수영, 가볍게 걷는 것, 실내 고정식 자전거 타기, 최근 도입된 타이치 운동이나 무릎 주변 근육 강화 동작 등이 도움이 됩니다. 대신 축구는 물론 에어로빅, 등산, 계단 오르내리기 등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요즘에는 진통소염제 등도 거의 먹지 않게 됐다는 이씨는 스콰팅 동작을 잘못하면 오히려 무릎이나 척추 관절을 더 망칠 수 있기 때문에 좋은 자세를 배워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축구 같은 운동은 과하지 않게 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습니다. 운동은 꼭 해야 하되, 오래 할 수 있는 운동을 해야 한다는 것으로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축구를 꼭 하고 싶다면 두 가지를 당부했는데요. “어린 시절부터 축구 같은 과격한 운동을 할 때에는 준비운동으로 스트레칭과 가볍게 달리기 등을 꼭 하도록 교육시켜야 합니다. 또 요즘 발암물질이 나온다고 지적이 나오는 인조잔디구장은 바닥이 딱딱해 관절에 더 해롭기 때문에 아무리 축구를 좋아해도 피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퇴행성 무릎 관절염이 진행되는 모습. 초기에는 연골이 망가지다가 점차 심해지면 연골 아래의 뼈에도 영향이 미쳐 관절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된다. 한양대병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