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오송읍의 한 움무덤 안에서 동병철검. 북방 부여인들이 썼던 장검으로 알려져 있다. 검의 길이가 길고 아래쪽 손잡이 부분이 주판알 모양의 돌기로 채워진 것이 특징이다.
출토된 동병철검의 칼자루 부분. 주판알 모양의 돌기들이 원형의 칼자루 주위표면에 돌아가며 배치된 것이 도드라져 보인다.
2000년전 중국 동북지방(만주)일대에 기세를 떨쳤던 옛 선조 부여인들은 다른 지역에 없는 독특한 모양새의 칼을 전쟁에서 썼다. 청동기시대 이래 우리 겨레가 썼던 칼인 비파형 동검, 세형동검과 달리 철제로 길쭉한 칼몸을 만들고, 손잡이에는 주판알 모양의 돌기가 오돌도톨 박힌 장검이었다. 오늘날 국내 고고역사학계는 이 칼을 일컬어 ‘동병철검(銅柄鐵劍)’이라고 부른다. 북방 부여 문화의 확실한 징표로 꼽히는 이 특유의 동병철검이 최근 한반도에서는 처음 충청권에서 발견돼 학계의 관심이 쏠린다.
이 동병철검은 충북 청주시 오송읍 생명과학단지터를 발굴중인 중앙매장문화원이 읍내 정방리 능선의 1~2세기 마한계 움무덤(토광묘)에서 발견한 뒤 보존처리중인 유물이다. 철검 일부분이 삭아 없어지긴 했지만, 전체 모양은 비교적 온전하며 아래 쪽 손잡이 부분에 주산알 모양의 돌기가 밀집되어 돌아가면서 붙어있는 특징이 그대로 남아있다.
동병철검이 움무덤 안에서 출토되던 당시의 현장 모습.
동병철검은 과거 중국 지린성의 부여 유적 등에서 출토사례가 일부 보고됐지만 모두 한반도 이북의 만주권이며, 한반도에서는 전례가 없다. 이런 희귀한 검이 한반도 북쪽이 아닌 남쪽에서 발견된 것은 당시 부여인들이 강한 무력을 갖고 반도 남쪽으로 남하해 청주 일대를 차지했던 목지국 등의 마한 핵심 세력들과 교류했음을 보여준다. 유물을 살펴본 박순발 충남대 교수는 “기원 1~2세기 부여계 세력들이 한반도의 마한 세력들과 정치적 경제적 교섭을 벌였음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사실상의 첫 실물이란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며 “출토된 동병철검의 의미와 성격을 놓고 학계에서 활발한 논의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송 움무덤에서 동병철검과는 별도로 확인된 중국 한나라 특유의 토기인 두귀달린 이배. 낙랑계 유적 외의 한반도 다른 지역에서 처음 출토되는 당대의 고급 토기로 마한과 낙랑 혹은 중국 본토와의 교류품, 교역품으로 추정된다. 표면과 곡면 등이 매우 정교하게 가공된 것이 특징인데, 기존 국내 출토품들 가운데 만듦새가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사단이 정방리의 또다른 움무덤에서 찾아낸 중국 한나라 토제용기인 ‘이배(두귀달린 토기)’도 주목을 받고있다. 평양 등 서북지방 일대의 낙랑계 유적에서 나온 적이 있지만, 한반도 다른 지역에서는 처음 확인되는 희귀유물이다. 기존 출토품보다 훨씬 정교한 모양새로 가공된 고급 제품이어서 당시 마한인과 낙랑, 중국과의 밀접한 교류관계를 입증한다는 평가다.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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