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에 대해 조선일보 전직 기자가 쓴소리를 던졌다. 고 방우영 회장의 신임을 바탕으로 냉혹한 구조조정을 펼쳐온 당사자라는 주장이다.
2005년 조선일보 노조위원장(18대)을 지낸 이범진 <팩트올> 발행인은 8일 ‘조선일보 기자가 본 송희영 주필’이라는 제목의 글을 실었다. 이 발행인은 조선일보와 <주간조선> 등에서 송 전 주필과 함께 기자생활을 하다 지난 2014년 ‘광고 없는 인터넷 언론’을 표방하는 <팩트올>을 차렸다.
“흔히 ‘인과응보(因果應報)’라고 부르는 이 연기의 법칙이, 살다보면 정말 있구나 싶을 때가 있다”고 시작하는 이 글은 ‘부패 언론인’으로 연일 거론되는 송 전 주필이 어떻게 조선일보에서 승승장구해 왔는지 묘사하고 있다.
송 전 주필은 1978년 공채 15기로 입사해 일본특파원(1990년)을 시작으로 1995년에는 부장직을, 1999년에는 부국장을, 2003년에는 편집국장 대우를 받는 등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이 글에 따르면, 조선일보 내에는 1994년께 만 2~5년차 주니어 기자들을 중심으로 일종의 ‘송희영을 좋아하는 모임’이 꾸려졌을 정도로 송 전 주필이 젊은 기자들한테 인기를 얻었다고 한다. 위계질서가 엄격한 조선일보에서 송 전 주필은 “기라성 같은 선배들과 사회의 기득권층을 통틀어 공공연하게 ‘꼰대’라고 비판”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조선일보 내 온라인 부문인 ‘디지틀조선일보’의 경영에 대한 사내 비판에 앞장선 점, 김대중 전 주필을 노보를 통해 공개적으로 비판한 점 등이 화제였다. “위계질서가 엄격한 조선일보에서 부국장급 후배가 편집국장을 지낸 대선배의 경영능력을 공개 비판한 데 이어, 조선일보를 대표하는 논객을 다시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사실상 퇴진을 촉구한 사건은 젊은 기자들 사이에서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켰다고 이 발행인은 쓰고 있다.
김대중 전 주필으로 인한 ‘필화’를 겪고 “2000년 5월 ‘조선일보 워싱턴지국장’ 자리를 만들어” 나갔던 그는 2001년 다시 조선일보에 복귀했다. 복귀 뒤인 2004년에도 조갑제 당시 월간조선 대표를 우회적으로 언급(“체육관으로 몰려다니며 구국을 외치고 박정희를 갈망하는 분위기를 조장하고 있다”)하며 공개비판하는 칼럼을 썼다.
당시 ‘안티조선’ 운동의 영향으로, 조선일보 내부에서는 보수 일변도의 보도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었다. 이때 ‘꼰대론’을 내세운 송 전 주필은 이에 공감하는 기자들을 지지 세력으로 업고 조선일보 차기 편집국장으로 거론됐다.
2005년 3월 편집국장직에 오른 그는 그해 12월23일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갑작스러운 명예퇴직을 시행했다. 10년차 이상 편집국원 전체가 대상이었다. “당시 명예퇴직 대상으로 지목된 기자는 한둘이 아니었다 … 수십명의 고참들이 단계적으로 회사를 떠나거나 계약직으로 신분이 전환됐다”며 ‘일방적 명예퇴직’이었다고 글은 묘사했다.
해고 사유라도 알려 달라며 국장실로 찾아간 후배기자들에게 그는 골프 스윙 연습을 하며 “네가 왜 왔어? 너는 아니야. 나가봐” 라고 응대했다고 이 발행인은 썼다. 특히 당시 조선일보를 떠난 한 기자가 사업 실패로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기자들은 주검을 어린 딸이 발견했다는 이야기 등을 하며 술자리에서 그에 불만을 토로했다고 한다.
그 후 11년 만에, 영국 명문 골프장에서 ‘접대골프’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며 ‘부패언론인의 표상’이 된 것을 두고 이 발행인은 “스윙을 즐기면서 11년 전 있었던 ‘크리스마스의 악몽을 떠올렸을까”라고 썼다. 그러면서 “11년 뒤인 2016년, 송희영 전 주필은 상상을 초월하는 접대의 당사자로 드러나, 기자들 전체의 명예에 먹칠을 했다. 그가 선배들을 제치고 후배들을 꺾으며 냉혹하게 돌진한 것이 진정 ‘더 나은 신문’을 위한 행위였을까?”라고 되물었다.
이 글은 송 전 주필이 어떻게 조선일보에서 승진 가도를 달려왔는지, 언론인으로서 평소 모습은 어떠했는지를 현직 기자의 시선으로 지켜본 글이라는 점에서 화제를 낳고 있다. 페이스북 등 SNS에서 널리 공유되며 “부디 인과응보가 있길 바란다” “조선일보에도 노조가 있는 줄 몰랐다” 등 누리꾼 반응을 얻고 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팩트올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