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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북한 편, 북한과의 협상은 성공 보장이 없다면서 외교적 대화를 하라는 미국 전문가 / 한겨레신문

이윤진이카루스 2016. 9. 13. 08:27

국제미국·중남미

미 군축협회 킴벌 소장 “시간은 북한 편…실패한 정책 유지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

등록 :2016-09-12 14:41

 

미국 핵·미사일 정책 결정에 상당한 영향력
재재 위주 정책 유지하는 것은 “실패로 가는 레시피”
어떤 국가 지도자든 실패한 정책반복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
단기적으로 핵·미사일 동결 초점 맞춘 회담 재개해야
미 본토 도달할 핵·미사일 기술 습득때까진 몇년 더 걸릴 것.
한국 정부 대량응징보복 계획, 관련 정보 획득 어렵고 재앙의 위험 증가시킬 것”

대릴 킴벌 소장. <한겨레> 자료사진.
대릴 킴벌 소장. <한겨레> 자료사진.

미국의 핵과 미사일 정책 결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미 군축협회의 대릴 킴벌 소장(사진)은 11일(현지시각) 북한의 5차 핵실험 등과 관련한 <한겨레>와의 전자우편 인터뷰를 통해 “시간은 북한 편”이라며 그럼에도 한·미 정부가 제재 위주의 똑같은 정책을 유지하는 것은 “실패로 가는 레시피”“무책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킴벌 소장은 “한국과 미국, 다른 동맹국들이 북한의 추가적인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시험을 동결하겠다는 단기적 목표를 갖고 회담을 재개해 평양과 다시 관여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일이 정말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971년 창립된 군축협회는 독립적인 비영리조직을 표방하며 군축과 핵무기 비확산 활동을 해왔으며, 특히 지난해 미국 정부와 이란과의 핵협상에서 정책·이론·여론조성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다음은 킴벌 소장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북한은 그동안 2~3년 주기로 핵실험해 오던 관례를 깨고 지난 1월 핵실험 이후 8개월만에 다시 핵실험을 했다. 이것의 기술적·정책적 함의는 무엇인가?

“북한의 관련 기술·군사 조직은 2006년 이후 북한의 다섯번에 걸친 핵실험과 최근 12개월 사이의 수십번의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로 (핵) 탄두를 실은 중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배치할 수 있다는 더 큰 자신감을 가졌을 것이다. 아직까지 북한이 그런 능력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북한은 추가적인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 성공을 통해 상대적으로 빠른 시일 안에 그런 능력에 도달할 것이다.

그동안 한국과 미국은 북한이 회담을 재개하려면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연합군사훈련을 계속해왔고 더 강력한 제재를 시행하려고 노력해왔다. 하지만 북한은 시험 속도를 가속화해왔다. 이제 제재만으로 (북핵 문제에) 접근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는 것이 입증됐다. 그럼에도 똑같은 정책을 유지하는 것은 실패로 가는 레시피(요리법)다. 시간은 북한 편이다.

한국과 미국, 다른 동맹국들이 북한의 추가적인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시험을 동결하겠다는 단기적 목표를 갖고 회담을 재개해 평양과 다시 협상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일이 정말로 중요하다. 신뢰할만한 수준에 이른 북한 고체연료 미사일을 포함해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의 추가적인 진전을 멈추게 할 수 있다면, 우리는 이런 무기들이 제기하는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는 장기적 해법 모색을 위한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은 ‘핵탄두의 표준화·규혁화에 성공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 주장은 어느 정도로 신뢰할만하다고 보는가?

“북한의 주장이 맞다고 생각하는 것엔 신중한 편이다. 북한은 실전배치된 탄도미사일을 통해 발사할 수 있는 소형의 강력한 핵무기를 개발해왔다. ‘핵탄두를 표준화했다’는 북한의 주장은 이번 설계를 적용한 상당수의 핵무기의 제조를 곧 시작할 수 있으며, 이를 가능한 한 미사일의 탄두에 얹어 실전배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해야 한다. 얼마나 빨리, 그리고 어느 정도 수량을 만들지는 분명하지 않다.

-북한의 이번 핵실험 폭발력은 가장 강력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런 폭발력과 표준화 능력 등을 두루 감안할 때, 북한이 미국의 본토를 공격할만한 능력에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렀다고 보는가?

“북한의 5차 핵실험은 지금까지 실험 가운데 가장 강력했다. 북한의 지난 9일 핵실험에 대해 (전 세계 핵실험 동향을 감시하는)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O)의 수정 추정치는 5.1 규모였다. 이는 대략 15kt규모의 폭발력인데, 1945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자폭탄의 크기와 대략 비슷하다.

북한이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핵무장한 탄도미사일 기술을 획득하는 데는 아직 몇년이 더 걸릴 것이다. 그런 능력에 달성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도전적인 일이고, 아마도 훨씬 더 작고 가벼운 핵폭탄 설계와 좀더 여러번의 성공적인 장거리 마시일 시험, 대기권 재진입 등의 기술을 필요로 할 것이다.”

-한국 내 일부에선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에 맞서 자체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한국이 자체적인 핵프로그램을 추구하는 것은 전적으로 어리석고 반생산적인 일이 될 것이다. 그렇게 한다면 미국과 국제사회가 강력하게 반대할 것이고, 그 반대는 성공할 것이다. 한국과 미국의 재래식 전력과 미국의 전력 핵전력은 지난 수십년동안 효과적으로 북한의 중대한 침략을 억지해왔다.

한국의 자체적인 핵전력 개발에는 아주 값비싼 비용이 들어갈 것이다. 또한,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 개발을 가속화시키고 그것을 정당화시켜 줄 것이다. 남북을 모두 완전히 파괴할 수 있는 핵전쟁과 계산착오라는 심각한 위험을 가파르게 증가시킬 것이다. 한국의 핵무기 추구는 부정적인 정치적 경제적 결과도 야기할 것이다. 아시아는 핵무장 국가와 핵무기 숫자가 더 적을수록 안전해진다. 한국에서 그런 조처를 제안하는 사람들은 핵무장이 왜, 그리고 어떻게 이미 위험해진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고 개선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정확하게 설명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북한이 핵무기사용 징후 등 유사시 전쟁지휘부를 선제적으로 공격해 초토화시키는 대량 응징 보복’(KMPR:Korea Massive Punishment & Retaliation) 작전개념을 발전시키겠다고 했다. 이런 선제 공격이 군사적으로 유용하다고 보는가?

“한국 정부가 발표한 계획, 이른바 북한의 핵 사령부와 지휘부를 선제적으로 타격하겠다는 ‘대량 응징 보복’ 계획은 아주 아주 위험하다. 이런 접근법은 반드시 북한의 계획과 의도, 핵관련 장소 등에 대한 정교한 정보를 필수적으로 요구한다. 하지만, 그런 정보를 획득하는 것은 극도로 어렵다. 오히려 계산착오와 재앙의 위험을 증가시킬 것이다.

게다가 북한은 비무장지대 근방의 인구 밀집지역을 타격할 수 있는 수백개의 재래식 로켓을 보유하고 있다. ‘승리’를 하고 모든 걸 소진시키는 분쟁을 피하려면 ‘게임’하듯이 하면 안된다.”

-이른바 미국의 핵우산을 제공하는 ‘확장 억지’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같은 군사적 억지 수단은 효과가 있다고 보는가?

“미국과 한국의 연합전력은 북한의 중대한 침략을 효과적으로 억지해왔다. 또한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면, 미국도 그에 대한 보복으로 전략적 핵전력을 사용할 수 있고 사용할 것이다. 미사일방어시스템인 사드나 에스엠(SM)-3 등과 관련해선 북한 미사일 몇개를 요격할 수 있지만 전부를 요격하지는 못한다. 한반도에서 남북의 종심 거리가 매우 짧기 때문에 미사일 방어시스템은 공격적인 미사일체계에 대응하는 데 신뢰할만하거나 효과적이지 못하다.

-한·미 정부는 이란 식 제재 모델을 원용해 북한에 대한 제재를 높이려 하고 있다. 이런 접근법이 유용하다고 보는가?

“북한과 달리 이란은 외부 세계와의 경제활동에 의존한다. 이란에 부과됐던 금융, 무역, 원유 제재를 북한에 적용하면 똑같은 효과를 낼 수 없을 것이다.”

-북한과의 외교적 협상이라는 대안을 모색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북한과의 협상은 어렵고, 기분좋지 않은 일이다.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다. 그러나 현재의 ‘전력적 인내’ 정책은 실패했다. 어떤 정부의 지도자든 실패한 정책을 해마다 반복하는 것은 무책임한 것이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관련 오랜 외교사를 보면, 미국과 다른 국가들이 북한의 외교관들과 교섭을 할 때 북한은 핵과 미사일 도발을 늦추거나 중지하려고 했다. 미국의 차기 행정부는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시험을 동결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외교적 대화를 통해 북한에 생산적으로 관여해야한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